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2때의 미술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술선생님께서 그날 과제로 "풍경화가 있는 달력을 가져와서 그대로 그려라"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래서 제가 고른 풍경화달력은 산골에서 눈덮힌 통나무집을 그려 놓은 그림이었읍니다.
선택의 이유는 흰색만 떡칠하면 쉽게 그리겠다 싶어서였읍니다.
공교롭게도 반에서 한친구가 저와 똑같은 그림을 들고 와서는 자기도 이걸로 그린다고 했고.
당연 저는 딴걸로 해라 .... 반친구는 "댓그등"
그래서 결국 "그래 씨X 같이죽자" 하고 둘이 똑같은 그림을 그렸읍니다.
저는 애초의 의도대로 디테일은 무시하고 흰색만 떡칠했구요 .저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반 친구는 통나무집과 그 외의 사물
들을 디테일하게 그렸읍니다. 딱 봐도 그친구가 잘 그렸읍니다.저는 애초에 점수는 포기했구요
그림을 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점수를 매기시는 시간이 왔읍니다.
똑 같은 그림이 2개가 있으니 한참을 보시고는 제가 그린 그림과 다른친구의 그림을 교실 제일뒤에 나란히 놓으시고
반 아이들에게 물었읍니다.
"똑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누가 잘 그렸냐..?"
반 아이들은 당연 제그림이 아닌 다른 친구의 그림을 가리켰읍니다.
선생님께서 다시 물으셨읍니다.
"그럼 이 그림의 주제는 뭐냐...?
반아이들은
"눈오는 풍경같은데요"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길
"그럼 두그림중 어느것이 눈오는 풍경을 그린것 같냐..?
반 아이들은 제그림을 가리키며..
"저건데요"
선생님께서
"분명 이 그림의 주제는 숲이야 그런데 한사람은 그 숲의 나무를 그렸고 하나는 어설프지만 숲을 그리려고 했다.
내가 이 과제를 준 것은 달력의 그림을 그대로 베끼라는것이 아니라 그 그림이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은 일부분만 봐서는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몰라. 그림의 전체를 봐야 그림을 그린 화가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것인지 안다"
당연 점수는 제가 더 많이 받았읍니다.ㅎㅎㅎㅎㅎ
이 수업이 철없는 그때 저에게 많은것을 선생님께서 시사해 주셨고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일의 결정이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이 떠 오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