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0 새제품~~~이베이 구매신청 후 캐나다로부터 장장 2개월 반 동안 태평양을 헤엄쳐 결국 제 품에 들어왔네요.
구매시 혼선이 있었는데, 판매자 왈 제가 돈을 입금안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팔렸다면서 서로 뻘쭘해했는데,
그 다른 사람이 결국 저였습니다. 제가 취소 후 재구매를 진행시켰는데...암튼 우여곡절 끝에 저한테 왔습니다.
ㅎㅎ 역시 인연은 어떻게든 맺어지는가 봅니다. 기대한 만큼 대만족입니다. 제가 원하는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놈이니까요.

1. 키감
멤브레인 키보드계의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컴팩 9965와 비교를 하면 "9965가 뚜렷한 구분감을 갖고 경쾌하게 도도독거리며, 키가 깊이 눌리는 제품"인 반면, "9910은 살며시 누르면서 그 부드러움과 쫀득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솜사탕과 같은 제품"입니다. 그러면서도 두 제품은 모두 "부드럽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 타이핑 정확도
속타시 손가락이 삑사리 안내면서 원하는 키를 얼마나 정확히 누르냐...하는 부분으로 개인적으로 키보드 선택의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정확도 면에서는 9965가 다소 앞섭니다. 아마 9965의 키캡이 9910보다 넓고, 또 스텝스컬쳐 구조인 9910에 반해, 9965는 q,a,z 열이 서로 평평한 면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9965의 각각의 키캡은 경사져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9965에 오래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3. 소음
9910은 "극저소음"입니다. 저소음이란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특히, 강하게 때리면서 치는 구조가 아닌 어루만지듯이 치는 타법을 가능케하는 키보드인지라, 조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키캡이 들뜸없이 견고하게 붙어 있고 키캡의 울림 또한 거의 없습니다.

4. 모양, 색상
스텝스컬쳐 구조이고, 손바닥 반을 올려놓음직한 "충분히 넓은 손목받침대"가 장착되어 있어 손목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편합니다.
무엇보다 맘에드는 레이아웃은 긴 백스페이스! 백스페이스는 매우 자주 쓰는 키인데다가 자판 끝 모서리에 멀찍이 부착됐기 때문에, 백스페이스가 길어야 경우 손목도 편하고, 키도 제대로 누를수가 있게 됩니다.
한글없는 영문키보드는 처음 써보는데요, 오히려 깔끔하고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베이지색"이라 좋군요.

5. 총평
물론 주관적인 기준입니다만..."9965와 9910 모두,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키보드"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요, "부드럽고 조용조용함을 우선시하고 얕은 키눌림과 쫀/찐득함을 좋아하시는 분께 9910"은 강추입니다. 한편, "확실한 구분감과 깊이있는 키눌림을 동반한 부드러운 키감을 찾으시는 분께는 9965"를 추천합니다.
이처럼 멤브레인의 세계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키감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제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6. 덧
9910 구매가 취소된 줄 알고 그냥 포기한 후, 엊그제 7953을 주문했는데요....쩝 취소할까 하다가 이왕 지른거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담주쯤 도착 예정이며, 도착 후 비교후기 쏘겠습니다. ㅎㅎ 7953과 9910간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