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이서랍 저서랍 뒤져서 집구석에서 찾아냈습니다.
훈님의 귀여운 글자에 반해 저도 글자를 올려볼까 하다가 구차니즘으로 그냥 폰카를 발로 찍어버렸네요. ㅈㅅ...
어딘가에 파카 만년필 하나가 더 있을건데 그건 못찾겠네요;;

맨 앞에 있는놈은 파카51, 아버지께서 20대때 구입하신거라니 50년이 훌쩍 넘어버린놈이군요...
인터넷 찾아보니 아이젠아워 장군이 유럽에서 세계대전 협정을 맺을때 사용했던 어쩌구 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있는 만년필이더군요.
이놈은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아버지께서 직접 싸인을 몸통에 멋지게 각인하셔서(손재주가 좀 있으심) 잃어버리면 무쟈게 아쉬울 놈일거 같군요. 아주 부드럽게 길이 잘들고 굵직굵직하게 붓글씨 써내려가는듯한 서체가 되서 싸인, 서명용으로 딱이라 대대로 집안에 중요한 계약이 있을때마다 쓰게 가보로 전해줘야겠습니다 ㅋ (일종의 가족용 범용 휴대 도장;;)

중간에 있는놈은 파카45,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아는분이 주셨는데 이놈도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군요. 만년필계의 마제같은놈이랄까 그런놈이더군요... 보편, 무난, 실용적... 진짜 거의 안쓰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 길이 안들은것도 있지만 강성 펜촉이라 상당히 서걱서걱 거리는군요. 51보다는 글씨가 가늘게 나오는군요. 걍 무난한 필기, 메모용인듯 합니다.

뒤에 있는놈은 중국제 영웅 329, 이것도 20년이 넘었는데 그때는 중국과 무역교류가 냉전기류때문에 흔치 않았던 놈이었죠. 저거 가지고 다니면 간첩으로 오인받는 경우도 있었던 시대;; 실제로 조사받은 경우도 있었다는.. (제가 아니라 영도에 모 회사원이 영웅 중공산 만년필을 쓰는걸 본 어떤사람이 간첩제보를 경찰에 해서 조사를 받았다는.. 그러니 너는 밖에 나가서 이거 쓰지마라고 하면서 받은 어릴적 기억이ㅋ) 이놈은 파카45보다 약간 더 가늘게 나오는군요. 디자인은 딱 파카51 이미테이션 짭퉁이지만 필기감이나 그립감이 그렇게 저급하지 않아 막쓰기용으로 좋을듯합니다.. 지금은 머 상당히 싸게 많이 풀리는것 같습니다.

만년필을 왜 쓰나 몰랐는데 훈님이 게시물에 자꾸 올려서 써봤는데 좋네요. 기계식 키보드 치듯이 바닥을 쿠숑없이 펜촉이 바닥을 치는 느낌하고, 해피나 4100의 서걱거림처럼 종이와의 서걱거림도 있고... 꾹꾹 눌러서 쓰는거보다 구름타법으로 가벼운 키압으로 흘려 쓰기에 참 좋군요. 이러니 학생때는 가치를 알수가 없었던거였군요. 연필, 볼펜으로 인해 꾹꾹 눌러쓰는 버릇만 있던 시기였으니...

하지만 뚜껑을 열면 쉽게 마른다던지, 작성물에 습기나 물이 침투하면 난리가 난다던지하는 단점이 치명적이라 업무용으로는 도저히 쓸 엄두가 안나고 집에서 짬짬히 메모 한다던지 일기적을때 좋은 아이템이라 그래도 득템한 기분이네요. 3개의 만년필에 잉크(이것도 아마 20년 넘었는데 전혀 응고가 되거나 증발이 안되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잉크는 절대 쓰지 말라고 하네요. 응고가 되어있어서 침전물때문에 노즐이 막히는등 않좋답니다.)를 먹여서 조용한 방안에서 사각사각 글을 써내려가는 느낌이 참 좋았던 즐거운 휴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지름은 100% 실패한다. 


좋은 키보드가 훌륭한 작업물을 만들어 주진 않겠지만

타이핑을 하는 시간만큼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