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림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드문 키보드가 아니기 때문에 게시판에 많은 이유도 있고 접사를 할 만한 좋은 카메라가 없어서 이기도 하며 사진을 찍고 확인하고 다시 찍고 크기 조절하고 올리고 하는 작업들이 귀찮아서 이기도 합니다.

체리 11900을 CHANY님에게 구입하고 그간 사용하던 3000은 집의 메인으로 11900은 회사의 메인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집의 메인이던 COMPAQ 9963은 책장 위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집의 마루에서 3000을 통해서 이 사용기를 쓰고 있습니다. HTPC처럼 쓰려고 마루에 놓은 서브 컴퓨터가 몇번의 업그레이드 끝에 지금은 집의 메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 받아서 책상 위에 올려 놓았을 때의 느낌은 "작다"였습니다. 3000에 비해서 훨씬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주저없이 메인을 삼아버렸습니다. 책상은 충분히 넓지만 팔이 짧아서 마우스가 너무 멀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터치패드로 마우스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역시 표준배열인 3000에 비해서 어색함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vim 위에서 보내다 보니 큰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 때 nethack을 많이 해서 방향키 보다는 hjkl과 ^$등을 더 잘 쓰기 때문입니다. 제일 어색한 시간이 잠시 커피 한 잔 마시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Ctrl-Alt-Del을 눌러야 할 때입니다. 또 작업일지를 쓰기 위해서 word를 열었을 때 익숙하던 키 위치가 달라진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작아진 Ctrl 키와 멀어진 ESC 키는 문득 문득 내가 괜히 잘 쓰던 키보드를 바꿨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습니다. 3000을 2년 썼고 그 전에 쓰던 compaq RT235BT, KB9963등 이 배열을 5년이상 써오고 있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달라지니 프로그래밍에 몰입하고 있던 신경이 거슬리는 것을 간혹 느낍니다. wording 때에는 별로 몰입하지 않아서인지 더 큰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덜 합니다.

좋아진 점은 3000에 비해서 좀 무거워져서 안정감이 더 있고, 3000도 조용하긴 했지만 좀 빠르게 치다보면 퉁퉁 바닥치는 소리가 꽤 시끄러워지기도 했었는데, 11900은 새 것이라서 그런지 체결한 나사가 많아서 그런지 좀더 강하게 쳐도 바닥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마우스가 너무 손에 익어서인지, 터치패드는 의외로 사용하게 되지 않는군요. 웹서핑할 때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1분을 못 넘기고 마우스로 바꿔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작아진 키보드의 크기때문에 마우스 사용이 더 편해졌기 때문에 이 점은 불만이 없습니다. 단지 터치패드의 공간이 아깝군요. 트랙볼인 11800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운 키를 좋아하기 때문에 리니어 계통을 좋아하는데 3000보다는 아주 약간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워낙 미미하여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번에는 묵직한 IBM의 버클링을 사 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지금 넣고 있는 종목들에서 대박이 나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어진 ESC와 작아진 Ctrl, 느려서 쓸 수 없는 터치패드 때문에 감점 1점.
평가는 9점입니다. 제가 들인 돈 이상의 가치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CHANY님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