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서 옮긴 글입니다.
반말이고,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글이라
사용기에는 적합치 않을 수 있습니다만...
키보드 초보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올려봅니다.



1.
어쩌다가 그녀석을 보냈다.

생김새는 고전적이고 투박하다.
깔끔하다는 느낌도 아니고, 멋지다는 느낌도 아닌
그냥 오래된 키보드라는 느낌.

내 첫인상은 그랬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올리고, 타타탁하고 두드려 본다.
조심스럽다.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해주어야만 할 것 같다.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내 연인을 대하는 느낌이다.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몇차례를 쓰다듬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녀석이 부드러운 녀석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의 곤조가 있다.

살짝 살짝 튕기는 맛.
나 지조있어. 라고 손끝에 전해진다.

.
.
.

그렇게 함께 6개월을 보낸다.

그리고는

안녕. 리얼포스.

.
.
.


2.


리얼이가 떠나고
제로가 내 앞에 있다.

이녀석은 거칠다.

"난 거친녀석은 싫은데."라고
생각을 한다.

부드러운 것은 싫어한다.
강한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리드미컬한 손놀림을 원하는지.

타닥타닥.
두드린다. 때린다. 후려친다.

손가락이 아프다. 어께에도 손에도.
이녀석 정말 세게 튕긴다.

갑자기 나긋나긋한 녀석이 그리워진다.
외유내강한 그녀석이 생각이 난다.

못생겨도, 덩치도 크고 무거워도.
그녀석이 생각이 난다.


왠지 내가 두드려주면
부드럽게 웃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이 제로라는 녀석은
나에게 화낸다. 자꾸자꾸 화내는 느낌이다.

그러니, 더 세게 때리고
이녀석이 이제는 슬슬 꼬리를 내릴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아닌가보다.

소리도 꽥꽥 잘도 지른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녀석과 함께.

조금 지나면
다시 조강지처를 만나러.

Upgrade 조강지처냐
아니면 original 조강지처냐의 문제.


-리얼포스와 필코 제로에 대한 잡념-


***

아는 형에게 리얼이를 주었고,
그 형님은 저에게 제로를 남기고 갔습니다.

리얼이가 맘에 안든다며 다시 제로를 가지고 갔고
리얼이는 다시 제 앞에 있습니다.

리얼이를 사용하지 못할 때의
그 허전함이라니...

다시 돌아와서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얼 86이 또 눈에 걸립니다.

자꾸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