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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시작하며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이 헌정리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신 초코초코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필자가 키보드를 처음 접해본 것은 1990년대 초반, 삼보컴퓨터 286AT를 만져보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플로피 디스크만을 이용한 시스템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에서 벗어나 80286이 출시되고 하드디스크가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기였지요.

아마, 그 당시 제가 처음으로 만져본 데스크탑 컴퓨터에 있던 키보드가 바로 이 EAT-1010K 와 비슷한 키감을 가진

키보드였습니다, 동일한 제품인지 확인할 길은 아무리 추억을 뒤져봐도 떠오르지 않지만, 이 녀석이 주는 느낌만은 분명히

유사한 제품이라 생각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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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 세월이 흐른다고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키보드의 외관은 일반적인 키보드의 배열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현 세대의 키보드가 가진 윈도우키-편집키가 없는 고전적인 키보드로써 현재 우리가 만질 수 있는 키보드들에 비해

묵직하고 두꺼운 사출로 성형되어진 하우징, 그리고 키캡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원가 절감과 이윤추구, 그리고 컴퓨터 소모품의 가치하락과 더불어 현세대에 양산되고 있는 많은 키보드들은

이전처럼 두껍고 깔끔한 마감을 가진, 하우징과 키캡들을 가지고 있지 못한 안타까운 제품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멤브레인 뿐 아니라, 10만원 안팎의 고가에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체리-알프스

스위치를 이용하는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과 더불어 키캡들과 하우징에 생긴 선텐은 진하게 남아있지만, 그마저도 이 키보드가 가진 매력과 고급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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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이 주는 매력의 깊이

 

이 키보드는 현재도 키보드를 사랑하는 매니아층에서 가장 높은 인기와 실용성을 가진 [이색사출방식]키캡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출 자체가 얇은 두께가 아닌 두꺼운 사출이 두겹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키캡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각인 또한 현 세대의 키보드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보이나, 영문/한글각인을 함께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문각인의 사이즈를 조금 줄이고, 상당히 세련된 한글폰트를 채용하고 있어 가독성 면에서나 디자인적 측면 모두

만족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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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와 클릭감, 고급스러운 통울림의 결정판

 

이미 많은 리뷰를 거친 이 키보드는 후타바 스위치를 채용한 키보드입니다. 일반적인 버클링과는 또 다른

오묘한 타건감을 보여주는 이 작동기는,  많은 유저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체리스위치에 비해 무겁고 투박하지만

보다 강렬한 반발력을 이용해, 일반적인 체리스위치에 두꺼운 이색사출 키캡을 적용했을때 반감되기 쉬운 반발력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이 키보드를 2주간 꾸준히 사용하며 받은 가장 매력적인 클릭음은, 스위치 자체의 클릭음이 아닌 스위치가 접점을 때리고

튀어오르는 순간의 매력적인 통울림입니다.

현세대의 키보드 하우징이 가져다주는 질낮은 얇은 사출이 울리는 통울림과 달리, 묵직하고 정갈한 1010K의 하우징은

마치 질좋은 통나무로 만든 기둥을 두드릴 때 이런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은 통울림을 손가락을 거쳐 귓가까지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현 세대의 커스텀이나, 키보드 개조는 통울림을 잡는것을 커스텀의 시작으로 하는 경우도 많겠으나, 이러한 통울림이라면

기꺼이 귓가를 스쳐가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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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키보드가 생산되고, 많은 이들의 손을 거치며 세월을 지내오면서

분명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스위치도 나오고 있을 것이고, 플라스틱 사출의 수명이 영구적인 것도 아니겠지만,

이 키보드를 만지면서, 품격있는 제품이 오래 묵었을때 주는 편안한 느낌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만져볼 수 없는 스위치의 키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손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이상적인 깔끔함, 지금 이 세대에

이러한 키보드들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고의 명검은, 검 자체가 명검이기에 훌륭한 것이지만, 그 명검을 지닌 사람이 항시 최적의 상태로 검을 관리하기 때문에

명검의 자태를 유지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미 세월의 흔적과 함께, 엔터키의 상태가 많이 뻑뻑해져

타건시 새끼손가락의 피로도가 중첩되는 것을 느끼며, 조금은 아련한 슬픔이 리뷰의 끝에 서리는 것을 느껴봅니다.

 

 

부족함 많은 제 첫 키보드 리뷰를 이로써 마쳐볼까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키보드를 만져보게 될지,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최고의 만족도를 가진 키보드를 만져보게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아마 그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키보드들이 주는 기쁨을 이 1010K리뷰를 통해 처음으로

느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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