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 테크
최근에 윤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글을 적었는데요. 다음 주제를 생각했는데, 키보드 관련 글들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진 것 중 하나는 구분감입니다. 타이핑할 때 느껴지는 키보드 특유의 구분감 또한 타건감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흥미롭게도, 키매냐 내에서 ‘구분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시면 관련 글은 단 1편 (이것도 질문) 뿐이지만, 댓글로는 2,400여개가 있습니다. 즉, 다들 타건하면서 구분감을 느끼지만 아직 아무도 제대로 파본 사람이 없는듯해서 재미있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해서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구분감이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감이 생기는가? 본 글의 주제입니다.
글의 구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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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 축/메커니즘 별 구분감
a) 갈축 (넌클릭)
b) 청축 (클릭)
c) 흑/적축 (리니어)
d) 무접점
2) 구분감의 근원
3) 결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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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하나를 고찰하려면 그것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으로 내려야합니다. 키보드에서 구분감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구분감의 정의는 스위치가 입력이 되었다라고 사용자에게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달리 말해서 눈감고 키보드를 타건했을 때 내가 문자를 입력했다고 느낄 수 있을 때를 구분감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는것입니다.
1) 각 축/메커니즘 별 구분감
a) 갈축
각 축별로 구분감을 얘기하자면,
먼저 넌클릭 방식의 갈축의 경우에는 축의 매커니증상 스위치를 타건할 때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집니다. 그게 갈축의 구분감이라 할 수 있죠. 전적으로 촉각에 의한 구분감입니다.
b) 청축
그리고 클릭 방식의 청축은 갈축의 촉각에 의한 구분감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클릭하는 소리인 청각이 더해져서 구분감을 만듭니다. 클릭하는 소리는 스위치가 릴리징하기전에 나며, 문자가 입력된 “바로” 직후에 나게 되기에 구분감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c) 흑/적축
그리고 흑축과 적축은 리니어 방식으로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나질 않습니다. 갈축과 청축의 경우에는 기계식 키보드를 만져보지 않은 누군가이더라도 눈감고 타자를 했을 때 손끝 혹은 귀로 구분감을 느낄 수 있지만 흑축과 적축은 메커니즘상 어떤 느낌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정도 사용에 익숙해지고 나면 사용자는 어느 정도 깊이를 눌렀을 때 문자가 입력되는지 “학습”하기 때문에 대략 어느정도 누르고 안눌러도 되는지 알죠. 외적인 구분감이 아니라 내적 구분감을 가지게 된다는 말인데, 이는 구분감이라고 말하기 조금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흑/적축은 구분감이 없다라고 봅니다.
d) 무접점방식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는 그 특유의 “초콜릿 부러뜨리는 느낌”, 도각임, 손가락이 빨려들어가는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구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접점 방식도 넌클릭방식과 유사하게 촉각만으로 구분감을 가집니다. Pressing하는 중에 따로 청각음을 만들지 않으니까요.
정리하자면,
갈축/무접점: 촉각에 의한 구분감
청축: 촉+청각에 의한 구분감
적/흑축: 구분감 없음
입니다.
2) 구분감의 근원
제가 궁금한건 촉각에 의한 구분감은 어디서 나오느냐 입니다.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을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보는것이 아마 수식과 그래프 일겁니다. 그 중 그래프는 시각적으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다시 그래프로 돌아가보죠. 각 축과 무접점 방식의 force vs travel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fig1. Force vs Travel
구분감이 있는 키보드와 없는 키보드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구분감이 있는 키보드의 그래프는 그래프가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는 겁니다. 스프링을 단순하게 압축하는 흑/적축은 그래프가 리니어하게 증가하는 반면 걸리는 부분이 있는 갈/청축과 반구형의 러버돔의 무접점방식은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게 구분감의 힌트가 됩니다.
어떠한 언덕에 커다락 공을 굴려서 밀어 올린다고 상상했을때 그냥 쭈욱 오르막길로 이루어진 높은 산은 계속 밀어올려야하죠. 하지만 낮은 언덕의 경우에는 정상까지 밀어 올리고 나면 내리막길에서는 더이상 밀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떨어집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예시와 시스템은 조금 다르지만, 구분감이 어느정도 이 쉬운 예시로 설명됩니다. 리니어축은 힘을 주어 타건을 하더라도 일정하게 증가하는 반발력만 손가락에 느껴지는 반면, 다른 축들의 경우에는 손가락이 주는 힘이 어느 순간 잉여로 남게 되고 그 힘때문에 스위치가 더 빠르게 눌려지게됩니다. 손가락에 가해지는 힘이 최대점을 찍고 다시 작아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 손가락에는 촉각으로 그 느낌이 전해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일정한 힘으로 스위치를 누르는 중 반발력이 순간 낮아지게 되면 스위치는 더 빨리 혹은 더 쉽게 눌러지게 되겠죠. 갈축의 경우에는 이 구간이 상당히 짧기 때문에, 살짝 걸리는 느낌만 들게 되고, 무접점방식의 키보드의 경우에는 이 하락하는 구간이 상당히 길기때문에, 손가락이 쭈욱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3) 결론
결론은 갈축/무접점은 촉각에 의한, 청축은 촉+청각에 의한 구분감을 가지고, 흑/적축은 구분감이 없다. 이 구분감은 Force vs travel 그래프에서 힘이 감소하는 구간 (수학적으로 최대값구간)에 의해 발현된다.
