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조선일보 만물상이라는 칼럼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이미 미국에선 옛날 타자기를 태블릿 PC에 연결한 복고풍 제품도 나왔다고 한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런 제품이 있나요? USB 타자기 같은게 있는건지, 아니면 어떤 분이 타자기처럼 키보드 깎아서 만든걸 얘기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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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2547346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냈다. 15세기 루마니아의 흡혈귀 전설에 바탕을 둔 작품이었다. 미신을 소재로 삼았지만 소설 내용은 19세기 최첨단 과학기술로 꾸몄다. 드라큘라를 쫓는 주인공들이 열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자용 타자기로 글을 쓰고 축음기로 말을 녹음한다. 이때만 해도 타자기는 최첨단 문명의 상징이었다. 타자기를 처음 등장시킨 소설이어서 요즘엔 '빅토리아 시대의 하이테크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이후 타자기는 컴퓨터에 밀려 일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인들도 외면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타자기를 고집하는 작가도 있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는 2002년 산문집 '타자기를 치켜세움'을 냈다. 그는 30년 가까이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쓴다고 했다. 숱하게 이사를 하면서 수많은 물건을 내다버려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이 타자기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타자기가 독일 올림피아사(社) 제품이다.
러시아 연방경호국(FSO)이 얼마 전 독일 올림피아에 타자기 스무 대를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정보를 관리하는 FSO는 앞으로 기밀문서를 모두 타자기로 작성하기로 했다. 아예 타자기로 종이 문서를 만들어야 컴퓨터 해킹을 당할 염려도 없다는 얘기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 문서를 유출했고 미국 국가정보국(NSA)의 정보 수집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된 것도 컴퓨터 불신을 키웠다.
올림피아는 1903년부터 타자기 제조업체로 이름을 냈다. 그러나 컴퓨터 시대가 열리자 92년 타자기 생산을 중단했다. 다만 인터넷 쇼핑몰에선 중고 올림피아 타자기가 거래돼 왔다. 러시아가 우리 돈으로 1680만원을 들여 사들이기로 한 올림피아 타자기는 '트라이엄프 아들러 트웬 180'이라는 모델이다. 80~90년대 인기를 끈 제품이라고 한다. 컴퓨터 자판을 생산해 온 올림피아는 러시아의 특별 주문을 받아들여 타자기를 만들기로 했다.
2011년 인도에 남아 있던 마지막 타자기 공장이 문을 닫았다. 앞으론 안경처럼 쓰는 스마트폰도 일상에서 쓰일 거라고 한다. 컴퓨터가 날로 발전할수록 해킹에 대한 두려움도 커 간다. 러시아 정부처럼 다른 나라 정보기관이나 기업에서도 기밀 문서를 앞다퉈 타자기로 치는 문명의 역설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미 미국에선 옛날 타자기를 태블릿 PC에 연결한 복고풍 제품도 나왔다고 한다. 따닥따닥, 타자 치는 소리가 망각의 저편에서 뚜벅뚜벅 되돌아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