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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키보드의 취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을 하다보니까 키보드는 마치 신발과 같은 느낌이 든다.

등산을 할 때 구두를 신고 산에 못가는 것은 아니다. 볼링을 칠때 운동화를 신고 못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듯 장소와 상황에 따라서 우리는 몇가지 그 곳에 어울리는 신발을 착용하고 행동을 하게 된다.  꼭 등산화가 아니더라도 발을 보호하고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을 준비하거나 조깅을 위해서 가벼운 운동화를 준비하거나 자주는 아니지만 예식을 위해서 구두를 준비 하듯이 꼭 맞는 상황이 아닐지라도 범용에 가까운 것들 하나씩은 준비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는 키보드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주로 하는 작업은 프로그램, 기획서, 집필, 포토샵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뭐 타이핑이 거기서 거기겠지만..." 이라고 생각하겠지만...(뭐 사실 거기서 거기다...) 나름 키보드를 취미로 하는데 최소한 상황에 따른 키보드를 한대쯤은 가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집필에 사용하기 위한 키보드를 한대 튜닝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건

타이핑의 스타일은 다양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조건의 튜닝은 되도록이면 리듬을 최소한으로 처리하고 키보드의 잡음을 줄이는 것이 최적의 목표였다. 필자에게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중에서 필자가 먼저 질의 하는 것은 키보드를 어디에 사용하는가?와 아마도 타건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 만큼 같은 키보드라고 해도 게임에 사용하는 것과 개발에 사용하는 것은 사용하는 키나 타건의 방법이 자연스럽게 변경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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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을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타건의 방법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는 개발이나 기획서를 쓸 땐 손목이 팜레스트에서 거의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개발시에는 키압이 높은게 튜닝이 된 변흑이나 MY스위치를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면 1부터 10까지 다 타이핑하는 것이 아니고, 알고리짐과 로직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개발을 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그렇게 일시적으로 바쁘고 쉬었다가 다시 바쁘고 하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의 속도와 타이핑의 속도는 비슷해야만 한다. 타이핑에 신경을 쓰다가는 또는 타건음의 리드미컬함에 빠지다보면 머리속의 생각들은 사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씩 튜닝을 하기 시작했다.

  1. 구분감의 존재
  2. 잡음 제거
    - 스프링의 이음
    - 스테빌라이져의 소음 제거
  3. 가벼운 키스트록과 스프링의 빠른 회복력

구분감의 존재

구분감은 청축,갈축,흑축 등등의 다양한 구분감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원하는 구분감은 청각적인 요소보다는 손가락의 감각적인 요소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흑축 슬라이더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

많은 변태 작업중에서 변흑의 기본적인 개념은 쫀득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키압을 낮춰서 리니어의 장벽을 낮추는 것에 그 의미가 깊다. 그러나 반대로 키압을 더 높게 가는 경우도 있으니 그 것은 잘못하면 과유불급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필자가 구한 것은 구형 흑축이다. 아무래도 신형과의 차이를 체감키는 어렵지만 구형 흑축은 신형보다 훨씬 부드럽고 단단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키압을 낮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흐느적 흐느적하는 되는 부분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였다.


필자도 초보 시절에도 그랬고 많은 유저들이 다른 키압이나 다른 스위치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것은 실제로 처음에만 신기한 일이지 사실 오랜 시간 사용할 땐 리드미컬한 타이핑을 하기 힘든 이질감을 갖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기성 제품에서도 스페이스바 또는 ESC키의 키압이나 스위치를 다른 것을 사용해서 구분감을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것은 특수키가 가지는 하나의 또 다른 리듬감인 것이다. 마치 드럼의 더블베이스와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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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그런 구분감을 위해서 엔터키와 백스페이스키는 백축의 스프링과 회축의 스프링이 사용이 되었다. 키압을 다른 것과 다르게 높은 것을 사용했던 이유는 집필 과정에서 엔터키는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파파파파팍 탕... 이렇게 던지는 키이며 최소한 치는 힘 자체가 달라서 높은 스프링을 이용한 구분감을 적용했다.


잡음의 제거


"키보드의 튜닝의 기본은 구리스칠이나 스위치 교체보다 제일 먼저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키캡들을 꼭꼭 눌러서 스위치와의 체결을 강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키감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진다."



필자가 선택한 스프링은 구형 청축 스프링이였다. 돌치 키보드에서 추출했다. 청축과 갈축 스프링의 최대의 단점은 스프링의 이음이다. "티~이잉잉이잉"하는 이음은 사실 예민한 유저라면 그렇게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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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코팅이 좀 더 잘된 구형 청축 스프링을 사용했고, 스티커 작업을 통해서 스위치의 체결을 높혀서 스프링의 이음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에는 스티커 작업을 하지 않았을 때는 적축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스티커 작업 이 후에는 조용한 킬러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할 정도로 정숙하면서도 이음들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잡아야 할 소음은 바로 스테빌라이져의 소음이다.

