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지x견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비글을 한마리 키운적이 있었습니다.
흠..... 언제였을까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때였으니까, 무척 많은 시간이 지났군요.
그당시 우연한 기회에 그녀석을 얻게 됐습니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놀이터로 놀러갔는데
놀이터 구석지에 상자가 하나 있더라고요.
뭔가 바스락거리긴 했지만 정체를 몰라 저와 제 친구들은 흘낏 흘낏 곁눈질을 주면서도 하루종일 재미나게 놀았지요.
해가 지고 친구들도 하나 둘 흩어지는데, 박스는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박스로 가 문을 열어 보니...... 강아지가 한마리 있네요.
그렇습니다. 유기견이었죠. 어느 x놈의 새x인진 모르겠지만,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애기를 버렸더라구요.
갓 털 보송보송 나서, 엄마품이 한창 그리울 때인 애기를요.
그당시 저 역시 무척 어렸지만 어째 발길이 떨어지질 않대요.
편지라도 한 장,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란다고 써 놨으면 그냥 발걸음을 옮겼을라나.
하지만 그런것도 없이 덜렁 사과박스 안에 대충 깔려 있는 신문지와 휴지 몇 겹.
어린 나이에도 그냥 갈 순 없다는 생각이 파박! 하고 들었습니다.
조심조심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장 가져다 놓으라 성화, 저는 바락바락 그럴수 없다고 대들고.
결국 집 나간다는 폭탄선언과 함께 당시 유아원(유치원가기 전을 유아원이라고 불렀는데, 맞나 모르겠네요.)
에 다니던 동생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오빠 어디가?
강아지 키우러 가. 강아지 키우고싶지?
응. 근데 왜 집을 나가?
대화내용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
집을 나와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페인트 사탕(혀 파래지는거 ㅋㅋ) 사서 동생 주고, 맥주맛 사탕 사서 쪽쪽 빨며 여기 저기 돌아다녔지요.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둑어둑한데, 갈 곳이 없잖아요. 동생은 울음을 터트리고 왠지 슬퍼서 저도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길바닥에 앉아서 우는 저희를 옆집 아줌마가 발견하셨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됐더랬죠.
그날은 정신없이 혼나고, 피곤한 탓인지 픽 쓰러져 잠을 자고 말았답니다.
다음날.
아빠가 헐레벌떡 동생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십니다. 입안이 온통 파란걸 보니 식중독 같다구요...... 아 그거 사탕땜에 그런건데....
그리고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자, 엄마가 강아지한테 데운 우유를 먹이고 계셨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엄마는 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신 겁니다.
그래요. 우유까지 먹인 사인데, 돌려놓으라는 잔혹한 말은 못 하실 테죠. 굿잡. 계획대로네요.
동생은 결국 지극히 건강하다는 검진결과를 받을 수 있었고, 우리가족은 새 식구를 맞을 수 있었답니다.
이름은 돌돌이로 지었어요. 맨날 돌돌돌돌 굴러다녔거든요 ㅋㅋ
돌돌이랑은 추억이 참 많슴다. 같이 잔다고 침대 위에 올려놨다가, 똥을 진뜩 싸 놔서 침대보를 버린 적도 있었지요.
하도 낑낑대길래 병원에 갔는데, 예방접종을 하나도 안 맞췄다면서 수의사 선생님께 꾸중아닌 꾸중을 받은 적도 있었구요.
학교를 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서 애처롭게 저를 쳐다보는 돌돌이의 시선이 너무 안타까워 가방 속에 넣어 갔는데
수업을 받는 도중 요상한 냄새가 나서 보니 가방 안에 똥을 싸 놓았던 적도........ 왠지 똥에 관련된 기억이 좀 되는군요.
그래도 태생이 비글이다보니 시골에 데려갔을 땐 메뚜기에 혼이 팔려 사방 팔방 뛰어다니다 잃어버릴뻔 한 적도 있었지요.
산책을 시키다가 비둘기를 쫒기 시작한 그녀석이 없어져 하루종일 여기저기를 헤멨지만 찾지 못해서 엉엉 울면서 집으로 오는데,
현관 앞에서 문을 긁고 있던 돌돌이를 만났을 땐 얼마나 기쁘던지..(그 뒤론 목줄을 무조건 채웠습니다..)
동생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왠지 자꾸 이녀석이 힘이 없는겁니다.
