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제목처럼 거창한 건 아닙니다. ^^;

과거 70~80 년대의 알프스, 체리 등등의 이름난 제조회사들은 적어도 그 당시에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서 최고의 내구성과 안정감을 가진 스위치들을 생산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부터 그랬지만 알프스 빅풋은 대부분이 철판이 장착되어 있었고, 체리는 거의 철판이 없었던걸로 압니다. 몇몇 키보드들은 철판보강이 되어 있었던걸로 알지만 전체적으로는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 잘못된점이 있다면 수정을. ^^

해외에서도 이런 경향인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체리에 철판보강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죠. 철판보강이 치는 맛을 더해준다는데는 이견이 별로 없을줄로 압니다만 체리라는 회사에서 어째서 알프스에 비해 철판보강을 하지 않은 제품을 많이 출시한건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요즘 마제스터치를 계속 쳐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철판에 갈색은 사실 파워타이핑시 모델 F 보다도 훨씬 손가락이 피곤한게 아닐까 합니다. 한 4~5시간 치다보면 손가락 끝이 얼얼해 온다는걸 느낍니다. ^^; 제가 좀 민감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알프스 넌클릭은 철판을 댔어도 절대 이만큼 손가락 끝에 충격이 쌓이진 않았습니다.

스위치의 구조에 대해서는 Live 초짜지만 제 머리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결론은.. 체리는 하부하우징과 슬라이더의 접점부가 좁은데다가 공교롭게도 손가락측에서 볼때 정중앙에 타점부분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철판보강을 하면 강하게 고정된 스위치에서 충격이 바로 손가락으로 전해지는것 같습니다.

반면에 알프스 스위치는 직사각형의 접점부가 손가락을 둘러싸는듯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손가락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체리보다 훨씬 적다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착각일수도 있지만 IIGS 를 칠때는 멀쩡하던 손가락이 마제스터치를 치니 꽤나 얼얼하군요. ㅡㅡ;

그렇지만 한가지 독특한 점이.. 리니어의 경우엔 생각을 조금 달리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리니어는 경험이 부족해서 (넌클릭도 부족하기 그지없지만. ㅡㅡ;) 단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뿐이지만... 제가 가진 ZKB-2 는 리니어임에도 불구하고 키압이 굉장히 낮습니다. 걸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키압이 낮아서 굉장한 고속타이핑이 가능하죠. 하지만 이놈이 좋은 느낌을 가진 이뉴는 몇가지 아슬아슬한 약점을 비켜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리니어의 경우엔 키압이 낮다는게 어찌보면 손가락에는 치명적일수 있다는 점입니다. 리니어의 특성상 손가락이 철판을 두드릴때 완충작용을 해 주는 부분은 그 특유의 높은 키압밖에 없기 때문에 키압이 넌클릭보다도 낮은 ZKB-2 는 파워타이핑시 자칫하면 손가락에 엄청난 무리를 주게 됩니다. 특히 체리 리니어가 ZKB-2 처럼 키압이 낮다면 제 손가락은 울어버릴지도 모르죠. ㅡㅡ;

하지만 ZKB-2 는 알프스 스위치의 특성덕분에 충격을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하나의 장점인 키 스트로크가 낮다는 부분이 낮은 키압과 맞물려서 ZKB-2 를 대단한 완성도를 가진 키보드로 변신시키게 되었다고 봅니다. 키압이 낮은 리니어가 스트로크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철판에 닿을 때의 충격이 커지게 될 텐데, 이놈은 중간에서 끊어버리니 손가락에 충격이 덜 가게 되죠.

제가 WYSE 리니어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점입니다. 저는 WYSE 같은 키압낮은 체리 리니어는 (철판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키 스트로크가 짧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위에서 말한대로죠. 체리 리니어는 키압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손가락에 충격을 덜 줄 수도 있지만 와이즈처럼 키압이 낮은 리니어는 손가락에 상당한 부담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은 일단 마제스터치에 와이즈 흑축을 이식하고 난 후에 다시 검토해보고 싶군요. 현재 계획은 와이즈에 질러나우의 청축을 이식하고 와이즈의 흑축을 마제스터치에 이식하는 겁니다. 청축에 스트로크 짧은 철판은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서가 첫번째 이유고.. 와이즈의 흑축이 과연 스트로크가 긴 키보드에 어느정도의 느낌을 전해줄지 궁금해서가 두번째 이윱니다. ^^; 현재 갈축이 손가락을 좀 아프게 하고 있지만 와이즈의 키압이 아무래도 갈축보다는 높은것 같아서 오히려 현재보다는 손가락이 덜 아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 (하지만 ZKB-2 는 정말 리니어치고는 너무 키압이 낮습니다. 이놈은 스트로크를 높이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군요)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체리에서 철판을 대지 않은 모델이 알프스에 비해 많은것도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리니어의 압력이 높은것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며.. (ㅡㅡ;) 와이즈처럼 철판을 댄 리니어는 스트로크가 짧은게 타이핑시 편하다는것도 제작자들이 고심해서 내 놓은 결론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물론 저만의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

체리의 경우엔 개조의 여지가 많은 관계로 여러가지 개조품이 많이 나오는 상황입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역시 오리지날은 오리지날대로의 의미가 있고, 그것이 때로는 개조품에게 뒤쳐지지 않는 훌륭한 완성도를 지닐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한쪽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는게 키보드가 가지는 넓은 포용력이 아닐까 싶네요. ^^

여담으로, 제가 쳐본 클릭중에서 가장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는 모델은 단연 5576-002 였습니다.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column&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0 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좌굴현상을 이용한 고대 알프스 유물(?)은 바닥을 치는 맛 대신에 좌굴의 똘각똘각한 느낌을 무기로 손가락에는 거의 무리를 주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클릭감과 편안함이라는 두 마리를 잡아낸 혁신적인 구조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예전보다 기계식 스위치의 종류가 적어져 버린 탓에 이런 독특한 느낌의 스위치를 많이 접할 수 없다는게 참 서글프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