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절대고독 님의 IBM 모델 M 키보드 릴레이 제 56대 수령자 아셀라스입니다.


지난 8월 27일 전 수령자 재민아빠 님이 보내주신 IBM 모델 M을 수령하였습니다.

꼼꼼하고도 무거운 포장으로 도착해서 무사히 외상 없이 도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수령하고 나서 일이 생겨서 바로 지방으로 새벽길을 달려 내려간 다음, 하루 종일 일을 끝내고 또 무섭게 달려왔습니다.


원래는 여유있게 타건 영상을 찍는 등 다각도로 리뷰를 작성하고 싶었지만, 당장 주말에 다른 지방으로 또 내려가게 되어 자칫 수령인증을 제때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황급히 수령인증을 겸한 사진 몇장과 느낌 몇 줄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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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M을 마주한 첫 느낌은 매우 거대한 녀석, 딱 그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해피와 포커 같은 미니 배열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큰 키보드를 대하자마자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과연 오타 없이 잘 칠 수 있을까......괜히 신청했던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 아니었습니다. 생소한 윈키리스 배열에다 백스페이스 위치도 변경이 안 되는 빈티지하고 클래식한 키보드. 제가 초등학생이던 97년 11월 25일에 공장 문을 나선 이 키보드는 무려 1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제 앞에 서 있지만 여전히 여느 기계식 키보드보다 맑고 힘찬 스프링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예전 어릴 적에 외가에 있었던 DOS 컴퓨터 1대에 달려 있던 키보드로 신나게 게임을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문득 그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델 M의 클래식한 모습을 보면서 타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매만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타건을 하는 내내 또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완벽한 클릭감의 제왕이다."


세월의 힘은 거스를 수 없어서 낡은 느낌이 군데군데 있지만 그 스프링 소리와 키감만큼은 절대 낡지 않고 세월을 이겨낸 느낌입니다. 현재 클릭 스위치의 대명사인 체리 청축이 최근 그 품질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이 녀석은 18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특유의 클릭감과 쫄깃한 키감이 살아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어디선가 모델 M에 대해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모델 M은 진정한 게이밍 키보드다. 아무리 굴려도 키보드보다 당신이 먼저 죽을테니까."


이 키보드로 디아블로 3를 하고, 스타크래프트 2를 하거나 월드 오브 탱크를 하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없습니다. 이 키보드는 오래되었지만 전혀 오래되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신나게 게임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훌륭하고 튼튼한 키보드를 왜 우리는 다시 만들지 못하고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일까-에 대한 작은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정말 클래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절대고독님, 그리고 이 키보드를 소중하게 다뤄주신 지난 55명의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한달 간의 추억 여행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와의 여행을 무사히 끝마치는 한달 째에 이 모델 M은 왔던 그대로 포장되어 다른 분에게 옮겨갈 채비를 마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니배열 키보드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