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플라스틱 관련 글을 하나 썼습니다. 각 플라스틱의 물리적 성질에 대해서 리서치를 해서 정리를 해봤는데요, 이번에는 각 플라스틱의 화학적 성질에 대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여기 다루고자하는 화학적 성질이란 "화학약품에 접촉했을 때 얼마나 잘 견뎌내는가"입니다.

화학약품이 키보드에 닿을 일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네요. 
1. 일차적으로 세척용으로 사용하는 화학약품들이 있습니다. 
2. 이차적으로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들이 있겠습니다. 
1) 오래 사용한 안경 다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안경을 쓰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안경이라면 마찰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화학물질때무에 부식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2) 우리 몸이 지방을 분해하면서 Ketone이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이 물질이 아세톤으로 변형되서 배출됩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Ketone_bodies ) 여기 위키에서는 오줌이나 호흡기로 배출된다고 하는데 땀으로 배출 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네요. 

좋은 키캡은 화학 약품에 잘 견디는 성질을 가져야겠죠?

세척, 소독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알콜류 그리고 몇몇 솔벤트류에 대해서 각 플라스틱이 얼마나 잘 견디는지 제가 찾은 부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수많은 화학 약품중에서 다음을 골라서 ABS, PBT, POM이 얼마나 잘 견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한국의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에틸알콜
2. 미국의 약국에서 소독 알콜로 구할 수 있는 이소프로필 알콜
3. 아세톤 (정제되지 않은 알콜에 "소량" 들어있다고 합니다. 출처3. 이탈리에서는 소독용 알콜에 아세톤을 꼭 첨가해야하는 법이있다고 합니다)
4. 메틸알콜 (정제되지 않은 알콜에 "소량" 들어있다고 합니다. 출처3)


다음은 아래 표에 쓰인 기호의 의미입니다. 출처2의 등급은 A, B, C로 나뉘어져있지 않았지만 제가 표시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등급을 매겼습니다. 
- NA는 정보 없음을 뜻합니다. 
- A1, B1, C1, D1 은 출처1에서의 등급입니다.
- A1 = Excellent.
- B1 = Good -- Minor Effect, slight corrosion or discoloration.
- C1 = Fair -- Moderate Effect, not recommended for continuous use. Softening, loss of strength, swelling may occur.
- D1 = Severe Effect, not recommended for ANY use.
- A2, B2, C2 은 출처2에서의 등급입니다.
- A2 = Good resistance
- B2 = Average resistance depending on condition
- C2 = Insufficient resistance (not recommended)


1. 에틸알콜
ABS: B1, NA
PBT: NA, A2
POM: A1, A2
에틸알콜에 견디는 정도
ABS<PBT=POM

2. 이소프로필 알콜
ABS: NA, NA
PBT: NA, A2
POM: A1, NA
이소프로필 알콜에 견디는 정도
PBT=POM
(제 실험의 결과에서는 ABS<<PBT=POM)

3. 아세톤
ABS: D1, NA
PBT: NA, B2
POM: A1, B2
아세톤에 견디는 정도
ABS<<<PBT=POM

4. 메틸알콜
ABS: D1, NA
PBT: NA, B2
POM: A1, A2
메틸 알콜에 견디는 정도
ABS<<<PBT<POM

5. 락스(sodium hypochlorite) - 추가합니다.
ABS: B1, NA
POM: D1,NA
밑의 추가1 항목을 참고하세요.

알콜 사용시 주의 사항

위 결과는 플라스틱과 화학약품과 반응을 정리한 것입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괜찮은 내성을 가지고있다고해서 안심하고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일례로 제 해피해킹 하우징은 ABS인데 이소프로필 알콜로 닦았다가 얼룩이졌습니다. ( 넌슬립 패드 + 알콜 + 해피해킹 먹색 하우징 = ㅠㅠ , http://www.kbdmania.net/xe/3590725 ) 해피해킹 하우징의 내부와 외부를 테스트해본 결과 ABS 플라스틱 하우징에 일종의 도색이 되어있고, 이소프로필 알콜이 도색을 일부 녹여낸다는 잠정적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도색이 되어있지 않은 내부 하우징은 쉽게 얼룩이 지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사용할 화학 물질이 플라스틱에 안전하다고 알고 있다고해도 도색이되어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해피해킹에 도색이되어있는지 이번 이소프로필로 얼룩을 만들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멓게 묻어나오길래 때가 나오는구나하고 신나게 문질렀는데, 도료가 묻어나오는 것이더군요 ㅠㅠ)

이소프로필 알콜이 다른 종류의 ABS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MS 블루투스 키보드에 있는 스페이스바에 알콜을 묻힌 면봉을 문질러봤습니다. 얼룩이 지고 허옇게 되더군요. 투명한 키캡이라서 그런지 더 많이 티가 납니다. 손기름을 묻혔더니 아주 나쁘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손상이 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ABS 플라스틱이 언제나 손상이 가는 것은 아니더군요. 시그네처 플라스틱에서 구입한 이중사출 Esc키에 같은 방법으로 문질러봤습니다. 변형이 생기거나 표면에 얼룩이 생기지 않더군요. 그래서 면봉이 허용하는 만큼 조금 더 박박 문질러봤는데 위의 두 경우 처럼 얼룩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론

