학수고대하던 FC300R을 드디어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관건은 아직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적축의 느낌입니다. 글로 말로 보는 것과 실제 쳐보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소감을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증은 더해갔죠. 궁금증, 그것은 지름의 원흉입니다. 



1. 적축의 키압


키감에 있어 가장 우선적이며 결정적인 요소가 키압입니다. 신발로 치면 치수와 같은 개념으로서 전체적인 키감이야 어느정도 타협이 가능하지만 키압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원상의 키압은 흑축 > 청축 > 갈축이지만 실제 체감되는 키압은 전혀 다릅니다. 실제 체감되는 바는 흑축 >>>> 갈축 > 청축입니다. 

이에는 복잡한 구조적 이론이 있습니다만 그건 아무리 봐야 소귀에 경읽기고... 청축과 갈축 스위치를 맞대고 눌렀을 때 청축이 먼저 들어간다 정도로만 설명하겠습니다. 


적축의 키압도 마찬가지로 제원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더군요. 누군가는 갈축 보다 낮다고 하고 누군가는 높다고 합니다. 저도 지금 한시간 정도 사용하고 있는데 도무지 감이 안옵니다. 적축을 설명하는 흔한 말. <흑축 보다 낮은 키압의 리니어> 정도만 확실하더군요. 


2. 적축의 구분감


구분감이란 내가 키를 눌렀구나라는 인식의 정도를 말합니다. 청축은 째깍하는 소리로서 갈축은 서걱거리는 소리와 이후 빨려들어가는 느낌으로서 구분감을 느낍니다. 적축은 확실히 구분감이 미약합니다. 쨀각 거리지도 서걱거리지도 않으며 스트로크에 전반에 있어 균일하기에 바닥을 때리는 그 순간으로서만 구분감을 줍니다. 


청축과 갈축의 경우 이 구분감이 체감되는 키압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심리적인 키압입니다. 쨀깍, 서걱하고 걸리는 부분은 사실상 요구하는 압력이 거의 없는데 심리적으로는 저항으로 작용하여 키압이 높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축의 경우 이런 요소들이 없기 때문에 키압이 낮다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재 눌리는 압력만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갈축 보다 높습니다. 

흑축 > 적축 > 갈축 > 청축이 제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체리스위치의 키압입니다. 


3. 몰개성 vs 무난함


적축의 정체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체성의 모호함에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고 좋게 말하면 무난하다는 점이 되겠죠. 

키압을 낮춘 흑축이기에 태생적으로 흑축에 종속되는 운명입니다. 서걱하며 걸리는 느낌없는 갈축이기도 합니다. 쨀깍대지 않는 청축이기도 하고요. 소음이 적은 기계식 키보드이기도 합니다.


흑축의 높은 키압은 구름 타법을 가능하게 하나 일반 유저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고 청축의 쨀깍소리는 청량함을 주나 공공장소에서는 민폐입니다. 이런 일장일단이 뚜렷한 각 스위치들의 정체성을 거세한 스위치가 바로 적축입니다. 사무실에 쓰기에도 무리가 없는 소음, 높지도 낮지도 않은 키압. 


4. 소감


적축 소감만 말했는데 이외 기본적인 면들 괜찮습니다. 디자인 깔끔하고 키캡 촉감 좋고... 우려했던 레오폴드 로고 부분은 전혀 조악하지 않습니다. 로고가 어두워 딱 들어오지 않으니 되려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갈축 보다 게임하는데 있어 나은 것 같고 청축 처럼 키하나 달랑 누를 때도 째각되니 그런 것 신경안써서 좋고요. 심심하면서도 빠질 데 없는 무난함 정도로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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