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로 아래 로지텍 마우스 사용기에서 예고(?)했듯이 키트로닉 LT 디자이너 키보드에 대한 사용기입니다.
실사용은 이틀 정도밖에 안 되고 집에서만 쳤기에 그리 많이 사용하진 않았읍니다.
키보드는 많이 쳐봐야한다고 하시지만 저는 전에 컴팩 때도 그랬고 첫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조금 밖에 써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사용기를 올리겠습니다.^^
이번에 써 본 제품은 새 제품입니다.

사진처럼 박스는 참~~~ 촌스럽습니다.
그래도 영어로 씌여있어서 그나마 볼만하지 우리나라 키보드에 한글로 저렇게 씌여있는 박스를 생각해 보세요.
'세계에서 최고의 키보드. - 보장함'
정신 나갔다고 아무도 구입 안 할 겁니다.....
게다가 저 빨간 색상까지........사장님 얼굴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위에 제목에 써놓은 LT 는 Lifetime 시리즈의 약자인 듯 합니다.
시리즈에 걸맞게 'GUARANTEED FOR LIFE'라고 박스에 써있는데 제 수명을 얘기하는 건 지 키보드 수명을 얘기하는 건 지는 모르겠구요.^^

일단 시각적인 첫 느낌은 '차라리 무지로 하면 더 잘 팔리겠다' 였습니다.
포장을 열어보니 설명서와 비닐에 싸여있는 검정색 키보드, 정말 요즘 안 어울리는 PS2->AT 컨버터가 들어있습니다.
하긴 박스에도 컨버터가 들어있다고 씌여있네요.
가격에 비해 너무나 촌스러운 박스와 내용물 때문에 그리 감흥이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고의 키보드라고 씌여 있으니 꺼내서 쳐봤습니다.

키 하나를 꾹 눌러보니.....전율이 일더군요.
바로 원하던 키감인 듯한 느낌이 쫙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 저것 대충 두드려 봤습니다.
'이래서 최고의 멤브레인 키보드 중 하나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나더군요.
정말 적당히 쫀득거리는 키감이 컴팩 RT235와는 틀린 느낌이였습니다.

컴퓨터에 연결해서 다시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에 따라 압력을 달리 해놨다는 것 때문인 지 확실히 왼쪽 새끼 손가락이 누르는 키는 가볍게 잘 들어갑니다.
다른 키들은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구요.
그런데.....'도대체 이 엔터키는 뭘로 누르라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무거운 키감으로 가뜩이나 큰 키가 잘 안 눌러지는 느낌(다른 새끼 손가락용(?) 키에 비해)이 들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역시나 5가지 키압 중에 4번째로 높은 65grams이였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 놨을까 생각을 하면서 키압 그림과 맞춰보니 제가 손가락으로 느꼈던 것과 똑같더군요.
도대체 Ctrl/Alt키를 무슨 손가락으로 누르라고 모두 제일 높은 80그램으로 설정을 했는 지 의문입니다.
너무 가볍게 놀던 새끼 손가락이 콘트롤 키를 누르는 순간 힘이 빡 들어갑니다. 좀 놀라는 느낌이...^^
Shift키도 마찬가지의 느낌이구요.
하지만 전반적인 키감은 아주 부드럽게 잘 눌러집니다.
쫀득 거리는 느낌도 있구요.
그런데 이게 스트로크가 좀 짧은 지 키가 가벼워서 그런 지 조금만 누르면 끝에 닿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음...다시 쳐보니 키캡이 좀 높게 설계가 되어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근하게 끝까지 쑥 밀려들어가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쨌든 적당한 반발력으로 튀어나와서 리듬감 있게 타이핑이 쉽게 잘 되네요.

이제 모두 팔아서 제게 컴팩 RT235가 없기에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전반적인 키압은 컴팩보다 높은 느낌이 듭니다.
키압이 정말 높다는 것이 아니고 아마 쫀득거리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바닥을 치는 느낌도 컴팩은 없던 느낌이구요.
역시 컴팩이 심심해서 그렇지 키보드 본연의 업무인 타이핑에는 더욱 편안한 느낌입니다.(역시 괜히 다 팔았나봐요..ㅠㅠ)
하.지.만 분명 이 디자이너 키보드가 치는 재미는 훨씬 좋습니다.^^
키마다 손가락에서 느끼는 압력이 틀려서 그런 지 꼭 시소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드는게 리듬을 잘 타게 되네요.

제가 리얼포스나 해피키보드 등 고가의 키보드는 아직 만져보지도 못 해서 비교를 할 수 없고 다른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해서는 아주 독특한 느낌의 좋은 키보드라는 생각입니다.
아직 많이 사용해보지 않아서 그런 지는 몰라도 키 스트로크가 좀 짧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정말 재밌게, 빠르게 잘 쳐지는 키보드입니다.

여기서 단점 하나! 역시 가격이.....컴팩 RT235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은 멤브레인 키보드에서는 분명 단점일 것 같습니다.
윈키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윈키도 마음에 안 드시겠지만 전 윈키가 좋습니다.
컴팩의 최대 단점 중 하나였거든요.^^

이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고 싶지만....벌써 다음에 질러놓은 키보드가 도착해 있어서 조만간 방출하고 다른 키보드 사냥에 나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키보드들을 다 써보고 나서 다시 구입하고 싶으면 어쩔까(컴팩처럼..)도 싶지만 그래도 다음 키보드의 구입을 위해서는 희생을 해야죠.
예전에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 뒤에서 연필 심지를 끼워 넣으면 앞에 다 쓴 심지가 밀려서 빠지는 연필같은 느낌입니다.^^

다음에 줄서있는 키보드는 드디어 기계식 키보드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계식보다 멤브레인을 더 좋아하지만....사이트 대세가 기계식이다보니 다시 도전해보려고 체리 백축 키보드 하나 장만했습니다.
기계식은 알프스 계열 것만 써봤기에 체리 기계식이 기대가 됩니다.
그럼 다음 사용기는 체리 백축 키보드를 몇 일 사용하고 올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