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라기에는 너무 박력 넘치는 비가 퍼붓는 주말,
회원님은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고 있는지...
키보드들의 제주인을 찾아 주기로 마음먹은 후
하나 둘 떠나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제가 갖고 있는 녀석들 중 의미가 깊었던 녀석들인 사과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분양하기로 마음먹고 하나하나 열어보고 점검하다 보니,
간절하게 구하고 또 구한 후에 감동이 컸던 녀석들이 눈에 띄더군요.
입양 의사를 밝히신 분께는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한 녀석은 곁에 두기로 결심하고 양해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 녀석이 바로 애플 스탠다드입니다.
제 경우 키매냐를 기웃거리게 만든 녀석은 애플 프로 키보드였습니다.
2005년 두 번째로 방송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영상편집실에서 본 애플 프로 키보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둘러 보다가 키매냐에 발을 담그게 된 거죠.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애플 프로 키보드는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고,
다양한 기계식 키보드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한동안은 눈팅만으로 잘 버텼는데,
이 키보드의 자태를 보고 구하고 싶어 애를 태우게 되었습니다.
이녀석을 구하기 전의 대리만족이랄까
뭐 그런 심정으로 다른 키보드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꽤 상태가 좋은 애플 스탠다드와 다른 애플 키보드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스탠다드는 3~4대 정도인데,
그 중에서 박스에 담긴 이 녀석은 정말 의미가 남다른 녀석입니다.
저보다 앞서 사과에 푹~빠지셨던 회원님 중 한 분께서 이베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팩토리씰'이라는 단어를 보고 냅다 지르셨던 녀석이라고 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썼지만 이베이에도 구라를 펑펑 퍼붓는 셀러들이 워낙 많아
박스만 온전해도 어디냐 싶어 구입했다고 하는데,
정말 밀봉된 상태의 박스를 받아보고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박스를 밀봉한 비닐을 벗겨낼 때 이걸 뜯는게 잘하는 짓인지 고민하셨다고 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박스를 열어 자태를 봤을 때는 눈이 밝아졌으며,
키캡을 하나씩 살포시 눌렀을 때는 부드럽고 포근한 키감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눈이 홀딱 뒤집혀서 회원님을 마구 졸랐고,
키보드에서 오디오로 취미를 옮기고 있던 회원님께서는 선뜻 제게 이녀석을 양도해 주셨습니다.
분양 받고 박스를 열어 키감을 확인했을 때의 즐거움과 감동...
이번에 분양하기로 마음먹고 박스를 열어 보니,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더라구요^^;
애플 키보드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하우징과 키캡의 색상 비교~
새것같은 애플 키보드의 하우징 색상은 키캡 색상과 거의 똑같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관리가 잘못된 경우에는 하우징의 색상이 점차 노랗게 익어가서,
키캡 색상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게 되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스페이스바를 떼어 냈을 때,
스테빌라이저 아래의 스폰지 상태를 보는 것입니다.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페이스바를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스페이스바 아래의 스폰지가 얼마나 마모되었는지를 보면,
실제로 키보드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거죠.
아! 색상으로 상태를 짐작하는 것은
2GS/스탠다드/확장1/어드저스터블만 유효한 듯합니다.
이상하게도 확장2은 키캡과 하우징 재질이 다른 느낌이더군요.
여러 색상으로 조합된 애플 로고가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을 줍니다.
박스에 고스란히 담아 둔 데다가
스티로폼이 제역할을 해주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제 색상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대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번에 분양을 계획하면서 키캡을 열어 보니
제가 스위치를 잘못 알고 있었던 녀석이 많더라구요^^;
확장1만 빼고는 모두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ㅎㅎ
알프스 넌클릭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연한 핑크색 슬라이더...
또 언제 열어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태가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뱀발~
스탠다드의 경우 박스가 두 가지 버전이 있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박스는 확장1 박스와 마찬가지로 코팅되지 않은 박스인데,
예전에 어떤 회원님께서 올리신 사진을 보니
코팅된 재질의 좀더 세련된 느낌의 박스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것도 뺏어와야(응?) 하는데...'라고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