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가 $49.99 핫스왑 키보드를 냈습니다 — 그런데 한국에선 8만 9천원

레이저가 완전히 새로운 키보드 라인 'Reclusa(리클루사)'를 시작했습니다. 시리즈의 첫 제품은 65% 배열의 Reclusa X Mini 65%이고, 미국 정가는 $49.99(약 6만 7천원) 입니다. 9월 8일 발표, 9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저가형 신제품입니다. 그런데 3핀·5핀 모두 지원하는 핫스왑 PCB, 실리콘 2층 댐핑, 팩토리 윤활 처리된 택타일 스위치, 사우스 페이싱 LED.
커스텀 입문자들이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항목이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게이밍 주변기기 대기업이 이 조합을 50달러선에 내놓은 건 처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레이저코리아 공식몰에서의 가격은 89,000원입니다.
스펙
| 항목 | 내용 |
|---|---|
| 배열 | 65% / 68키 |
| 스위치 | Razer Orange Gen-3 택타일, 팩토리 윤활 |
| 스위치 제원 | 작동압력 50gf / 작동거리 2.0mm / 총 이동거리 3.5mm / 수명 1억 타 |
| 핫스왑 | 3핀·5핀 모두 지원 |
| 마운트 | 트레이 마운트 |
| 플레이트 | PPS |
| 케이스 | 플라스틱 (매트 마감) |
| 댐핑 | 실리콘 2층 (케이스 + 바텀) |
| 키캡 | 더블샷 ABS, 트라이톤 배색 |
| LED | 퍼키 Chroma RGB, 사우스 페이싱 |
| 연결 | 유선 USB-C (착탈식 편조 케이블) |
| 폴링레이트 | 1,000Hz |
| 기능 | Snap Tap, Snap Flex, Dual-Keypress Priority, NKRO |
| 치수·무게 | 311 × 102 × 37mm / 약 707g |
| 각도 조절 발 | 없음 |
| 가격 | $49.99 (£59.99 / €69.99 / 국내 89,000원) |
| 보증 | 국내 기준 최대 2년 |
가장 눈에 띄는 건 핫스왑 규격입니다. 3핀만 지원하는 저가 보드가 흔한데, 이 제품은 5핀도 받습니다. 스위치를 고를 때 다리를 자르거나 규격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입문자에게는 생각보다 큰 차이입니다.
사우스 페이싱 LED도 이 가격대에서는 드뭅니다. LED가 아래쪽을 향하면 체리 프로파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드파티 키캡과 간섭 없이 맞물립니다. 키캡부터 바꿔보는 입문 루트를 염두에 둔 설계로 읽힙니다.
스위치는 Razer Orange Gen-3입니다. 작동압력 50gf, 작동거리 2.0mm, 총 이동거리 3.5mm, 수명 1억 타로, 2세대(8,000만 타) 대비 수명이 늘었고 바텀 하우징이 유백색 반투명으로 바뀌어 RGB 확산이 개선됐습니다. 여기에 공장 윤활까지 되어 나옵니다.
PC Gamer는 핸즈온에서 "훨씬 비싼 제품에서나 듣던 묵직한 thock" 이 난다고 썼습니다. 스위치에 대해서는 "클릭 없이 선명하고 만족스러운 택타일 범프"라며, 자신이 싫어하는 과도한 클릭감이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더블샷 ABS 키캡도 스위치와 맞물리면 "상당히 고급스럽게" 느껴진다고 평했습니다. (PC Gamer)
Windows Central은 정식 리뷰에서 "$49.99라는 가격표를 훌쩍 뛰어넘는 제품" 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타건감은 "탄력 있고 반응이 빠르며, 타건 하나하나가 의도적이고 통제된 느낌", 소리는 "중간 볼륨의 clacky"이고 스페이스바와 백스페이스에서 더 깊은 thock이 난다고 묘사했습니다. 약 710g의 무게 덕에 손에 잡히는 밀도감이 있고, 지문이 잘 묻지 않는 매트 마감과 편조 USB-C 케이블도 가점 요소로 꼽았습니다.
특히 Gen-3 오렌지 스위치를 더 비싼 헌츠맨 계열보다 높게 평가하며 "레이저가 만든 택타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축"이라고 썼습니다. (Windows Central)
그런데 가격을 맞추기 위해 들어내진 항목들이 명확합니다.
첫째, 각도 조절 발이 없습니다. 리서 자체가 없어 완전히 평평하게 놓입니다. Windows Central이 단점으로 가장 먼저 꼽은 항목이기도 합니다. 로우프로파일 타이핑에 익숙하거나 팜레스트를 쓰는 사용자라면 문제가 없지만, 6~8도 각도에 손목이 길들여진 사용자에게는 이게 구매를 접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5만원짜리 보드에 각도 조절 발 하나가 빠진 게 대수냐 싶겠지만, 하루 8시간 쓰는 물건에서는 대수입니다. 다행히 해결책은 저렴합니다 — 3D 프린팅 각도 스탠드나 저가 리프트 패드로 보완이 가능합니다.
