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을 거쳐간 해피해킹과 리얼포스가 이런 저런 색깔과 사양으로 얼추 20대 정도 되는 듯 합니다. 계속 샀다가 팔았다가 많을 때는 7대까지 쟁여두기도 했고요.

그런데 늘 딜레마는,

뽀대로 치면 해피해킹 백무각이 극강. 그러나 숫자는 여전히 헷갈리고요.
타이핑 효율로 치면 리얼포스 차등이 극강. 타이핑수가 100타 이상 늘어나는 것 같긴 한데 어딘가 심심한 디자인이죠. 타닥타닥 두들기는 맛도 해피만 못하고요.

그런데 해피나 리얼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키감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러버돔이 경화되기 때문일까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래 되면 약간 눅눅해 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키캡도 확실히 다릅니다. 신품 키캡을 끼워봤더니 손 끝에 뽀송뽀송하고 폭신폭신한 감촉이 느껴지는데 오래 쓴 키캡은 그냥 맨질맨질한 느낌이죠. 사각사각하는 기분 좋은 느낌도 사라지는 것 같고요.

그래도 저는 그냥 막 쑤셔넣고 들고 다니기 좋은 낡은 해피 백무각을 업무의 98% 정도로 씁니다. 나머지는 그냥 무한 봉인. 커스텀 키보드도 써봤지만 어쩐지 막 쓰기 아까워서요. 전투용으로 쓰는 키보드는 해피해킹입니다.

지금까지 만져본 키보드 가운데서는 알프스 청축이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신품 해피해킹도 좋고요. 356CL의 묵중한 하우징은 정말 자손대대로 물려줄 만한 명품이죠. 저는 OTD에서 진행 중인 체리 해피나 알프스 해피까지 만들어 보고 졸업할 계획입니다. 열심히 OrCAD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인데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