1. 알콜은 휘발성이 강해서 세척에 쓰인다고해도 금방 날아가기때문에 위에 제가 매긴 B 등급이상만되도 빠르게 금방 닦아내는 용도로는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하지만, 위에 제가 경험했던 해피해킹의 경우처럼 도색이 되어있다면 도료와 화학약품이 반응해서 도색이 일부 벗겨질 수 있습니다.
3. 또 화학 물질을 흠뻑 묻혀서 문지르는 경우 표면이 상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알콜에는 불순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소량의 불순물이 "미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미세한 영향은 얼룩 및 외관에 미세한 흠으로 나타날 것 입니다. 특히 투명한 재질이거나 검정색 재질일 경우 얼룩이 더 잘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알콜이나 세제를 사용하실 때는 안보이는 곳에 실험을 해본 후, 필요한 만큼만, 과하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5. 인체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은 사실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무시해도 좋을만 한 것인지 정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크게 다루지 않고 단순 참고용으로 놔두겠습니다.


덧 붙이는 글

저는 이공계 전공도 아니고 화학관련 지식은 고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 지식에 권위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참고한 문헌(특히 출처1과 출처2)은 믿을만하고 권위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실험 결과중 출처1의 등급은 48시간 동안 온도를 바꿔가며 담궈놓는 실험에서, 출처2의 등급은 컨베이어 벨트에 사용할 부품을 염두해놓은 실험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청소 용도로 잠깐 쓸건데 위 결과가 무의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콜마다 불순물의 정도도 다르고 사람마다 청소하는 방법도 다르니 참고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끼는 장비의 가격이 한두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한번의 실수로 아끼는 장비가 얼룩지는 것 보다 조금 더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출처 1: http://www.coleparmer.com/Chemical-Resistance
A1 = Excellent.
B1 = Good -- Minor Effect, slight corrosion or discoloration.
C1 = Fair -- Moderate Effect, not recommended for continuous use. Softening, loss of strength, swelling may occur.
D1 = Severe Effect, not recommended for ANY use.

출처 1의 주의 사항
The information in this chart has been supplied to Cole-Parmer by other reputable sources and is to be used ONLY as a guide in selecting equipment for appropriate chemical compatibility. Before permanent installation, test the equipment with the chemicals and under the specific conditions of your application.

Ratings of chemical behavior listed in this chart apply at a 48-hr exposure period. Cole-Parmer has no knowledge of possible effects beyond this period. Cole-Parmer does not warrant (neither express nor implied) that the information in this chart is accurate or complete or that any material is suitable for any purpose. 

출처 2: http://www.solusii.com/PDFs/Issue6-SMP-index.pdf
A2 = Good resistance
B2 = Average resistance depending on condition
C2 = Insufficient resistance (not recommended)

출처 2의 주의사항
Data shown in this table was taken from laboratory tests performed on unstrained samples and are merely indicative. Chemical resistance under normal working conditions can depend on various factors, such as stress and temperature, concentration of the chemical agent and duration of its effects.

출처3: http://chinsm.egloos.com/6544143 특별한 정제 과정을 거친 미국 다우 케미컬사의 에탄올의 광고 글입니다.
"에탄올에 잔류하는 불순물은 제품 생산에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줍니다. 화장품 제조용으로 사용할때는
에탄올에 잔류하는 메탄올, 아세톤과 같은 독성 물질은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하며,..."

약국에서 파는 에탄올이 어떤 정제 과정을 거친 것인지 얼마만큼의 불순물을 허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그 저렴한 가격에서 유추해봤을 때 불순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순물에 관련해서 구글링을 해봤지만, 믿을만한 소스가 없더군요. 광고글이 얼마나 믿을만한지 의심의 여지는 있습니다. 


추가1:
세척에 많이들 사용하시는 락스는 ABS에 큰 해를 미치지는 않지만(B1 등급), POM에는 큰 해를 미칩니다(D1 등급)
ABS 수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대한 설명은 여기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retr0bright.wikispaces.com/Using+Hypochlorite
POM이 일반적인 알콜 계열에는 강한 화학적 내성을 보여주지만 락스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군요.

락스는 위키피디아 글( http://en.wikipedia.org/wiki/Bleach )에 의하면 3–6%의 sodium hypochlorite가 포함되어있고 위 등급(B1,D1)은 각 플라스틱과  sodium hypochlorite 20% 용액과 반응해서 얻어진 결과입니다. 락스가 낮은 농도이기는 하지만 높은 농도에서 해를 미치지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PBT가 락스 성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위 두 소스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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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ings are subject to interpretation whichever interpretation prevails at a given time is a function of power and not truth.
- Friedrich Nietzs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