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에 쓰는 글이라고는 죄다 뭐 샀다 이런 글이군요.
생산성 없는 글이라 서두에 미리 사과 드립니다.
키보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보니 다른 회원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글은 쓸 수가 없네요.
네, 제목에 쓴 것 처럼 타입헤븐을 사고 말았습니다.
지지난주 피씨기어에서 타건을 해보고 계속 생각은 했습니다.
곧 단종이 된다기에 더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이프로를 들이고, 그 소리와 키감에 만족하면서도,
성격이 다른 키보드이기에 계속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사건 지금 사건 어차피 사는 거 아니냐.
그냥 좀 더 쉽게 살 수 있을 때 사서 즐기자.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했죠.
프로그래머도, 작가도 아닌 주제에,
사무실에 키보드를 이미 다섯 대나 가져다 놓고,
제대로 돌려 쓰지 못하고,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그저 가지고 싶다. 써보고 싶다.
이 욕구에만 충실했지요.
한 2주는 '사자'와 '말자'가 균등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서 감정이 급속히 기울었습니다.
무언가 즐거운 일을 해서 기분을 풀자라는 생각이 저를 충동질 했습니다.
술 담배를 하지 않다보니 풀 것이라고는 쇼핑인데,
하필 요즘 제일 즐기는 것이 이 키보드였네요.
생각해보면 개인 2호인 레폴 갈축을 들이고 나서
3호인 리얼포스 EK를 들이기 까지는 2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3호부터 7호인 타입헤븐을 들이는데 까지는 채 50일이 걸리지 않았네요.
정상적인 소비 습관은 아니겠죠.
어른들 말을 빌리자면 병입니다 병.
어쨌거나, 샀으니, 잘 써봐야죠.
지금은 타입헤븐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타입헤븐은 ABS 키캡입니다.
EK의 그것과는 음역을 달리하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귀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제게는 재미있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하쿠아를 통해 ABS 키캡을 먼저 접한 것이 ABS 키캡에 대한 저항감을 완충시켜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애초에 그런 저항감은 제게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5균등은 이것으로 세 번째가 됩니다.
EK, 하이프로 그리고 타입헤븐.
신기하게도 이 세 종류의 45균등이 다 다른 느낌을 줍니다.
물론 그 다른 느낌에는 소리가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귀를 막고 타이핑 하지 않는 한, 키감과 소리는 동시에 저를 자극하니까요.
EK는 묵직한 달그락 소리와 함께 도각도각하는 소리 그리고 손 끝의 느낌을 줍니다.
하이프로는 조약돌을 손에 굴릴 때 나는 소리와 함께 손 끝에 뚜렷한 구분감을 남겨줍니다.
그리고 타입헤븐은 가벼운 달그락 소리와 함께 역시 손 끝에 도각도각 뚜렷한 구분감을 남깁니다.
개인적인 의견에 또 기성품이기 때문에 제품마다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면,
EK보다 더욱 뚜렷한 도각거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매장에 가서 처음 타건했을 때도 소리를 제외한 키감이 인상적이었고,
이 느낌이 제 머리 속에 타입 헤븐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했습니다.
제 다른 글을 보면 저는 다소 EK의 단점들만 언급하는 것 같습니다.
군데 군데 키압이 낮다느니, 텐키가 없어 불편하다느니, 특징이 없다느니.
마치 EK를 싫어하는 것 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게는 EK가 리얼포스의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가감을 표현하는 것 뿐.
EK에는 물론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방출했겠지요.
제가 하이프로나 이제 막 접한 타입헤븐을 칭찬하는 것은 이들이 EK와 다른 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리얼포스를 갓 쓰기 시작한 저이기에 이런 개성이 용인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년 씩 리얼을 사용하고, 또한 키보드로 장시간 작업하시는 키보드 선배들은 이미 다 거친 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초보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이제 무접점만 4개가 되었습니다.
토프레 3개, 노뿌 하나.
부지런히 돌려 써야겠습니다.
타건 자체가 재미있어져서 다행입니다.
키보드의 매력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