둘째, 키캡이 PBT가 아닌 ABS입니다. 더블샷이라 각인이 지워지진 않지만, 표면 번들거림은 시간 문제입니다. 다만 사우스 페이싱 LED라 키캡 교체가 자유로우니, 이건 "나중에 바꾸라고 남겨둔 자리"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셋째, 트레이 마운트에 플라스틱 케이스입니다. 같은 가격대 중화권 경쟁작 중에는 개스킷 마운트를 넣은 제품이 여럿 있습니다. 실리콘 2층 댐핑으로 소리는 잡았지만, 마운트 구조에서 오는 유연한 타건감까지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넷째, 유선 전용에 1,000Hz입니다. 무선 3모드가 5만원대의 기본값처럼 되어버린 시장에서 유선 전용은 확실한 후퇴입니다. 폴링레이트도 8K가 아닌 1,000Hz이고, 래피드 트리거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홀이펙트를 기대하고 접근하면 안 되는 제품입니다.
동가격대 비교
| 제품 | 정가(USD) | 배열 | 핫스왑 | 마운트 | 키캡 | 연결 | 각도 조절 |
|---|---|---|---|---|---|---|---|
| Razer Reclusa X Mini | $49.99 | 65% | 3·5핀 | 트레이 | ABS | 유선 | 없음 |
| Keychron C3 Pro | $34.99 | TKL | 확인 불가 | 개스킷 | ABS | 유선 | 3단계 |
| Keychron C3 Pro 8K | $54.99 | TKL | 3·5핀 | 개스킷 | PBT | 유선 | 3단계 |
| Keychron V2 (완제품) | $84.99 | 65% | 3·5핀 | 트레이 | PBT | 유선 | 3단계 |
| Royal Kludge RK68 | $59.99 | 65% | 3·5핀 | 확인 불가 | PBT | 3모드 | 확인 불가 |
| Akko 5075B Plus | $85.99~ | 75% | 5핀 | 개스킷 | PBT | 3모드 | 확인 불가 |
| Epomaker TH65 | $64.99 | 65% | 5핀 | 개스킷 | PBT | 3모드 | 2단 |
표를 정직하게 읽으면 결론은 이렇습니다. Reclusa X Mini는 가격에서 이기고, 마운트·키캡·무선·각도 조절 네 항목에서 집니다.
그럼 왜 살 만한가. 세 가지입니다.
- 팩토리 윤활 스위치가 기본 장착입니다. 경쟁작 상당수는 윤활을 사용자 몫입니다.
- A/S와 브랜드입니다. 중화권 직구 제품의 고질적 약점이 사후지원인데, 레이저는 국내 공식 채널과 보증(최대 2년)이 있습니다.
- Snap Tap·Snap Flex 같은 게이밍 입력 기능은 이 가격대 커스텀 지향 보드에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런 기능을 쓰려면 Synapse 설치가 사실상 필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사족: 'Reclusa'는 19년 만에 부활한 이름입니다
레이저가 이번에 꺼낸 Reclusa라는 이름에는 전사(前史)가 있습니다.
2007년 1월 CES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레이저가 공동 발표한 "Microsoft Reclusa gaming keyboard" 가 원조입니다. 당시 예상 소비자가는 $69.95였고 그해 봄 출시됐습니다. (Microsoft 보도자료, 2007-01-08)
즉 레이저가 단독 브랜드로 자리 잡기 전, MS 주변기기 사업부와 손잡던 시절의 이름입니다. 다만 레이저는 이번 발표에서 2007년 제품을 언급하거나 '부활'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한 재사용일 가능성도 있으니 단정할 사안은 아닙니다.
그리고 레이저 공식 Reclusa 라인 페이지에는 "Reclusa Mini 65%" — X가 빠진 모델 — 가 Coming Soon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뉴스룸 보도자료에도 "Reclusa Mini 65% coming soon and more to follow"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다만 이 모델의 스펙·가격·출시일은 전부 미공개이고, TKL이나 풀배열 등 더 큰 배열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습니다. Windows Central이 "Reclusa 여정의 첫걸음"이라고 표현한 정도가 현재까지 나온 전부입니다. 라인업 확장은 확정 사항이 아니니 기대치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
| 이런 분께 | 커스텀 키보드에 처음 발을 들이는 분 / 스위치와 키캡을 직접 갈아보고 싶은데 납땜은 하기 싫은 분 / 직구 리스크 없이 정식 보증으로 사고 싶은 분 |
| 피하실 분 | 무선이 필요한 분 / 각도 있는 타건을 선호하는 분 / 래피드 트리거·8K 폴링을 기대하는 분 / PBT 키캡이 기본이어야 하는 분 |
| 한 줄 평 | $50 x 환율 = 출고가 였더라면.. |
참고 링크
- Razer 공식 제품 페이지 (US)
- Razer 대한민국 제품 페이지
- Razer 뉴스룸 보도자료
- PC Gamer 핸즈온
- Windows Central 리뷰
- Notebookcheck
- TweakTown
- CGMagazine 리뷰
- Microsoft 2007년 Reclusa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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