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부터 MSX 를 접했기 때문에 별의 별 키보드를 다 만져보긴 했지만, 90년 후반의 세진, 아론 키보드 외에는 딱히 키보드를 따져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PC용 팬타그래프가 나오기 시작할때 짧은 스트로크에 조용한게 맘에 들어서 그 후론 쭉 팬타 키보드만 사용해 왔구요.


가끔 맥컬리 아이스 같은 이쁜 키보드를 사보긴 했지만 저한테 기계식 키보드란 옛날의 그 뻑뻑하고 철컹거리는 것 이상의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직업으로 프로그래밍을 한지 10년쯤 되었을 때 하루 평균 14시간이 넘는 무리한 코딩으로 열 손가락 전체에 무리가 오더군요.

손가락 관절염이라고 하니 남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던데 정말 아파서 키보드를 못 두드릴 정도? 여튼 고생좀 했죠.


1년쯤 전에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처음으로 비싼 키보드를 구입해 봤는데


이름하여 리얼포스 차등!


키보드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찾아볼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비싸서 좋은거 중에 키압 낮은걸로 유일한 선택이더군요.


손가락을 올려놓기만 해도 키가 눌려서 처음에는 좀 황당했지만 키압에 의한 손가락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그냥저냥 쓰긴 했죠..

당시는 키 스트로크가 너무 높아서 약간 불만이었지만 다른 문제는 없었으니..

그런데 이 리얼포스가 손이 편하긴 한데 뭔가 저랑 안맞더군요.. 편하지만 왠지 불편한?


그러던 차에 키압이 아주 낮은 기계식 키보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떨결에 구입하게 된게 FC300R 적축..

충분히 낮은 키압으로 손에 무리가 안가면서 리얼 차등보다는 훨씬 치는 맛이 있는 저렴한 키보드라 썩 맘에 들어서 잘 사용했습죠.


이때까지도 키보드 취미는 전혀 없어서 심지어 리얼포스는 아는 사람 그냥 줘버리고...

(최근에는 역시나 55균등이 슬슬 땡기네요...)


여튼 그러다가 하던 일이 잘 안되고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이 있어서 일적으로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는데

정말 일이 재미없고 진행도 안되고 다른 일이나 찾아볼까 하고 있던 때였죠...


일은 재껴놓고 하루하루 보내던 때에

FPS 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마우스,패드,패드서클 등을 구입하기 위하여 가끔 입력장치 쇼핑몰을 이용해 왔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IOMania 홈페이지의 타입나우 솔리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여자친구를 보여줬더니 이쁘다길래 별 생각없이 "살까?" 라고 했다가 어찌저찌 정말 사게 되었는데..


너무 시끄러운건 싫어서 갈축, PBT는 뭐야? 필요없을거 같아서 기본 ABS 로 구입을 하게 되었죠.

FC300R 을 빼고 꽂아봤는데 딴거 다 필요없고 묵직하고 단단한 알루미늄 하우징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다가 키감이 좀 별로인거 같아서 PBT 를 검색해봤더니 확 달라지는 키감, 진리의 PBT 등등 키매냐 선배님들의 주옥같은 뽐뿌를보고 더키용 PBT 를 바로 질렀습죠. (뭔놈의 플라스틱 쪼가리가 5만5천원이나 해?)


PBT 키캡을 꽂고 나니 손끝으로 느껴지는 경쾌한 키감이 정말 기분좋게 하더군요.

한메타자를 몇시간을 쳤는데 그러고도 계속 키보드가 치고 싶더군요.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빠져 있던 깊은 슬럼프를 탈출하여 다시 일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타이핑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 후로 뻔질나게 키매냐에 들락거리면서 더 좋은 키감을 찾게 되고 키캡을 지르게 되고.. 그 이후는 다들 아는 얘기죠...

별다른 취미가 없던 차에 키보드라는 아주 재밌는 취미를 갖게 되고 키매냐에도 가끔 글을 쓰면서 지내고 있답니다.


최근에는 10박스를 목표로 키보드질에 매진중입니다. (10박스를 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다행히 여자친구도 제가 키보드 하는걸 싫어하지 않고 어떤게 이쁜지 같이 고르고 비싼 키보드도 사라고 하고 만족스럽네요.


키매냐가 더이상 '정보를 구하는 곳'이 아닌 '내가 동호회 활동 하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별로 관심은 없으시겠지만요.. 


너무 딱딱하게 써서 재미도 없네요.. 장터링이나 가야겠습니다.


Friday night~!!! Let's party~!!



이루는 것도 나에게 달려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나에게 달려있다.

어찌 남이 권한다고 이루고
남이 헐뜯는다고 그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