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는 얘기 한 번 더 해봅니다.
틀린 부분이 있을 것이니,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키캡의 중심선과 다음 키캡의 중심선 사이를 피치 (Pitch)라고 규정한다.  일반적인 키보드 피치는 19.05mm이다.
이 요상한 수치의 비밀은 간단하다. 인치(") 단위를 mm 단위로 환산했기 때문이다. 인치 단위로 보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즉, 일반적인 키보드의 피치는 3/4"이다. 

keyboardPitch.jpg 
근데, 왜 3/4"인가..... 자를 들고 손가락 폭을 재 보면 대충 그렇다 (인치 단위 눈금자). 동서양이 비슷하다.

근데, 피치는 왜 하필 중심선 사이를 재는가..... 그냥 키캡 한 개 폭을 재면 쉬운데..

키보드의 조상은 타자기이다. 타자기는 기계 덩어리이다.  당시에 키를 누른다는 행위는, 키캡의 크기보다는 눌린 힘을 전달하는 막대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막대기는 키캡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 막대기와 다음 막대기 사이의 거리가 중요한 치수이다. 그래서 피치는 피치 못하게 각 키캡의 중심선 사이를 측정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SimplerTHANhhk.jpg 
 Typewriter Pitch.jpg

아래는 도식으로 표현했다. 첫 행의 숫자는 한 피치의 8등분을 의미한다. 즉, 등분 숫자 하나 당 3/32"이다. 색깔 입힌 부분은 힘을 전달하는 쇠막대기이고, 빈 공간은 쇠막대기 사이 빈 공간이다. (기계 덩어리이므로)... 아래 네 행의 숫자는 키캡의 크기이다. 즉, 순서대로 아래로 문자열 (Size 1), 탭 (Size 1.5), 캡스락 (Size 1.75), 좌시프트 (Size 2.25) 키이다. 
TypewriterANDkeyboardPitch.jpg 

첫 번째 행의 모든 키에서 피치는 3/4" (19.05mm)로 균일하게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행의 첫 번째 키눌림막대에서는 고민이 하나  발생한다. 첫 번째 행의 첫 번째 키눌림막대 다음에서 빈 공간을 한 등분 확보하고, 막대 두께도 한 등분 확보해야 하므로, 이 키눌림막대의 시작 위치는 위의 행보다 약간 우측으로 밀린다 (2등분). 그러면서도 키캡은 좌선의 하우징에 정렬해야 하므로 키캡은 당근 (4등분) 커지게 된다. 세 번째 행은 공간 한 등분만 확보했고 (실물 막대기라서 그런지 중앙선이라는 가상선을 상정하지는 않고 한 번은 막대기를 포함하여 그 우측에서 치수를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막대기는 쏙 빼고 그 좌측을 기준으로 치수를 결정한다), 네 번째 행은 두 번째 행처럼 공간 및 막대 두께까지 치수에 넣었다. 이렇게 조금씩 더더더 우측으로 엇갈림이 발생하면서 각각의 첫 번째 키캡은 점점점 기형적으로 커진다. 이후 이런 식으로 한 개 열에서 네 개 (숫자행, Q행, A행, Z행) 키는 동일한 피치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지속적으로 엇갈리고, 우측 끝에 도달하면 동일한 논리로 키캡의 크기를 키우면서 마감한다.

Typewriter_Arrangements_Revisited.jpg 

이와 같이 기계식 타자기에서 유래하는 물리적인 키의 배열 및 크기는 구닥다리 유산이므로, 현대의 비기계식(?) 키보드가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일종의 표준 (?)이라서 그런지 계속 반복되며, 그나마 개량했다고 한 것들도 영 마땅치는 않다.


 

 

동시입력 6키를 시도하다가 꼬였다.  (위키피디아).

Original NkeyRollOver.jpg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고, 타자수들이 너무 빨리 입력하면 기계가 엉키므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되도록이면 자판을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서, 헛갈리게 하여, 아주 느리게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 QWERTY 배열 자판의 기본 철학이라는 설이 매우 유력하다. 이와 같은 자판의 논리적인 배열 역시도 부동의 표준이지만, 상술한 자판의 엇갈린 물리적인 배열과는 달리 단 몇 분 안에 완전히 새로운 배열이 세팅될 수 있으므로 쿼티건 드보락이건 콜맥이건 두벌이건 세벌이건 큰 의미는 별로 없다.


물리적인 그리고 논리적인 바운다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Just Free Your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