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키보드를 개조해서 분양해 주신 아보카도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흑축이 처음에 저에게 준 느낌은 "이것도 기계식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때 쓰던 키보드가 11900이었는데 키압은 세고 걸리는건 업고 바닥만 치고...OZL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 쳐본 느낌이 잊혀지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메인으로 써봤는데 역시 손가락은

후덜덜 거리고 배열은 익숙치 않고 터치패드는 무용지물이고해서 아보카도님께 윈키리스 3000

흑축에 뀨뀨님 기판 키보드를 분양 받았습니다. 역시 키압 때문에 손가락이 쉽게 피로해 지더군요

하지만 감이 좋아 메인으로 몇일 썼습니다. 그러다가 학업의 필요성을 느껴 키보딩 그만하려고

최종판으로 아보카도님께 부탁드려서 현재 메인으로 쓰는 글의 제목과 같은 키보드를 분양 받게

되었습니다.

첨에는 전의 신형흑축보다 쑥쑥 잘들어 가고 보강판 치는 딱딱딱 소리가 나니 "이거 별거 없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에 신형흑축 치던 강타법에 보강판이 더해지니 손가락이 찌릿찌릿 하고

타이핑을 하고나면 손에 수전증이 생기더라고요 ㅎㅎ. 그 느낌이 나쁜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수업때문에 컴실에 갔다가 DT-35였나 세진 2233 이었는지

그걸 치면서 수업에 임하는데 슬슬 짜증이 나더라구요. 상태도 안좋은데 더럽고 하여튼간

하나하나가 맘에 안들어서 키보드랑 싸우다가 와서 랩실 책상에 앉아 키보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 지는 겁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프로그램 코딩하고 있는데 선배형이

"너 머 좋은일 있냐" 그러는 겁니다. 계속 실실 쪼개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생각을 해보니까 키보드를 치는 느낌이 부드러운 고무찰흑(찱흑?) 위에서 손가락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을 비유하면 힙합이나 알엔비 발라드 댄스 같은 것 보다는 째즈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드는 그런 느낌 이더군요.

전 첨에 쫄깃 쫄깃 하단 말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넷피 79XX를 칠때도 그런 느낌은 못 받았고

갈축이나 청축 알프스 백축에서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이건 느낌이 좀 좋네", "이건 칠만 하네" 그런 느낌 이었는데 아보카도님 말씀대로 이 흑축

은 질겅질겅 씹는 껌의 느낌이 아니라 곤약을 씹는듯한 쫄깃함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선배 디카를 잠깐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그때 든 생각이 "디카 어디서 찾아야 되나"하는것

보다는 이 키보드를 팔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찾는순간에는 키보드를 가슴에 품고 만세를 부를 정도로 기뻤습니다.

지금도 전 랩실 구석에서 실실 쪼개고 있습니다.(표현이 부적절 해서 ㅈㅅ 합니다.)

숟가락님에 선물해 주신 해피해킹도 감이 정말 좋던데 아직 3484에 밀려 책상 구경도 못했습니다.

해피해킹은 디자인과 키감에서 즐거움을 주는데 그것보다 3484의 키감의 즐거움이 아직은 더 큰

것 같습니다 ㅎㅎ(숟가락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전 무슨 일이 생기거나 더 좋은 키감을 찾기 전에는 이 키보드를 책상에서 내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간단한 감상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 주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