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프링의 조정을 통한 알프스 클릭, 넌클릭 키감 개선하기

다양한 IBM의 버클링 스위치와 체리 스위치를 경험하고, 몇 달 동안 저를 푹 빠지게 한 매력적인 키보드는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한 애플의 기계식 키보드들 입니다.  확장1, 2, 2gs, standard, adjustable.  애플의 다섯 가지 기계식 키보드는 키감, 만듦새, 디자인, 개성 등 모든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IBM 정전용량방식의 빈티지 삼총사(5170, 5150, EMR2)의 사용기를 작성하고, 다음 주제를 '애플의 기계식 키보드 비교 사용기'로 정하고, 상당량의 애플 키보드들을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빈티지 키보드의 경우, 상태에 따라 상이한 키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지 하나의 키보드를 경험해보고 속단하는 것은 그 키보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에서 알프스 리니어 스위치(녹색, 노랑),와 클릭(화이트, 블루)도 경험할 수 있었고, 운 좋게도 애플 기계식 키보드의 원형을 보여주는 M0110, M0110A, 그리고 standard, 확장1의 신품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 스위치를 분해해보면, 단순한 구조의 버클링 스위치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위치는 상하부 하우징, 슬라이더, 코일 스프링, 스위치 접점부, 접점부에 부착되는 상대적으로 가는 판스프링과 스위치의 전면에서 하우징의 내부 벽면에 위치하는 넓고 큰 판스프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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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테크> 알음알이님의 글 <체리 키스위치에서 슬라이더 대 슬라이더끼리의 교체 이식이 왜 위험한가?>에서 인용한 사진.

키감이라는 것?

여러 종류의 알프스 키스위치를 분해, 윤활, 스프링 및 하우징의 교환을 통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직감적으로 느끼는 개개의 키보드의 ‘키감’이라는 것이 특정한 키스위치의 구조물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를 이루는 모든 구성물의 총체적 결과라는 점과, ‘키감’은 손끝으로 느끼는 촉감뿐만 아니라, 클릭 음 에 따른 청각적 요소, 시각적 이미지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오랜 기다림 끝에 많은 마니아들로부터 최고의 알프스 리니어 키보드 중의 하나로 알려진 Zenith ZKB-2R을 두 대(녹색 축& 노랑 축)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너무나 큰 탓이었을까?  도무지 다른 빈티지 명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을 맛볼 수 없었습니다.  얇고 미끈거리며 선텐 먹은 이색사출 키 캡, 낮은 키 스트로크, 군데군데 녹 슬은 철판까지.  만듦새와 단단함에 있어서는 IBM이, 디자인과 섬세함, 완성도에 있어서는 애플의 기계식 키보드가 월등히 나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심심한 키감이란...  사이트에서 ZKB-2에 대한 사용기나 글들을 읽고 다시 시도해보아도 첫 느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몇 일간 그저 지켜보다가 결국 방출하기로 결정하고, 선배님께 빌려드렸던 AT to PS2 젠더를 연결하고 테스트를 위하여 다시 타이핑을 해보았습니다.

다시 만난 제니스는 완전히 다른 키보드로 다가왔습니다.  
키캡 위에서 빛을 발하는 붉은색 LED, 스위치 하나하나를 누를 때마다 들려오는 독특한 부저 음은 신선하고 독특했습니다.  타법을 부드럽게 바꾸고 고속으로 타이핑을 시도해보니, 더더욱 재미와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명기를 홀대했던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최근 몇 달간 타입나우, 옴니키, NMB 클릭, 확장1과 같은 클릭과 넌클릭 키보드를 주로 사용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특유의 부저 음이 사용자에 따라 거슬리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조금은 심심하고 바닥 치는 맛도 덜했던 제니스에서 타이핑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상태 좋은 애플 확장1, 스탠더드, 2gs를 비교 타이핑해보면, 다른 레이아웃을 떠나 같은 알프스 오렌지 축을 사용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키감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확장1과 스탠더드는 거의 동일한 키캡을 사용해서 그런지 비교적 유사하게 다가오지만, 2gs의 경우는 상당히 구별되는 키감을 보여줍니다.  ‘또각또각’거리며 딱딱 끊어지는 2gs의 독특한 키감을 원인을 찾기 위하여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이는 키캡을 서로 바꾸어 보면, 의외로 큰 변화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스탠더드와 2gs의 키캡을 교환했을 때의 차이는 집중해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미세한 차이입니다.  상부하우징과 슬라이더, 코일스프링, 판스프링을 교환해도 여전히 고유의 키감을 보여줄 뿐입니다.  스위치 자체를 교환해보지는 못했지만, 두 키보드의 키감 차이 역시 스위치의 상태, 철판의 공명도, 프레임의 구조 및 재질, 키캡의 차이 등 키보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총체적인 결과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타이핑 시에 우리가 느끼는 ‘키감’이란 것은 촉각은 물론이고 시청각적인 감각을 포함한 복합적인 인간의 감각과 키보드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들에 의해 결정되어 사용자의 주관적인 직감으로 체험되고, 마니아들은 여러 실험과 개조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만의 궁극의 키보드를 향해 질주하게 됩니다.

