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일전에 가입 첫 글을 Vortex Cypher US2 버전의 사용기로 적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FC660C에서 시작한 6x% 레이아웃에 푹 빠져버린 차에.. 해당 레이아웃의 끝판왕이라 칭송받던  Drop ALT 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딱히 관심을 끄고 Vortex Cypher US2 모델로 2년 조금 안되게 사용하고 있다가..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 덜컥 지르게 되었습니다.

체리 클리어 축 매니아인데.. 아쉽게도 해당 축으로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어서 $190의 저렴(?)한 베어본 모델도 잠깐 고민했었는데,
이런저런 비용 생각해보면 결국 최종 비용이 더 깨지겠다 싶어 그냥 풀셋으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VIKI 타입의 일반 모델이냐 아님 무난한 형태의 High Profile 모델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무거운 하우징이 주는 안정감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High Profile 풀셋으로 결정했습니다.

구입은 drop.com 홈페이지에서 배대지 없이 직접 주문했고, 제품 $230 + 직배 배송비 $15 에
관세는 면제에 부가세 10%가 붙어서 26,450원 추가 납부, 신용카드 해외결재 수수료 포함하면
총 307,073원의 구입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10월 22일(목) 오전에 사이트상에서 결재 완료했는데 10월 27일(화) 도착, 결재 후 5일만에 수령했습니다. (요즘 해외 직구 할만 하네요 ㅎㅎ)

(참고로,, 지금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인건지 20% 세일중이더군요..184불이던가..
관부가세까지 포함하면 한 5만원은 손해 본 느낌입니다..ㅠㅠ)


제품개요

Drop ALT High Profile (Black - Halo Clear)
cnc 풀 알루미늄 하우징, 모든 키 및 키보드를 둘러싼 영역에 RGB LED 내장
65% 레이아웃, 1.2Kg
hot-swap 기능 (3pin 스위치)
QMK 기반 펌웨어로 키맵/LED 커스터마이징


패키징

드랍 사이트 로고 하나 달랑 박혀 있는 무지박스에 키보드/키캡풀러/스위치풀러/ 케이블과 한쪽짜리 설명서가 끝입니다.
성의없어 보이긴 하나, 배송 과정 중 망가지거나 하진 않을 수준으로 단단한 패키징입니다. 뭐, 원가절감 차원이라고 이해는 하고 넘어갑니다.



외관

생애 첫 풀알루미늄 LED 키보드입니다.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손목에 느껴지는 묵직함에 한 번 감동하고, 살짝 들어 전반적 외관에 한 번 또 감동하고, PC와 연결 후 스륵~ 흘러 가는 LED 모습에 한 번 더 감동을 받게 되네요. 침흘리며 보던 유튜브 영상에서의 제품이 제 책상 위에 있는데, 영상보다 실물의 퀄리티가 훨씬 좋아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완성도와 포스는.. 아, 이맛에 비싼 키보드를 쓰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PC와의 연결 방식은 USB-C 방식이 사용됩니다. 포트 자체가 키보드 뒤편 좌우 양쪽에 한개씩 있어 원하는 포트로 PC와 연결할 수 있으며, 나머지 한 개의 포트는 USB 허브로 활용 가능하다고는 합니다. 다만, 호스트쪽이 USB-C인 케이블 자체가 드물 뿐더러.. 속도도 2.0 스펙이라고 하니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네요. 또, LED 발광으로 인한 탓인지.. 케이블 등 체결방식을 다소 가린다고도 하네요. 실제로 무전원 허브(USB2.0)에 연결해 보았더니 키는 눌리는데 LED가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본체 직결하니 정상동작은 했습니다.)

멋들어진 외관이긴 합니다만.. 이 모델은 자석으로 탈부착되는 높이조절용 받침을 제공하는 Drop ALT 일반 모델과는 다르게, 각도 조절이 불가합니다. 기본 6도 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 각도는 직전 사용한 Vortex Cypher 모델과 동일한 각도이긴 합니다만, .. 이 각도가 개인적으로는 너무 누워있다는 느낌을 받아 좀 불만입니다.어쩔 수 없이 , 구석에 굴러다니던 두터운 마우스 패드를 뒤쪽에 깔아두니 그나마 좀 쓸만해 지긴 했네요. 나중에 알루미늄 범폰 등을 따로 구해서 부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입니다.)