스테빌라이져의 소음의 30%는 스테빌라이져를 제대로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고, 20%는 키캡을 제대로 장착하는 것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거기에 구리스 또는 윤활작업이나 상황에 맞게 스테빌라이져를 잡아주는 플라스틱을 갈아만 주면 훨씬 안정적인 키감과 소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필코1 계열의 스테빌라이져의 경우에는 이질 물질인 ㄷ자 보형물 때문에 그 안에서 따로 놀아나는 스테빌라이져의 소음을 잡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그런 경우에는 실리콘 구리스 밖에 답이 없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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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용한 스테빌라이져는 포커X에서 추출된 플라스틱과 구형 돌치에서 추출된 스테빌라이져 철사(?)를 사용했고 녹방지를 위한 방청제를 이용하여 소음을 잡았다. 마침 구리스가 바닥이 난 것으로 많은 테스트를 했는데 필자의 지인에게 얻은 수용성 구리스에 철사(?)를 윤활을 했는데 실리콘 구리스 만큼 소음이 잡히면서도 끈적이는 듯한 느낌이 많이 없어서 되려 만족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스페이스바는 그 길이 때문인지 실리콘 구리스만큼의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중앙부에서는 스테빌라이져의 소음이 살짝 발생하지만 다른 키보드보다는 그 소리가 훨씬 작은 편이고, 양쪽 가에는 거의 소리가 없다.


키캡

변흑과 스티커 작업이 완료가 되었다면 이 녀석에게 맞는 키캡을 선물해줘야 한다. 저소음이면서 고속타이핑을 위해서라면 어떤 키캡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필자가 생각한 것은 둘중에 하나였다. 무거운 키캡을 사용할 것인가? 가벼운 키캡을 사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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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지만 무게만큼은 두꺼운 이색과 같았던 승화키캡을 장착했을 때 키압이 조금은 가벼웠지만 승화키캡의 까글함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았다. 왜냐면 미끄럽게 흘러나가야 하는데 키캡에서 느껴지는 까글한 구분감이 그 것을 조금 방해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 끝에 이 키보드에게 필요한 키캡은 이색사출 키캡이나 ABS 키캡이 잘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두꺼운 이색의 경우에는 무게때문에 키압이 더 낮아져서 손목에 무리가 가벼운 키캡보다 높게 느꼈다. 필코나 FC200R의 키캡은 키캡의 높아져서 키스트록이 깊어지는 관계로 고속 타이핑시 옆의 키캡에 손가락이 걸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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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이 녀석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키캡은 바로 돌치 레플리카라고 판단을 했고, 키매냐 회원님의 도움으로 이 키캡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결론

튜닝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방법으로는 디숄더링을 해서 스위치를 바꾸고 하우징을 만들고, 기판을 만들고... 이러한 모든 튜닝의 정점에는 "나에게 맞는..." 키보드를 찾는 것이 그 목적일 것이다.  필자는 손재주가 없어도 이론보다는 실적에 맞게 적용해보는 것이 익숙해서 인지 무조건 뜯어보고 만들어보고 후회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리뷰에서는 튜닝된 것, 커스텀된 것 또는 공구 된 제품에 대해서는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단점이 없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그 것은 아마도 그 것들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 있고 그 것을 느껴지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결국 필자는 냉철한 제품을 분석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리뷰어는 아닌 것이다. 성격자체도 포가티브적인 성향으로 인해서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먼저 보려는 성향이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제품이라도 단점은 없지만 오류마져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것은 단점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개선사항이면서 다음 번에는 더 좋은 것을 만들 원동력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10여년전 국기봉이라는 프로게이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그 인터뷰에서 기자는 국기봉에게 "당신의 좌우명은 뭔가요?"라는 질문으로 기억되는데, 국기봉의 답변이 필자에게는 가슴에 팍팍 내려앉았던 적이 있었다.


"내 좌우명은 업그레이드 입니다."


업그레이드, 지속적으로 자신을 가꾸고 발전 시키겠다는 말 아니겠는가?

키보드의 튜닝은 답이 없다.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을 해야하며 그 결과가 그 물리적인 시간 만큼의 댓가로 오진 않는 것 같다. 내가 구두를 신고 등산을 하던 수영을 하던 그 것은 내 자유다. 그 것은 잘 못된 것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오류 인 것이다. 

설령 그 것이 심각한 오류 일지라도 즐기면 된다. 우리의 인생은 계속 업그레이드 될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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