이 구분감에 대해서는 갈축과 무접점 방식을 서로 비교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키보드의 타건감에 대한 고찰은 끝이 없네요.ㅎㅎ 참 단순하면서도 깊은 세계입니다.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WASD 87 V2 Custom 흑축 + 볼텍스 PBT
Realforce SE18TO 먹각 55g 균등
Realforce 104 저소음 45g 영문균등
%타건감에 대한 고찰 시리즈
i) 타건감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39770
ii) 타건음에 대한 고찰: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0993
iii) 키캡의 기초: http://www.kbdmania.net/xe/kecycap/8943518
iv) 키캡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46447
v) 윤활 기초 #1: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0688
vi) 윤활 기초 #2: http://www.kbdmania.net/xe/freeboard/8952447
vii) 윤활과 타건음: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57308
viii) 키보드의 구분감: http://www.kbdmania.net/xe/tipandtech/8961511
제 생각엔, 적축은 넌클릭과 클릭보다 키압이 약한건 명확한 듯 싶어요.
하지만 흑축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좀 다릅니다. 일단 원리상, 스프링의 압력도 중요하지만 스트로크의 깊이 또한 손가락이 한일 (또는 손가락이 느끼는 피로도)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 두개를 다 고려해야합니다. 흑축은 키압은 청/갈축에 비해 높지만 (여기서 청축은 갈축보다 높죠), 구름타법을 구사하면 스트로크의 깊이를 낮게 타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청/갈축은 메커니즘 상 걸쇠가 있어서 구름타법을 구사하기가 힘들어서, 자연스레 스트로크의 깊이가 흑축에 비해 높습니다.
따라서,
i) 흑축 구름타법/ 청,갈축 일반타법의 경우에는 청/갈축의 키보드에서 더 큰 피로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ii) 하지만 똑같은 타법으로 좀 더 깊은 스트로크 (2.5~3.5mm) 혹은 파워타건 (~4mm)를 흑, 청, 갈 키보드 모두에서 구사한다면 단연 흑축이 더 피로하겠죠.
평소 생각했던걸 이론적으로 잘 정리해 주셨네요^^
개인적으로는 기계식의 스프링보다 고무러버돔의 구분감을 좋아해서
펜타그래프, 정전식을 좋아합니다.
구분감은 pc방에서 만져본 플랜저 방식이 최고더라구요..
슬쩍만 눌러줘도 손가락으 쑥 빨려들어가는 ㅎㅎ;;
퀄리티 좋은 제품이 나오면 하나 영입할까 하는데...
아직은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듯 합니다ㅜㅜ
그렇죠. 구분감의 원리 자체는 기계식 러버돔 비슷할 수 있지만,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구분감은 재질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을 듯 싶네요. 특히 금속 걸쇠로 러버돔음 구분감을 재현하는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게 있으면 궁금하긴 합니다 ㅎㅎ
플런져 방식은 저도 들어보기만하고 아직 직접 타건은 못해봤네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네요 무접점러버돔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겠죠 멤브레인과 무접점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친구라 시장형성이 잘 될지 모르겠으나 조금 지나면 괜찮은 녀석이 나타나겠죠?
긴 글 잘 보았습니다.
비록.. 실 내용은 없지만..
(무접점 그래프 스트록이 4mm 뒤쪽으로 꽤 많이 넘어가는 데.. 재검토 필요할 듯..)
네 그래프보시면 4mm이상의 스트록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키압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에 있듯 제가 정의한 구분감은 "스위치가 입력이 되었다라고 사용자에게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또한, 제가 리얼포스 직접 타건을 해봤을때 느껴지는 구분감은 스위치를 누르는 그 중간에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4mm이상의 스트록에서 상승하는 키압은 제가 봤을때는 거의 바닥을 치기 직전의 상황이기에 구분감과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신뢰도 있는 정전용량의 하중/스트록 도표를 찾기 힘들어서 조금 오래됐긴했지만, 토프레의 정전식 특허문서에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http://www.google.com/patents/US4584444)
#추가: 더 괜찮은 도표가 있으면 링크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세련된 그래프가 있으면 읽기도 편하고 좋을 듯 싶네요. 본문의 그림은 좀 오래되긴했습니다 (1986년꺼니까요 ㅠㅠ)
리니어 방식의 적축이나 흑축 등은 구름타법으로 타건했을때 빠른 입력과 소음이 적어지는 그런 효과가 있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클릭과 넌클릭은 구분감으로 인해 구름타법으로 타건하기가 힘든데 반해(사실 클릭이 구름타법으로 타건하기가 더 힘든것 같고
넌클릭은 그나마 구름타법이 가능하더군요), 구분감으로 인해 손끝이 더 재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갈축과 청축을 좋아합니다. 리니어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했을때 심심함을 느낍니다.
차라리 무접점 방식이 더 적응하기가 편했고, 지금도 무접점, 클릭, 넌클릭만 사용중입니다.
TopreMania님 말씀처럼 저도 구분감이 좋은가 봅니다.
저는 팬타 방식은 사용해보지 않았는데, 최근에 팬타방식의 키보드가 좋다는 글을 몇몇 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어쨌건 수빵이 님이 최근 좋은 글을 많이 올려주셔서 너무 좋네요.
간단한 글인것 같지만 정리를 잘해주셔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여건이 되신다면 영상도 같이 첨부해주시면 (^^;; 욕심입니다.), 훨씬 좋은 글이 될것 같습니다.
추천드립니다.
그동안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여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했던 경험을 명료하게 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키보드매니아의 자료가 또 한 번 풍성해짐을 느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