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레어도 아니고 사용한지 4일밖에 안됐지만 시간이 약간 나길래 한번 올려봅니다.


11900 블랙 버전이 확인한게 4가지 정도 있습니다. 기존의 G80-11900HRMUS와 G80-11900HVMUS. 이거 두갠 그냥 PS/2와 PS/2를 serial로 바꿔주는 커넥터 포함 정도의 차이인거 같은데 HVMUS 박스를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요새 나온 G80-11900LPMUS-2와 G80-11900LUMUS-2가 있습니다. 체리 홈페이지가서 가만히 보니까 요새 모델명 부여 방식이 예전과 약간 바뀐거 같더군요. 두번째 P와 U는 PS/2, USB방식을 말하고 블랙버전에는 -2가 붙어있습니다. 11800같은건 LPAUS입니다. 리니어끼리는 P나 U를 붙여주고 다른것들은 Q나 S같이 기존의 명칭을 붙여주는거 같습니다. 짐작은 가는데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군요.


<키보드 & 레이아웃>
뭐 워낙 유명한 모델이니까 생긴건 다들 아실테고. 체리 이색사출 키캡을 꽤 좋아하는데, 뭐니 뭐니해도 이 동글동글한 폰트가 맘에 듭니다. 역시 익히 알려진대로 뒷면에 나사가 열댓개 박혀있는데 (3000이나 1862는 뭐하러 나사를 그렇게 아낀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클립방식 고정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맘에 듭니다. 그렇다고 하우징이 아주 튼튼한건 아니어서 손으로 한번 휘어보면 안경 다리 휜걸 바닥에 놓으면 덜컹거리듯이 안맞게 됩니다. 다시 이렇게 저렇게 휘면 원상 복귀됨. (-_-)

ins, del, home, end키를 자주 쓰는 편인데 처음에 잠깐 어- 어딨지 하면서 찾았고 금방 적응됐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는데 사진중 오른쪽에 몰려 있습니다. 일단 근 10년동안 사용했던게 skm-1080과 skr-1082라는 한글 표준 자판이어서 그런지 일자형 엔터가 좀 어렵군요. 대충 오른쪽 아무대나 찍으면 엔터~ 라는게 몸에 베어있는데 자꾸 '\'가 나옵니다.

그리고 밑에 윈도우키와 또하나 저거 뭐라 그러죠, 여튼 저게 자꾸 걸리적거리는군요. 왼쪽 윈도우키는 좀 피하겠는데 (그래도 alt-L 누르려고 했는데 로그오프를 한다는니 어쩌구 그러면 절망입니다) 오른쪽은 잘 안되고 있습니다. 바꿀 수 있다면 조만간 alt-alt-ctrl-ctrl로 바꿀 생각입니다.

터치패드는 ps/2에 3700 키패드와 프로디키 키보드가 연결되있는 관계로 usb젠더로 연결했는데 팁&테크에 있는 드라이버는 안먹더군요. 사이트에 가서 좀 찾아봐야겠는데 요새 이것저것 하느라 못하고 있습니다.


<흑축 / 보강판>
역시 매우 매우 단아합니다. 3700에 붙어있는 구형이 약간 더 가벼운거 같기는 한데, 보강판 없는 키보드인데도 덜컹거림이 별로 없다는게 맘에 듭니다. 분명 리니어는 클릭이나 넌클릭에 비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재미없기는 한데, 그 묘한 진중함과 도도함이 매력입니다. 갈색축이 세련된 아가씨 풍이라면 뭐랄까, 자폐증 천재 소녀와 마주앉아있는 기분이랄까. 하여간. 멤브레인에서 나오는 리니어필하고는 차원이 틀립니다.

흑축은 맘에 들지만 체리에서 흑축을 주류로 몰고 나가는건 공정 단순화를 통한 비용 절감 말고는 별 이유 없는거 같습니다. 덩치 크고 힘센 서양놈들이라고 청축이나 갈색축보다 흑축을 유난히 더 선호할 이유가 있을까요. 알프스도 키보드 사업 이제 안 한다던데 선택의 기회가 조금씩 축소되는거 같아 좀 아쉽습니다.

보강판 이야기를 하자면. 보강판을 붙이면 당연 키감은 극상승합니다. 철판 덕분에 울림이 깨끗해지고, 자잘자잘한 잡소리들은 사라집니다. PCB만 있으면 키입력하면서 PCB도 조금씩 밀어야 되지만, 철판이 버티고 있어 기본 바닥이 튼튼해지면 스프링만 밀면 되니까 키 압력도 낮아질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메카니칼 키보드는 철판 있는것들만 주로 사용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11900을 싸용해보면서 철판이 없는 덕분에 손가락 마디에 가해지는 압력이 확실히 낮아지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상당히 살짝 살짝 치는 편인데도 요새 손가락 마디가 조금씩 아파와서 이일을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흑축 키압력이 사실 상당히 거센 편인데도 타입나우와 비교해도 손가락은 훨씬 편한 기분입니다.

물론 철판이 없으니까 약간의 덜컹거림은 남아있습니다. 3700같은 경우엔 하우징이 작아서 철판 정도는 아니더라도 키입력의 즐거움이 꽤 많이 잔존해있습니다. 그렇다면 키보드도 작은 하우징에 몇개씩 넣어 꽉꽉 조이면 키감도 살고 손가락 부담도 덜하겠지요. 그렇게 생긴게 G80-5000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_-


체리 멤브레인을 보니까 metal plate보강한 모델이 몇가지 있더군요. 너덜너덜한 멤브레인 시트 고정시키려면 보강판이 일단 필요할테니까 그런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철판이야 언제든 댈 수 있는걸테고 체리corp의 실력을 아주 높게 쳐줘서 손가락 건강을 위해서 (체리사 홈피에 가면 RSI에 대해 열라 떠들어놨죠) 전설같은 과거의 모델들과 다르게, 철판을 빼버린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키감 형편없다고 소문난 애플 프로 키보드 같은거 맨 아래 라인(스페이스바와 커맨드키 있는 라인) 키캡을 둥글게 뚝뚝 떨어트려놓은거 보면 참 잘도 이런거까지 신경써서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체리는 하우징이나 키보드 마감하는 실력이나, 인터페이스 실력이나 이런걸 봐선 그렇게 까지 신경써서 키보드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거 같습니다.


<끝>
11900도 갈축이나 청축정도로 바꾸면 갑자기 키보드 가치가 극상승 할거 같기는 한데 스위치 이식은 차후 몇년간은 안할거 같습니다. 11800정도랑 돌아가면서 사용해 볼 생각이고, 일단은 흑축을 한동안 즐겁게 사용해 보고 싶기 때문에 ^^ 그리고 요새 IWC라는 망할 놈들한데 강력 뽐뿌 받아버리는 바람에 돈을 모아야 된다는 이유도 있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