LED!!

원래, 컴퓨터 작업중 키보드를 거의 볼 일이 없는 터라.. 화려한 LED 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 애초부터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이 키보드를 구입한 것도 65% 배열과 외관상 완성도, 그리고 QMK 커스터마이징 정도만 고려 대상이었으니까요. (hot-swap도 그닥...)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게 된 순간 .. 아, 이래서 사람들이 LED 가 박힌 키보드를 쓰는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는 led 키보드라 평가가 과장되었을 수 있으니 감안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ㅎㅎ)

기본 밝기도 꽤나 밝은데, 적절하게 확산되도록 처리되어 있어 눈뽕까지 맞을 정도는 아닙니다. 쨍하고 선명한 느낌도 있구요. 다양한 모드도 기본 제공되는데. 여러 모드들 중 개인적으로는 기본 모드인 무지개빛이 천천히 흘러 가는 형태가 가장 맘에 듭니다. 속도, 밝기 모두 키 조합으로 설정 가능하구요.

괜시리 모드를 이렇게저렇게 설정 변경해 보면서.. 혼자서 속으로 우와아~  하게 되더군요..ㅎ


스위치/키캡/타건 느낌

이전 사용하던 Cypher 키보드는 체리 클리어 축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축을 사용하면서, 그 전에 사용하던 갈축 대비 키압은 다소 높으나 쫀쫀함이 느껴지는 반발력,
키 입력시의 확실한 구분감과 반강제 구름타법을 유도하는 적절한 최종 키압이 맘에 들어
앞으로 구입하는 키보드는 이 스위치로 계속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만..
Drop Alt 시리즈는 아쉽게도 체리 클리어축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해서.. 결국 기본 옵션중 추가비용없는 tactile 스위치인 Halo 스위치를 골랐습니다.
Halo True / Halo Clear 두 종류가 있었는데.. 측정치상 체리 클리어 축과 가장 유사한 그래프로 보였던
Halo Clear 스위치로 최종 결정하여 구매를 진행했습니다.

이 스위치가 .. 체리 클리어와는 약간 느낌이 다르더군요.
체리 클리어의 경우, (갈축도 유사합니다.) 키캡에 손가락을 올리고 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아래 순서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1. 1차로  별 저항 없이 내려가는 짧은 구간을 지나고
  2. tactile 포인트(걸리는 느낌을 유발하는)에서 키압이 살짝 올라갔다가  (이때 접점이 맞닿아 키 입력이 발생하죠.)
  3. 해당 포인트를 지나면 수욱 하고 내려가고,
  4. 바닥을 때리기 직전 또 키압이 상당히 올라가는.

일련의 느낌을 받았었는데, halo 클리어는..
느낌상, 손가락을 올리고 힘을 가하자 마자 바로 tactile 포인트를 만나는 느낌이고,
해당 포인트를 지나면 쑥 내려갑니다.
(위 과정의 1번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못느낄만큼 아주 짧은 느낌)
이게, 어찌보면 토프레 방식의 러버돔 스위치와 약간 유사한 느낌일 수도 있다 싶긴 했네요.
다른 제조사 등의 여러 기계식 스위치를 경험해 보진 못해서 정확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경험했던 스위치들(체리 적/흑/갈/클리어) 중에서는 토프레 방식과 가장 유사한 타건감이었습니다.

다만, 2번 과정에서 느껴지는 압력이 체리 클리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느낌이고..  4번의 압력은 또 낮습니다.
덕분에, 이전 타건 습관으로는 최초 무게가 높아진데다.. 추가로 가끔씩이나마 바닥을 치는 충격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손가락에 전해지는 피로감이 조금 더 올라간 느낌입니다.
뭐, 심각하게 힘들어서 이 스위치 못쓰겠다! 까지는 아니긴 합니다.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있는 스위치라 생각됩니다.