판스프링의 역할

알프스 클릭, 넌클릭 스위치에서 판스프링의 존재는 버클링과 체리 스위치와 구별되는 특유의 구조물이며, ‘키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성물이기도 합니다.  넌클릭 스위치에서 판스프링은 코일 스프링의 일정하고 단선적인 움직임(리니어 스위치)에 반발력을 주어, 손끝으로 키 입력을 감지하게 해줍니다.  따라서, 알프스 클릭, 넌클릭 스위치에서 판스프링을 제거하면, 당연히 리니어 스위치로 변하게 됩니다.  

클릭 스위치에서 판스프링 뒷면의 돌기는 슬라이더의 이동에 의해 하우징의 벽을 치면서 클릭 음을 창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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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2의 판스프링과 옴니키 101의 판스프링
알프스 넌클릭은 확장 2처럼 네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고, 클릭의 경우 아래 두 개의 날개와 뒷면에 도드라진 돌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손으로 조금만 힘을 주어 눌러도 쉽게 변형되는 얇은 판스프링은 알프스 클릭, 넌클릭 스위치에서 키감, 키압, 클릭 음 등에 핵심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구조물이며, 상태에 따라 다른 키감을 전달하기 때문에, 판스프링의 간단한 조정을 통해서 상당한 키감의 향상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판스프링의 조정을 통한 키감 개선하기

사실, 판스프링의 조정에 관한 글은 digipen님을 비롯한 여러 고수들의 글 가운데, 종종 언급되었었고,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저의 글에서는 단기간에 20여대의 알프스 클릭, 넌클릭 키보드의 비교 테스트를 통해 확실히 효과를 본 사실을 누구라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물론, 확실한 한계는 있겠지만, 판스프링의 조정의 통한 키감의 개선은 스위치 이식과 같은 ‘개조’와는 달리, 키보드의 시판 당시 ‘원형’에 충실하여 키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과 초보자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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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프스 넌클릭에서 네 개의 날개 펴기-금속성 소음 제거

많은 애플의 기계식 키보드를 경험하면서 갖았던 불만은 키 스위치를 바닥까지 누르고 난 뒤에 들려오는 “쩍”하는 금속성 소음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adjustable을 제외한 애플의 확장1, 2, standard, 2gs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이 사용한 흔적이 있는 키보드의 경우에는 거의 클릭 키보드 수준으로 상당히 거슬리게 크게 들리며, 키 스위치에 따라 제각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음이 적은 경우에도, 키 스위치의 앞쪽을 천천히 눌렀다가 떼면, 여지없이 같은 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바닥을 치고 공명하는 소리와 섞인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소음이 크거나 일부 키스위치가 특별히 큰 소음을 낼 경우, 하우징의 내부와 맞닿는 판스프링의 뒷면의 네 개의 날개를 90도 이상으로 살짝 펴서 하우징에 끼워주면, 소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소음의 원인은 판스프링과 하우징의 유격 때문이며, 클릭 스위치처럼 판스프링이 벽면을 치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신품수준과 중고의 키보드를 각각 세대 이상 사용해 본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래된 키보드에서 소음이 심했고, 특히 확장2가 신 구품 모두 가장 거슬렸습니다.  확장2는 슬라이더 양쪽에 끼워진 고무 댐퍼로 바닥 치는 소리가 가장 적기 때문에, 판스프링에 의한 금속성 소음이 도드라지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판스프링의 날개를 펴서 소음을 잡고, 가볍게 윤활한 신품 크림색 확장2는 가격과 가치를 떠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키보드 중의 하나로 변신 할 수 있었고, 고유의 정숙함과 리듬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판스프링의 날개를 펼 때는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손끝으로 살짝 쳐주어 안쪽으로 굽어있는 날개를 90도 이상으로 벌려주면 효과적입니다.  너무 힘을 주어 벌리면, 날개가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날개를 펴서 하우징에 적당히 끼워주고, 슬라이더를 눌러도 판스프링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조립하여 간단히 작업을 끝낼 수 있습니다.

