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겨울이었을 겁니다.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큰맘 먹고 질렀지요. 텐키리스 예판으로 구매했었습니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갈축으로 선택했더랬지요.

수령하고 나서 너무가볍고, 바닥치는 소리가 그렇게 귀에 거슬릴 수가 없더라구요.
1주일도 못 가서 판매해버렸습니다.

그 후로 약 1년간 방황을 하게 됩니다.

리니어 > 정전용량 > ML > 정전용량 > 정전용량 균등 > 맴브 > 정전용량 > 리니어 > 변흑 > ML > 탄소접점 > ML > .....
다행히 쌓아놓는 재주가 없어서 무수한 택배거래를 통해서 항상 한개씩만 유지를 해서 교육비는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변흑을 만지면서 부터 왠지 갈축을 다시 써보고 싶어집니다.
우여곡절끝에 체리키보드 풀사이즈 갈축을 만나게 됩니다.

이게 왠일인지... 제 타건방식과 모든 것이 상황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약간은 힘이 빠진듯 하면서 손끝에 다가오는 전율과 함께 귓가에 드디어 제 것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리니어를 접하면서 구름타법을 결국 적응하지 못했지만 노력한 만큼 타법이 변해있었고,
정전용량 차등을 치는 동안 손에 힘이 안들어가니까 키보드 타건이 점점 연해졌던 겁니다.

예전에 맴브, 펜타그래프에 길들여진 막손이 기계식에 익어버린 것이었습니다.
해서 시험삼아 맴브를 들여와 타건을 해본 결과 엄청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전 내게 맞는 키감을 찾게되었습니다.

신기한 것이 손에 힘을 빼면뺄수록 정숙해지면서 손끝에는 걸림이 느껴져 옵니다.
이번에 윤활된 갈축을 추가로 접해보면서 갈축이 이렇게 쫀쫀해 질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보강 갈축은 잔디밭위를 걷는듯한 사뿐함이 느껴집니다.
풀보강 갈축은 잘 깔린 아스팔트를 구르는 느낌입니다.
윤활된 갈축 스위치는 탄성이 좋은 고무공같이 누르면 쫀득쫀득하게 다시금 올라옵니다.

얇은 레이져 키캡, pbt 재질의 까슬한 레이져 키캡, 무코팅 키캡, 우레탄 코팅 키캡, 이중사출 키캡, ...

같은 스위치로 다양한 키감이 느껴집니다.
이거참.... 난감하면서도 재미납니다. ㅎ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매번 이렇게 다르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계획은 한동안 갈축을 많이 아끼고 사용해 주고,
내년에 여유가 좀 생기면 흑축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 때는 또 다시 제가 알고 있던 흑축이 아니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 올 것 이라는 것을 예감해 볼 수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제 화이트 풀사이즈 우레탄코팅을 주문하고서 손이 가는데로 함 써봤습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ㅎ

항상 같은 일상 속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 키보드가 참 좋습니다. ^^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셨기를 빕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아직 퇴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ㅎ
저녁먹고 이제 소화가 되어갑니다.
다시 후반전을 뛰러 갑니다. ㅋ

후아~~~ 정말 말이 많았네요. ^^ 그럼 회원님들도 즐거운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