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캐너 게시판 첫번째 글로 제가 작년에 작성한 후지쓰 fi-6130 사용기를 일부 수정해 올립니다.

원래 제가 쓰던 스캐너는 스캔스냅 S1500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기종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1) 의외로 잦은 2중급지
 - 오래된 책이라거나 종이가 얇은 경우엔 10여 장 단위로 2중급지가 일어납니다. 초음파 센서로 2중급지가 일어났는지 여부는 잘 감지해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번거롭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2) 스캔 결과물이 삐뚤빼뚤하다
 - 급지 장치의 한계인지, 기기 자체의 보정 능력의 한계인지, 스캔을 하면 좀 삐뚤빼뚤하게 스캔됩니다. 소설책이나 잡지를 스캔할 땐 별로 눈에 안 띄지만 만화책이나 일러스트 등을 스캔하면 티가 확 납니다.
3) 먼지에 취약하다
 - 스캔 원고에 먼지나 잡티가 묻은 경우 스캔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녹색, 적색, 파란색의 선이 길게 쭉쭉 생깁니다. 흑백 스캔일 땐 눈에 안 띄는데 컬러 스캔일 때는 문제가 다릅니다. 그것도 한두 장도 아니고 열 장 넘게 이런 원고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죠.

상급 기종인 fi 시리즈는 어떨까 싶었지만, 스캔스냅과는 2배 이상 차이나는 가격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5월경, 옥션에서 구기종인 fi-6130의 중고를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렀습니다.

처음에는 주문품과 다르게 fi-6110이 오는 트러블도 있었습니다만, 다시 교환받은 제품은 정확하게 fi-6130이었습니다. 밑에 붙어있는 레이블을 보면 2009년도부터 병원에서 사용한 제품입니다. 판매자 말에 따르면 실사용기간은 6개월 정도라고 하는데, 글쎄, 아마 그보다는 더 되겠죠. 중고품답게 외관은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닙니다.

어쨌건 실제로 사용해 본 소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스캔스냅하곤 역시 다르군!"

일단 위에 언급한 스캔스냅의 문제들입니다만, fi-6130은 1) 급지 장치가 달라서 그런지 2중급지 자체가 잘 안 일어납니다. 2) 선이 삐뚤빼뚤한 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3) 먼지 때문에 선이 생기는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빈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생긴다 해도 원고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 생기는 정도고 여러 장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외에 다른 장점도 많습니다. 해상도 자체는 600dpi로 스캔스냅과 비슷한 정도지만  스캔 속도는 그보다 약간 빠른 편입니다. 그리고 TWAIN 드라이버를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그래픽 소프트웨어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캔시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설정해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단점도 그만큼 뚜렷합니다. 중고품이라 번들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알아서 웹사이트를 찾아 드라이버 등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합니다. 게다가 업무용 기기라 그런지 스캔스냅보다 사용자 편의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디폴트 설정에선 2중 급지 검출이 아예 OFF 상태태로 되어 있더군요). 급지 트레이가 항상 열려 있는 상태라 평상시엔 먼지가 들어가 쌓일 수도 있거니와, 공간도 좀 더 많이 차지하게 됩니다.
컬러/흑백 자동 인식 기능은 아예 없고, 용지 크기 자동인식 기능은 스캔스냅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이건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전 만화책을 스캔하려고 fi-6130을 활용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용지 자동인식이 잘 안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고정된 크기로 스캐닝을 한 다음, etiltran으로 크로핑하고 각도를 조절하는 등 후보정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더군요

그러나 이 정도 단점은 용서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마사토끼 원작의 [너와 나의 선]을 컬러로 스캔한 뒤 흑백으로 변환, 감마 값을 조정한 이미지입니다. 선이 이그러지거나 삐뚤빼뚤하게 스캔된 부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18.jpg

작년에 제가 옥션에 중고로 구입할 땐 34만원에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중고가 완전히 씨가 말랐더군요. 신품은 130만원 이상, 후속기인 6130z나 6140은 그보다 더 비쌉니다. 개인이 구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사실 최근 나온 신기종인 후지쓰 ix-500에선 s1500의 결점이 상당부분 보완됐다고 합니다. 급지 장치를 fi 시리즈와 비슷한 것으로 개선하고, CIS 센서를 탑재해서 원고가 삐뚤빼뚤하게 스캔되는 현상이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ix-500 의 성능에 만족할 수 있다면 굳이 fi 시리즈를 탐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fi 시리즈는 업무용 기기답게 굉장히 불친절한 스캐너라 사용하기 까다로우니까요. 북스캔 초보자라면 스캔스냅으로 시작하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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