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려운 경제한파의 시기에 시골서 간신히 생긴 일자리를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때려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야간근무를 하다가..

회사가 이상해서 급여를 언제, 얼마나 주는지도 모른채 다니는 것도 (이건 사정이 있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면접 보러 갔더니 사장이 중학교 동창이라.. 같이 들어온 두명도 사장이 데려온 사람들이라 모르고 있고),
근무체계가 말도 안되게 황당해서 주간은 11시간이요, 야간은 14시간 반인 것도..
휴일도 없이 주/야를 하는 것도,
야간에 들어가는 날에는 사람의 생리적인 수면 스케줄과 상관없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점심 지나서 퇴근했다가 오후 6시까지 야간투입이 되어야 하는것도,
야간에 일할 때 식사도 저녁 때 먹고 남은 찬밥에 반찬 하나 없이 컵라면과 먹고 때워야 하는 것도...
그 외의 기타 등등의 어이없는 회사체계등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시기에 밥벌이 할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했습니다. 사실 환경적이거나 먹는것의 불편함 같은 것은 궁시렁 거리긴 해도 악과깡으로 잘 참아내는 타입이거든요.
그런 불편함 같은것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죠.
그런데 사람 불편한 것은 정말 못참겠더군요.

같이 (사실 3일 정도 저보다 뒤에 들어오긴 했지만) 들어온 27살 먹은 동생하나가 사람 속을 참 뒤집어 놓더군요. 제가 출퇴근도 시키고.. 처음에는 참 열심히 하고 착해보여서 좋았는데 갈수록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하고 같이 배워가는 처지에 자기가 일도 잘하고 좀 더 잘 안다고해서 사람을 일을 함에 있어 매사에 대놓고 가르치려고 하더군요. (조금 비유적인 표현이긴 합니다)
제가 좀 어리버리하고 일도 잘 못하는 편인데다 사람들과 불협화음 일으키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기 때문에 살면서 어지간한 것은 타인의 입장과 주장에 맞춰주는 편입니다.
이 동생에게도 나보다 모든 것 잘하고 동생인데 내가 니 주장대로 맞춰주면서 일하자라고 생각하고 성질 죽이면서 일을 해왔는데 일요일 부터 같이 야간일하면서 성격 제대로 나오더군요.
물론 본인은 자기가 그런걸 모를수도 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실로 화가나고 불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어제도 자기 잠 못잤다고 저녁 1시도 안되서 난로 옆에서 자는데 안쓰러워서 새벽에 깨워서 밥만 먹이고 시끄럽고 쾅쾅 거리는 소리에도 아침까지 죽은듯이 자길래 냅뒀다가 사람들 오기전에 깨워주기도 했건만. (나도 3시간도 못자고 둘이 해야 하는 일 혼자 다 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 일하다가 아주 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면서 가르치려고 하는데.. 어떤 일을 두고 내가 회사 과장이 이렇게 하길래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서 그래도 된다고 했던 것이라고 얘기를 했음에도 자기 주장대로 기계를 뺐어서 제품 나온걸 손질하는데..
계속 쌓인 것이 폭발해버렸습니다.
성질나서 욕은 안했지만 "너 일잘한다고 그러지마라, 니가 일도 잘하고 동생이고 그래서 내가 다 맞춰주면서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야간에 사람도 없는데 가는건 도리가 아니지만 어제 혼자 일해보니 혼자해도 충분히 하겠더라. 잘해봐라" 라고 하고는 차몰고 나와버렸습니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대놓고 화를 내본것이 아마 처음이지 싶습니다. (내성적이라 모든 걸 그냥 혼자 삭히고 마는..) 말주변도 없어서 화를 내면서도 더듬거리던 저 자신의 방금 전 모습조차 화가납니다. 잠깐 참으면 되는걸 뭐 먹고 살려고 그러고 나와버렸는지..
솔직히 후회도 됩니다. 주무시고 계신 어머니께 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 벌려놓고 후회하는 건 여전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실업난의 시대에 구한 일자리를 때려치우다니..

누군가의 뒷담화를 해버린듯 해서 편치 않지만 여기 아니면 제가 어디서 이런 얘길 하겠습니까.. 이해해주세요.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아무나 붙잡고라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