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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 리뷰가 세진 키보드의 마지막 리뷰가 될 것 같다. 필자는 여러 방면을 통해서 세진 키보드를 구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아직 진흙 속에 숨어 있을 법한 키보드를 결국 구하지 못하고 이번 리뷰를 마지막으로 세진 시리즈의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세진 리뷰를 준비하면서 이런 대단한 키보드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즐거운 일이였다. 마치 이런 명기들이 어떤 이유로 또는 어떤 목적성에 의해서 더 이상 새 제품으로 만질 수 없다는 것은 필자 개인적인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키보드를 PC 주변기기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아쉬운 일일 것이다.


산업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윤 창조가 우선이였기 때문이고 그 것을 위해서는 목적성 보다는 기업윤리에 따라 자연스로운 도퇴였겠지만...다만 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또는 그럴 이유가 없는...)있는 상태에서 인지하고 난 뒤에 세진은 정말로 마지막 왕조 같은 느낌이였다.  그래서 마지막 리뷰의 제목 만큼은 좀 거시적이면서 조금 극적인 제목을 달아봤다.


"The Last Kingdom"


왕조라는 의미는 세진이라는 업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세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 세상에 나왔던 명품은 아닐지라도 명기였던 세진 키보드들에게 달아주는 제목이다.(필자는 세진이라는 회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1. 외형

전형적인 회색 투톤 스탠다드 키보드의 외형이다. 세진을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인 회색 투톤 키보드이다. 어떻게 보면 리얼포스의 느낌이 베어나는(어쩌면 리얼포스가 세진 키보드의 느낌을 닮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느낌이다.

외형에 대해서는 특이한 것도 그렇다고 다른 것도 없다. 그냥 "스탠다드" 또는 "디폴트"의 단어를 연상 시키는 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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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용한 1082는 삼보 트라이젬 OEM 제품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세진 원래의 디자인보다 이렇게 나온 OEM 디자인을 가진 세진이 더 이쁜 것 같다. 더 잘어울리고, 좀 더 세련된 느낌을 받는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필자가 구했던 세진 키보드는 1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OEM 제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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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좋아하는 각진 이색사출과 회색과 화이트의 조화가 정갈한 모습이다. 말그대로 전형적인 키보드의 모습이다.

특징이라면 이렇게 특징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2. 키캠과 키감

세진의 가장 큰 장점은 두꺼운 이색사출 키캡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느낌의 키캡이다.

만약에 세진이 후타바축이 아닌 체리축이나 알프스 축을 선택했다면 세진 키보드의 대우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또는 후타바 스위치의 인지도가 지금의 체리정도였거나...


말 그대로 키캡 때문이라도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세진 키보드의 키캡은 매우 매우 좋은 키캡이다. 실제 재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번들거림도 쉽게 생기지 않았다. 정말로 키캡의 퀄리티는 개인적으로 승화키캡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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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자가 얼마 전에 염색에 관련된 테스트를 했을 때 세진 키캡을 포함해서 테스트를 했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체리 이색은 얼룩지는 것에 반해서 세진 이색은 균일한 염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세진이지만 얇은 키캡을 사용했던 키캡들은 특이하게 염색이 전혀 되지 않는 재질이였다. 이 말은 세진 키보드의 변신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염색이 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단, 이색사출 키캡의 경우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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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보듯이 얼룩이 있는 양쪽의 키캡은 체리 이색사출 키캡이고 중간에 선명하고 균일하게 염색된 키캡이 세진 이색사출 키캡이다. 같이 염색을 했을때의 결과물이다. 일그러짐이나 변형도 없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1082의 키감은 기존의 세진 키보드의 키감과는 다른 편이다. 쉽게 말한다면 많이 조용한 편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리얼포스 45균등 저소음버젼(실제로 이런제품은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렇게 표현했다.)같은 느낌이였다.


소리에서 느껴지듯이 다른 세진과는 다른 부드러움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부드럽기 때문에 타건감이 좀 심심할 수 있겠지만 키압이 높은 것을 원한지 않는 유저라면 충분히 만족 할 수 있는 키감이다.  그러면서 적절한 구분감을 가지고 있어서 타건의 재미보다는 타이핑의 재미를 느끼게하는 키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진다. 마지막 왕조의 후손같이 어떤 권위와 위엄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부드러움에는 다양한 감성과 감정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사실 현재 필자는 리뷰를 쓰면서 객관적이지 못한 상태로 글을 쓰고 있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 적절한 구분감
  • 적절한 타건 소리
  • 적절한 정갈하면서도 조용히 튀어 올라오는 반발력

그러면서도 튀지 않는 느낌을 가진 보드라고 생각이 든다. 필자는 리얼포스에 비유를 했는데 정말로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소리가 줄어든 리얼포스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하고 적절한 키압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추천 할 만한 보드이다. 다만 아무리 좋게 표현했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심심한 것은 인정 안할 수 없다.


아마도 두꺼운 키캡에서 타건음을 많이 줄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정말 끝자락에 묻어나는 구분감이 있어서 타이핑의 리듬을 주는 특이한 느낌을 가진 1082이다. 그러면서 구름타법이 가능한 키보드 그리고 눈이 즐거운 타이핑(여기서 필자가 생각하는 타이핑이란 손가락에 느껴지는 리듬감의 타건이 아닌 화면에 글씨가 흘러가는 것을 타이핑이라고 표현했다.)을 선물하는 마지막 왕조의 키보드 세진 1082에 대한 리뷰를 여기서 마무리한다.
















세진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세진 EAT 1010K를 거침없이 필자에서 선물해주신 쵸코쵸코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자신의 키보드의 평가를 위해서 세진 1196을 임대해주신 우영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세진 키보드를 판매해주셨던 키매냐, 중*나라 회원님들에게 이 리뷰를 헌정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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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PhotoGrapher and Fortune-t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