모르겠어서 쭉 지켜보는데, 유치원을 다녀온 동생이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초콜릿을 꺼내 주는거에요..
유치원에서 간식으로 준 것을 딴에는 돌돌이 주겠다고 챙겨온 모양입니다.
ㅠㅠ.. 그러면 안되는데. 결국 동물병원 가서 토하게 하고 처방 받고 나니 괜찮아졌지만 생각해보니 아찔한 기억이었네요.
그렇게 쭉쭉 크던 녀석이었습니다.
제가 고3이 될때까지 저희 집과 함께였지요.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이시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야자 끝나고, 학원까지 끝나고 다들 자는 시간에 집에 들어와도 그녀석은 잠 안자고 저 기다리고 있어요.
새벽 두시가 됐든 세시가 됐든 현관 앞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제가 문을 열면 달려와서 덥석! 하고 바지를 긁어대지요.
아침이 되면 알람시계보다 1분 일찍 일어나 제 귀를 마구 핥아대지요. 어김없이 제시각입니다.
가족들이 다 외출하고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무척 길텐데
우울증 한번 안 걸리고 고맙게 잘 커주던 녀석이었습니다.
가끔씩 주인이 소홀해도 돌돌이는 늘 그자리에 있었죠.
신경질적으로 대해도 늘 주인 볼을 핥아주고 혼을 내도 머리를 부비던 아이였습니다.
뭐 이건 여담이지만, 최근엔 지x견으로 유명한 비글....... 정작 키우는 분들 중 비글이 그렇게 난동피우는 곳은 몇 없습니다.
적당히 산책 시켜주고 장난감 챙겨주고 놀아주면 그렇게까진 안해요.
물론 강아지의 성격따라 다른 점이니 간혹 그런 성격 지나치게 활동적인(?) 녀석이라면 힘들수도...
잡설을 떠나서.
고3 요맘때, 그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사냥감을 물색하던 녀석.
도둑고양이를 발견하고 멍멍 짖으며 달려갑니다.
목줄이 있었기에 크게 저지는 안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척 후회가 되네요.
고양이가 도로를 건너 날렵하게 저편으로 사라지는 사이,
돌돌이는 고양이를 따라 도로로 나섰지만 목줄때문에 멈칫 하고 맙니다.
그사이에 오토바이에 치였고
앞다리 두 개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습니다.
앞다리만 부러지면 다행인데, 두개골이 함몰됐고 근육이 완전히 파열돼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수술을 몇 차례 거쳤지만, 간신히 숨을 유지할 뿐 몸을 움직이진 못했습니다.
호흡기를 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눈물이 쏟아져서 차마 그 앞에 서있질 못했슴당.
며칠 뒤에 결국 병원에선 안락사를 권하더군요. 사람으로 치면 이미 정신을 놓았을 거랍니다.
숨을 쉴때마다 죽음의 통증을 느낄거라고.
그땐 안된다고 절대 반대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 마음이 이럴라나, 그건 좀 아닌가 ^^
너무너무 괴로워하기에 마취제를 몇 방씩 맞는 아이. 안락사를 당하기 전에 약물 중독으로 먼저 갈 확률이 높다는 소릴 듣고
결국 선택을 했습니다.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병원 이동을 합니다.
주사를 맞는데, 돌돌이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과연 그 아이는 제게 어떠한 메시지를 담아 쳐다보고 있었을까요.
원망이라도 해줬으면 차라리 좋았으련만.
그리고 눈을 감는데 가끔씩 요즘도 그 꿈을 꿉니다.
그때 저는 돌돌이의 목줄을 있는힘껏 잡아당기지요. 돌돌이는 그 망할 고양이를 따라가지 않고 제게로 돌아옵니다.
꿈에서 깨면 미안함과 죄책감에 다시 잠을 못 잡니다.
저희 집은 그 다음부터 반려동물은 절대로 키우지 않습니다.
오늘 뜬금없이 자게에 이런 뻘글을 싸지른 이유는..
우리 돌돌이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12시가 지났으니 어제라고 해야할까요.
늘 묻혀있는 시골에 가서 좋아하던 간식 몇 개 챙겨주고 왔습니다.
술도한잔 살~짝 걸쳤는데 어질어질 하네요. 대체 지금 무슨내용 쓰고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라이 ㅋㅋ 기분도 꿀꿀한데 자러갈랍니다.
좋은주말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