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넘에게 선물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장터에서 리얼 86을 오늘 거래했었습니다.
저녁에 불렀죠.

친구 曰, "야~ WASD 키가 좀 이상해!"
팰리스 曰, "당연하지 차등인데, 이게 새끼손가락 편하게 하기 위해 그런거야."
친구 曰, "이럼 AVA 할때 이상하잖아."
팰리스 曰, "쓰글~ 비싼 거니깐 걍 써~!"
잠시 화장실 간 사이, 친구넘이 "야~ 간다. 잘 쓸께" 하고 가버리더군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나와서 보니 역시나, 다른 키보드를 들고 튀었내요.

결국, 본 주인이었을 사람에게 버림받고 내 앞에 놓인 리얼 86을 애처로이 쳐다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도, 차등 안 좋아하는데...'

그러다 문득 전에 저질러보고 싶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변태 86 프로젝트...

일단, 86이 옷을 다 벗깁니다.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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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썹니다.
하우징이 아니라, 러버돔 시트를 ...
리얼이의 차등키압은 러버돔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각 키압별로 제단해서 절단했습니다.
자를때는 과감히...
고맙게도 토프레사가 제단라인과 홀 라인까지 다 그려주셨더군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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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당한 러버돔 시트... (지못미 ㅜㅜ)
헤쳐모여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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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부름에 따라, 새로이 재배치되고 있는 러버돔 녀석들...
리얼포스 구조는 중앙의 러버돔을 보강판과 기판이 위아래에서 샌드위치로 꽉 물고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러버돔들이 단독으로 분리되더라도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게 합니다.
기존의 오른쪽 백스페이스나 엔터키가 단독 러버돔이면서도 아무 문제 없었듯이.
혹시나 싶어, 낱개로 분리된 러버돔들은 홀 구멍을 만들어서 키 홀 좌우의 나사홈에 걸쳐지게 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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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돔 속으로 스프링 투하~~
작업 중 최대의 난관이었습니다.
마구 분리해서 뭉터기로 놓아둔 스프링들이 서로 합체를 해서(리얼이 스프링은 두개가 겹쳐져도 티가 잘 안납니다.)
확인하면서 했는데도, 6칸이나 비는 겁니다. 어딘가 감쪽같이 두개가 겹쳐져서 한군데 들어가 있겠지요.
재확인 고고~
그래도 2칸.. 다시 재확인 고고~
안 보이는데 ㅠㅠ  다시 재확인 고고~
우여곡절 끝에 다 찾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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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기판을 덮고 열심히 나사를 쪼아 줍니다.
리얼이나 고정 나사가 좀 많아아죠. 팔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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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까지 조립 완료하고 접속 후 키입력 테스팅 및 키압 테스팅~
키입력 이상없고, 키압에도 러버돔이 틀어진듯한 이질감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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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제가 생각했던 변태 86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래 첨부의 윗 그림은 원래의 리얼 86 차등이고, 아래쪽 그림은 제가 변경한 변태의 키압 분포입니다.
35g 을 잘 안쓰는 평션키와, 어차피 키 스톱퍼로 막아둘 윈키/content키에 전부 밀어 넣었고,
일반 키 배열은 모두 45g이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차등보단 균등을 좋아하고, 55g 리얼 87은 압이 높다고 생각했던 저에겐
최상의 키 배치인 것 같습니다.
첨이라 아무 생각없이 썰고, 배고파 후딱후딱 하다보니 내부는 망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근데, 한번 해봤다고... 한번만 더 해보면 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ㅎㅎ
본 주인에겐 버림받았지만, 새로이 변태로 재탄생되어 한동안 저의 주력 키보드로 사랑받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음~ 더불이 영원히 저에게 귀속되겠지요 ㅠㅠ. 누가 이렇게 난도질당한 리얼이를 재입양하겠습니까;;;)
realforce87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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