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킹 프로를 3대째 쓰고 있습니다. 한대는 방출했고 한대는 올해 2월에 무려 38만원을 주고 구입한 제품인데요. 터치감을 높이려고 분해한 다음 스카페이스님의 오링을 끼워넣었습니다.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피해킹은 열어보면 러버돔과 스프링이 따로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제 자리에 잘 올려놓은 다음 커버를 덮고 볼트를 체결하면 되는데 간혹 그 과정에서 스프링 위치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어서 특정 글쇠가 잘 안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다시 열어서 같은 작업을 해야 합니다. 볼트가 20개 가까이 돼서 꽤나 번거롭죠.

주의하실 부분은 러버돔에 이물질이 묻을 경우 쇼트가 일어나서 키보드를 아예 못쓰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해피해킹과 리얼포스는 잘 아시다시피 무접점 정전용량 방식이라 스프링이 콘덴서 역할을 하는데요. 이물질이 끼어들면 정전용량에 극단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어디선가 부품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경우는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수입 판매사인 레오폴드에 문의를 했는데 이처럼 키보드를 분해한 경우는 무상 AS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레오폴드를 통해 일본까지 보내서 보드를 교체했는데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듭니다. 처음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뒷면 커버를 열고 볼트를 푸는 순간 각오하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터치감이나 소리는 좋아지지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비싼 제품인만큼 예민한 제품이기도 하고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 쓰는 분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의외로 스페이스바가 일찍 닳습니다. 제가 타이핑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번들거리는 게 아니라 많이 닿는 부분이 닳아서 맨질맨질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스카치 테이프를 잘라서 붙여놨는데 이미 닳은 부분은 방법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