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곤입니다.


이 글을 자게에 쓸지 어디에 쓸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분명 팁/테크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있는데, 자게에 묻어버리기에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까울 듯 해서...

이렇게 팁/테크에 올려놓습니다.


체리의 구형 스위치와 신형 스위치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그러면 왜 체리는 질 좋은 구형 스위치를 생산 중단하고 신형 스위치를 생산하게 되었을까요?

현재까지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것은 "금형"에 대한 것입니다만,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키보드들을 뜯어보면 ~2000~2001년 정도까지 생산된 키보드들은 대개 구형 스위치라 부를만한 녀석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고, 2001년에서 후대로 멀어질수록 신형 스위치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간의 경계점 언저리에 유럽의 RoHS 규제가 놓여 있습니다.


RoHS란 여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제가 말씀드릴 내용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유해물질 중 납(Pb)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키보드를 생산하는 자동공정라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납은 크게 유연납과 무연납으로 나뉘어 집니다.

유연납은 납(Pb)과 주석(Sn)의 비율이 대략 63:37 정도 됩니다. 이 비율의 합금에서 녹는점이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대략 183도 정도 입니다.

무연납의 경우에는 고급형과 저가형이 있는데, 고급형의 경우 주석이 96%이상에 은(Ag)을 3~3.5%포함하고 0.5%정도의 구리(Cu)와 기타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녹는점은 대략 217도 정도이고, 은이 포함되어 가격이 비쌉니다.


저가형 무연납은 주석이 대부분이고 은(Ag)은 포함되지 않으며 구리(Cu)와 다른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납(Solder)은 녹는점이 약 227도 정도이고, 퍼짐성/젖음성 등이 은을 포함한 고급형 무연납에 비해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작업성이 안좋습니다.


RoHS가 적용되면, 이렇게 "작업온도"가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사용되는 부품에 있어서도 내열성을 더 고려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유연 솔더의 183도와 무연 솔더의 227도는 작업온도 44도의 차이이지만, 실제 작업성까지 고려한다면 온도를 44도 올리는 것으로는 작업 불가입니다. 최소한 60도 이상 올려야 가능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납땜을 많이 해보신 분들은 의문점이 드실겁니다.

어... 나는 납땜할 때 350도(고급형 인두기들이 무연납 작업에 세팅하는 온도입니다. 저가형은 훨씬 높게 설정해야 작업이 가능하지요...)에 맞춰놓고 작업하는데, 그래도 스위치 녹거나 키감 변하는거 없던데...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키보드의 스위치 납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공장에서 키보드를 생산할 때 사람이 손으로 납땜하지를 않습니다.

PCB에 스위치를 모두 꽂아놓고 솔더웨이브로 납땜을 합니다. 솔더웨이브란 말 그대로, 솔더(납, Pb의 의미가 아닙니다.)를 액체 상태로 녹여서 찰랑찰랑 물결이 치도록 하고, 그위에 PCB를 동박에 플럭스를 먹인 상태에서 닿을락 말락한 정도로 가져다 대면 물결치는 납이 플럭스가 발려진 동박에 달라붙습니다.

물론 공정에서는 이것이 횡으로 이동하며 차례차례 작업되게 되지요.

(체리 스위치 데이터 시트를 보면 

Solderability:Wave solder, 5 seconds at 500°F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화씨 500도면 섭씨로 대략 섭씨 260도 정도입니다.)


수납땜의 경우 숙련자가 작업하면 접점 하나 납땜하는데 1초 내외면 끝나기때문에 RoHS규제 이전의 스위치(열에 약한 구형 스위치) 작업에서 팁온도가 350도로 맞춰지더라도 그 열이 하부 하우징, 나아가 슬라이더에 전달되어 변형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대로 솔더웨이브에 통과시키게 되면 그건 최소한 5초(체리에서는 260도에 5초라고 했지만, 은이 포함된 무연납을 쓰지 않는 한 저렇게 낮은 온도에서 저 시간으로 되긴 힘들겁니다. 아마도 체리를 제외한 제조사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작업을 할겁니다. 제아무리 프리히팅을 하고 솔더웨이브 통과시키더라도 저가형 무연납을 쓰면서 저 시간 이하로 작업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상 노출되게 됩니다.

스위치가 열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단순한 온도 뿐 아니라 시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체리에서 저 스펙으로 생산한다는 의미는, 실제 스위치의 열변형점은 저보다 높을겁니다.(슬라이더의 경우에는 살짝 더 높은 듯 싶고, 스위치 하우징의 경우에는 여유폭이 거의 없는 듯 싶습니다.)

그래도 하부하우징이 열에 노출되기는 하는지, RoHS적용되어 생산된 키보드(스위치가 아니라 키보드 입니다.)들은 스위치 하부하우징의 중앙기둥 부분을 보면 열에 우그러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은이 포함된 고급형의 무연솔더와 단면기판을 사용하는 체리 순정 키보드 조차도요...

(무연 은납을 사용하는 메이커는 체리 순정 외에는 못봤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더 높은 열에 노출시켜야 할겁니다.

이유는 2가지 입니다.

1. 은납이 아닌 일반 무연솔더(저가형)를 사용합니다. 작업성이 나쁘니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2. 기판이 단면기판이 아닌 양면기판을 사용합니다.

(양면기판의 경우 단면기판에 비해 더 많은 열량이 가해져야 작업이 됩니다. 마제2 기판을 보면 스위치 동박 주위로 써멀 릴리프(납땜시 열이 동박을 타고 주위로 퍼져버려 작업이 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 전도율을 낮출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계세요.)가 되어 있는데, 이것은 사용자가 개조하기 쉽게 하거나 시각적 디자인을 위해 그리 한 것이 아닙니다. 공정 작업시 조금이라도 열을 덜 먹이려는 아이디어입니다.)


결론적으로, RoHS가 적용되면서 무연납에 대응하기 위해 플라스틱 자체의 내열성이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했고, 체리 스위치 키감의 변화는 "금형"의 변화보다는 "소재"자체의 변화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퇴고 없이 한번에 써내려간 글이라 흐름이 일정치 못하고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나... X떡같이 말씀드려도 찰떡같이 이애하실 줄 믿으며... 이만 줄입니다. ^^;

(점심시간 이미 시작인데... 배고파서 더 못쓰겠습니다. ㅜㅜ)



P.S. 내용을 조금 추가합니다.

플라스틱의 소재의 변화라는 것은 POM이 아닌 다른 소재를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POM의 범위에서 세부적인 조성을 달리한다는 의미입니다.

곤방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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