기본 키캡은  shine-through PBT 더블샷 이라고 되어 있으며, 스위치 하단의 RGB LED의 빛이 키캡상의 문자 각인 영역에 적절히 투과됩니다.(높이는 OEM 프로파일이라고 하네요.)
적당한 도각임과 무게감으로 감촉이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애초에 따로 구해두었던 키캡으로 사용하려고 계획중이어서 박스 개봉하고 보관용 사진만 한 개 찍은 직후, 바로 보유중이던 SA 키캡으로 교체하였습니다. 
키 스위치의  LED 불빛이 위로 투과하지는 못하고, SA 특유의 공간으로 인한 울림이 타건음에 조금 추가되었지만,
비주얼적으로는 개인 취향상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만족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타건음은, 키보드 자체의 통울림이 최소한으로 절제된..  낮은 톤의 묵직한 사운드가 나옵니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음이 자가자가~ 하는 느낌이라면, 이 키보드의 타건음은 도고도고~ 라는 느낌이랄까..
유튜브 리뷰 영상들에서는 다소 가벼운 느낌의 타건음이었습니다만, 실제 느낌은 그렇게까지 가벼운 느낌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개인의 타건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저같은 경우는 키캡을 교체한 후에 느꼈던 소리이기 때문에
사용 환경에 따른 차이는 어느정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키캡 교체후, 이 키보드의 최악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났으니..
바로 "스테빌라이저 소음" 입니다.
구매전, 여러 리뷰 사이트와 영상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내용이라 좀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기본 키캡 상태에서 타건시에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고  생각보다 괜찮네.. 싶었었는데
이게 키캡을 ABS 재질의 SA 키캡으로 바꾼 후, 일반 키는 크게 바뀌지 않아 맘에 들었었는데
갑자기,  스페이스바의 스테빌라이저 철심 소리가... 그것도 엄청나게 저렴한 느낌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약간 과장을 보태어 타건음을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  도고도고도고 차칵!! 도고도고 차칵!! ... ㅜㅜ
(스페이스 소음이 너무 커서 덜 의식될 뿐, 다른 스테빌 소음도 상당히 거슬립니다. )

다른 외국 리뷰어들은 기판에 대일밴드를 붙여 스테빌 충격을 흡수하고, 아예 스테빌을 별도 구매하여 교체 후
구리스로 윤활을 하던가 하면 소음이 상당히 개선된다고는 하더군요.
다만, 아직 제겐 그렇게까지 할 만한 열정은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엄청난 지출이 발생한 직후거든요..
스위치 윤활도 한다던데, 그렇게까지 필요한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윤활된 스위치가 어떤 느낌인지 모르기도 하고..
들어가는 노력도 어마어마해 보여서.. 네. 솔직히 엄청 귀찮습니다.
인터넷으로 퍼마텍스 소분 판매하는 것을 사서 그야말로 떡칠을 했더니 조금 조용해 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잡소음이 들리네요.
상당히 올라왔던 만족도를 한방에 깎아먹는 포인트였습니다..


QMK 커스터마이징

지금껏 사용했던 65~68% 계열 키보드의 유일한 불만은, 
fc660 과 같이 shift+esc 를 ~ 로 동작시켜 주는 기능의 부재였습니다.
키 매핑을 지원하는 모델들도 특정 키 조합을 다른 키로 처리해 주는 기능이 없는 하드웨어 매크로 수준이어서,  항상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해 왔었죠.

이 기능을 드디어 적용이 가능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대단히 행복합니다.
특히나, 매핑 적용 펌웨어를 직접 코딩하여 컴파일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렇게 작업할 수도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간단히 클릭 몇 번으로 작업한 후 펌웨어 파일을 직접 다운받을 수 있게 해 준 점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drop.com 에서도 제공은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qmk 에서 직접 제공하는 사이트가 좀더 세부적인 키 매핑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펌웨어 업로드가 GUI 프로그램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터미널 창에서 커맨드와 파일명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는 점은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약간의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긴 했습니다.

키 매핑 내용:
  • L_Ctrl / CapsLock 교체,
  • 우측 상단 키 2개가 del, home 으로 되어있던 배치를 ins, del 로 교체(fc660처럼)
  • fn + R_Alt를 한자 키로 설정 (은근 필요할 때가 있더군요)
  • shift+esc 를 ~로 매핑 등. (소원 성취했습니다. ㅋㅋ)


총평

장점
  • 완성도있는 외관. 묵직하고 정숙한 타건감.
  • 화려한 LED효과
  • 손쉬운 커스터마이징
단점
  • 스테빌 소음.
  • 애매하게 고정된 각도(개인취향)
  • 역시나... 가격.


SA 키캡 적용된  사진 하나 투척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지저분한 주변 상황은 알아서 걸러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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