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키보드를 바꿨습니다.
먼저, 제가 요기에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부터 밝혀야겠네요.

아론 나무 키보드를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그동안 키보드를 사려고 요기조기 돌아다니며 리뷰나 사용기를 읽어봤는데요.
이 키보드에 대한 악평이 많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요. 정당한 평가는 상관이 없지만....
제가 보기엔 노력하는 기업 같은데, 피해를 봐서는 안될 것 같아서....

혹, 이 글을 읽고 아론과 관계있는 사람이 아닐까 멋대로 추측하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전 경상북도 안동이라는 시골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
아론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걸 안지도 불과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노력하는 기업인 것 같다는 평을 함부로 하는 이유는 뭘까요?

단, 하나입니다. 그동안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 이 키보드에 대한 평을 봤는데요.
평에서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것들이 즉각 즉각 제품에 반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기능키와 컨트롤 키의 배치 문제를 지적하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번에 제가 받아본 a085s에서는 아예 Fn 키를 없앴더군요.
그래서 70키에서 85키로 늘어난 모양입니다.

또 우측 상단의 아론 로고가 조잡하다는 평도 많았는데요.
이것 역시 과감히 제거를 했더군요.

전 단지 이 두 가지 점만 보고도 확 느낌이 왔습니다.
적어도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이구나.
요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꼭 요기에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소기업들 어렵다고 하잖아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선 안되잖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분들은 성공해야죠.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사용 소감을 적어보겠습니다.

전 키보드 매니아라고 할 순 없고.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키보드(DT-35)만 사용하다가 문득 싫증이 나서
새로운 키보드는 없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우연히 기계식 키보드라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만큼 키보드에는 무심했단 얘기입니다.

기계식 키보드,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비싼데 비해 대부분 디자인은 별로이고.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을 모르다보니 초보답게 디자인만 살폈나 봅니다.
암튼 이런 제 수준에 딱 맞는 키보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아론 미니 나무 키보드.
그래서 질렀죠.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무척 기대를 했습니다.
딸깍 딸깍하는 소리라는 게 어떤 느낌일까?
자판을 칠 때는 어떤 느낌일까? 등등.

현재까지는 만족입니다.
사실 조금더 중후하게 딸각거리는 소리를 예상했고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키를 가볍게 터치만 해도 확실하게 느낌이 와서
과연 타자를 치는 힘도 덜 드는 것 같습니다.

아직 자판이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 오자가 난다는 게 좀 걸리기는 한데요.
거야 차차 익숙해지겠죠.
특히, 백스페이스를 치려고 하는데, 자꾸만 '\'게 찍히네요.
뭐 금방 익숙해지겠죠.

참, 그리고 몇 가지 단점이 있던데요.
우선 키보드가 놉니다.
마치 장롱을 들여놓을 때 한 쪽이 노는 것처럼.
유격이 그리 크진 않지만, 좌측 상단의 키들을 칠 때면
바닥의 고무판 네 면 모두가 바닥에 정확히 닿아 있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하더군요.
결국 전에 쓰던 키보드에서 고무판을 떼내어 칼로 잘라서 왼쪽 위 기존 고무판에 덧붙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딱 균형이 잡히네요.
작은 부분이지만,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죠.

그리고 방향키 문제인데요.
다른 키들은 딸각하고 스위치가 눌려져야만 작동이 되는데,
이상하게 방향키는 슬쩍 손가락을 올리고 아주 약간의 압력만 줘도
키가 반응을 하네요. 특히 위쪽 방향키랑, 왼쪽 방향키가.
분명 스위치는 작동을 하지 않았는데, 커서는 벌써 움직이고 있는 거 있죠.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거슬립니다.

두 가지 문제 말고는 대만족입니다.
기계식 키보드 잘 모르지만, 저처럼 기계식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이상입니다!

참,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요. 함께 보내주는 가방은 없는 편이 낫겠습니다.
기업 이미지에 도움 안되겠네요.
좀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를 하신던가.
아니면 아예 빼는 게 나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