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해선 안되는 걸 보고 계시는 겁니다.







올해로 10년차인 제 리얼포스 101 US 키보드도 슬슬 막장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 HOME 키가 누르면 착 달라붙어서 잘 튀어오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여

이전부터 한번쯤은 해보리라고 마음 먹었던 완전분해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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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유롭게(?) 키캡을 분해하고 나사들을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색 나사 11개와 검은색 나사 26개만 빼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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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WELCOME TO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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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홤남남니ㅏ하ㅣㅈㄷ러ㅏㅣ자ㅣㅏㅈ바ㅣㄹ저ㅏㅣ지ㅏㄹ미ㅏ러ㅏㅣㅓㅣㅏ디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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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프링과 러버돔들 감당 안됩니다 ;;;; ㅠ_ㅜ

어떻게든지 수습하고 사진 찍어가면서 위치 헷깔리지 않게 날카롭게 신경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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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돔에 10년의 세월 동안 쌓인 먼지들과 고무 파편들을 다 닦아내도 여전히 키가 끈적거리더군요.


결국 기판에서 검은 스위치 플라스틱까지 뽑아내서 완전 소거를 한 후에야 기어이 고쳐졌습니다.


101 개 스위치 전부 다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현기증이 나버려서 그냥 고장난 거 하나만 고쳤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소거하고 나니 키감이 무척 가벼워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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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은 반드시 위와 같은 상태로 해야만 합니다.


러버돔과 스프링들을 정확히 얹어놓은 다음, 초록색 PCB 를 그 위에 나사구멍에 맞게 살짝 얹어줘야 하는 겁니다.


전 거꾸로 했다가 2 번이나 제대로 접점이 안맞는 사태가 벌어져서 11개의 은색 나사와 26개의 검은 나사를 


조였다 풀었다 해야 했습니다.








별로 소득도 없고 오동작 하던 키 하나만 고친 청소였습니다. 키감도 큰 차이 없구요.


혹시 스프링 잘라서 개조하실 생각이라면 지금 키보드 망치고 계시는 겁니다.


이 키보드는 유도전류 방식을 쓰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점이 없이 스프링=코일이 밀착되는 걸 감지합니다.


만약 코일이 적어지면 키를 더 깊숙히 눌러야 하거나 아예 인식도 안되겠죠.




완전 분해해서 청소하는 게 잘 보면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미친듯이 손이 많이 갑니다.


만약 검은색 키캡까지 전부 뽑아서 하나하나 손봐야 한다면 최소 5 시간은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중에서 검은색 키캡 뽑을 때와 조립할 때 약 3시간 정도는 신경을 날카롭게 유지해야 하고요.


이 시간에 돈 벌면 새 키보드 살 수 있겠어요. 청소하는데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그냥 새로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