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차등을 주로 쓰면서 매우 만족하면서도 가끔 다른 물건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흘끔거리다가 이번에 기회가 닿아 두 모델을 잠시 만져보게 되었습니다. 리뷰라기보다는 간단한 소감에 가까운 사용기입니다.


1. TypeMatrix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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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Matrix의 경우 특이한 배열 때문에 눈을 잡아 끈 키보드입니다. 사선 방향으로 키가 배치되어 있는 보통의 키보드와는 달리 정방형의 키들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손가락의 부담을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는 설계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키 구조 자체는 평이한 펜타그래프 타입으로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USB용의 울트라나브를 가지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키감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펜타그래프치고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꽤 높아서 새끼손가락이 닿는 위치의 경우 조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키보드 때문에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shift를 누르는 방법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Fn키를 이용해 키보드 배열을 바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더해서 지원 배열에 Colemak까지 있다는 점을 빼면 기능 자체는 대동소이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기존의 키보드와는 매우 다른 키 배열인데, 특히나 Enter / backspace키가 가운데로 모여있다는 점이 꽤나 혼란을 주는 요소입니다. 보통의 키보드를 쓰는 감각으로 가운데 근처열 (숫자키 5,6번및 아래열)을 타이핑할 경우 십중팔구 Enter키나 backspace키를 누를 확률이 높습니다. 수직형태의 키보드 배열 또한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요소인데, 손가락이 닿는 거리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몇 달 정도 사용했는데 아직도 c/v위치가 직관적으로 닿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아무래도 리얼포스를 주로 사용하고 서브로 사용한 탓인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고, 지금도 두 키보드를 번갈아 가며 쓰는 입장이라 제조사가 주장하는 정확도 향상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특이한 맛에 구입하긴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쉽게 추천할 만한 키보드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p.s : 키보드와 함께 팔고 있는 키스킨의 경우 어지간하면 구입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재질이 꽤 두껍고 키와 키스킨 사이에 공백이 살짝 생겨서 키감을 크게 떨어뜨리고 손가락 관절에 적지 않은 무리를 줍니다. 키에 때가 잘 타는 재질이라 구입해봤는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2. Code Key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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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이름을 자주 들어봤던 Jeff Atwood(http://blog.codinghorror.com/the-code-keyboard/)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때문에 적지 않은 호기심이 생겼던 키보드였습니다. 코딩이 업인 사람이 신경썼으니 아무래도 내가 코딩할때도 코드가 백배쯤 잘..타이핑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도 조금 있기는 했네요. 제조사 사이트의 사진으로 본 모양새도 꽤나 단단하고 이뻤던 것 또한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처음 발매된 버전이 체리 백축, 그리고 뒤이어 체리 녹축모델이 발매되었는데 한동안 백축 재고가 없다가 이번에 입고되었길래 냉큼 주문을 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실망한 부분은 모양새 자체인데, 디자인은 제조사에서 올려둔 사진과 동일했지만 키캡의 재질이 문제였습니다. 리얼포스류의 키캡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매끈하게 코팅되어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광택 있는 플라스틱 코팅을 만질때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키캡에 키보드 라이팅 처리를 해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늘 만지고 살아야 하는 키캡 재질이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사진을 보고 했던 예상과는 꽤 달라서 당황했습니다.


두번째는 키감인데.. 이부분은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가 주는 이미지인 경쾌한 탄성과는 다르게 압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멤브레인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키를 누르면 약하게 찌걱거린다는 느낌에 가까운 정도로 키가 눌려들어가고 다시 튀어나오는 감각 또한 거의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백축의 특성이 원래 이런건지 아니면 키보드 설계 자체의 방향성이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제품은 결국 환불처리를 했는데, 환불하면서 본 걸로는 특별히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던 걸로 보아 일단 백축 모델은 모두 유사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능면에서는 딥스위치를 이용한 커스터마이징의 폭이 비교적 넓고, 라이팅도 나쁘지 않으며, 디자인 또한 외관으로 보기에는 단정한 편입니다만 키감이 예상과는 적지 않게 달라 결국 환불하게 된 제품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른 백축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는데 일단은 환불해버린만치 다른 키보드를 구매해 볼까, 한다면 어떤 모델이 좋을까 고민을 해보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마우스와 키보드는 크기 비교를 위해 부러 놓아두고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