확장1, 확장2 백색 축 박스 신품도 역시 같은 소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슬리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standard가 2gs보다 이러한 소음이 작은 것도 클릭음의 공명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판스프링으로 인한 이 금속성 소음은 윤활을 통해서는 잡을 수 없으며, 신품의 경우에도 계속 사용한다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2. 알프스 클릭에서 두 개의 날개 펴기-클릭에서 넌클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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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답변> 중에서 shinkuzi님이 qwerter's clinic에서 인용한 알프스 클릭의 작동 이미지

알프스 클릭 스위치를 사용한 중고 옴니키 101의 경우, 오랜 사용으로 인하여 키 스위치마다 클릭 음이 일정치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클릭 음이 크고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얇은 키캡을 교환해보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두 개의 아래쪽 날개를 펴주자 완전히 넌클릭 스위치로 바뀌었습니다.  아래쪽 날개를 펴주면, 판스프링의 돌기와 하우징의 간격이 없어져서 자연스럽게 넌클릭 스위치가 됩니다.  옴니키 101의 경우, 스위치 내부의 클릭 음은 사라지고, 얇은 키캡으로 인한 찰랑거림이 클릭 음 효과를 주어 정숙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물론, 클릭과 넌클릭의 판스프링 교환으로 반대로 넌클릭을 클릭스위치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옴니키의 판스프링을 확장2에 적용해 보았는데,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찰칵”거리는 애플 키보드...   원상 복귀시켰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3. 알프스 클릭에서 죽은 클릭 음 살리기

버클링이나 체리 클릭과는 달리 알프스 클릭 스위치는 구조적으로 클릭 음이 깔끔하지 못하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판스프링의 변화로 인해 클릭 음이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몇몇 스위치의 클릭 음이 죽어 있는 경우, 이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먼지나 습기로 판스프링이 하우징에 붙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위의 세 번째 그림에서 슬라이더의 모서리에 눌리는 부분(노란색 원형으로 표시)을 제 소리를 내는 판스프링 추출해서 비교하면서 비슷하게 펴주어야 합니다. “ㄱ”자로 굽어있는 이 부분이 오랜 슬라이더의 반복된 움직임으로 탄성을 잃고 변한 경우, 벽을 치는 판스프링의 움직임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업은 상당히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고, 정확하게 복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눈에 띄게 소리가 약화된 몇 개의 스위치가 있는 경우에만 시도하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 두 세 차례 주의해서 작업하여 80-90프로까지는 원래의 소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4. 알프스 클릭, 논클릭에서 키압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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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알프스 키보드 사용하다 보면, 자주 사용하는 키 스위치의 키압이 많이 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버클링이나 체리스위치의 경우, 키압이 다른 코일 스프링의 부분적(무거운 체리 스페이스바의 경우 흑색 to 갈색), 혹은 전면적(5170 to 5150)인 교환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알프스 스위치의 경우, 판스프링의 조정으로 키압을 높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일률적으로 키압을 일치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판스프링 중앙의 갈라지는 부분을 살짝 펴주면, 풀어진 키압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이 피면 필수록 키압은 높아집니다.  애플의 기계식 신품과 오래 사용한 키보드의 키압 차이는 꽤 많이 느껴졌는데, 코일 스프링보다는 판스프링의 탄성이 약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외관 상태는 좋은데, 키압이 많이 풀어져 있는 standard 키보드를 전체적으로 스위치 내부 청소를 하면서 가볍게 손끝으로 살짝 판스프링을 펴주었는데, 결과는 기대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뽀송뽀송한 탄력을 되찾은 듯한 느낌...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당연히 스위치 간 키압 차이를 발생시키므로, 몇몇 풀어진 스위치나 오래 사용하여 키압이 제 각각인 경우에 시도할 것을 권합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판스프링의 조정을 통한 키감의 개선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빈티지 키보드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쉽게 개선할 수 있고, 자기만의 키보드를 만드는 유쾌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성으로 살려낸 키보드는 레어 박스 신품만큼이나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단순하게 느끼는 키감을 창출하는 키보드의 세계는 바다처럼 넓고 깊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