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청소년기는 현대 패키지 게임의 전성기와 함께합니다.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훌륭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패키지 게임에 일찍 눈을 뜬 것의 공산이 큽니다. 남들이 아바타 아이템에 물새듯이 돈을 쓰면서 서든어택이나 메이플스토리를 하고 있을 때 저는 다양한 패키지 게임을 하였습니다.


이는 게임의 질적 차이를 말하는것이 맞습니다. 이는 예술계에서 정물화를 예술로 쳐주는가와 비슷한 시각입니다. 게임의 가치에 있어서의 협의와 광의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UX는 예술(게임이 시사하는 바, 게임 내에 담긴 시청각적 예술성), 서사(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비쥬얼), 상호작용(얼마나 유저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지. 조작감과는 다름.), 오락성(원초적인 즐거움)에 의해 결정됩니다.

게임의 질의 평가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것은 게임의 다양한 요소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에 인합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1, 2의 경우에는 서사성(스토리텔링과 비주얼)이 주된 요소입니다. 선형 진행 방식과 길고 다양한 컷신을 통해 플레이어가 주인공의 역할 하나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는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조작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플레이어는 상호작용 가능한것이 거의 없습니다. 굉장히 수동적이지요. 플레이어에게 한가지 메시지를 제공하는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콜 오브 듀티와 대비되는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선형적인 진행이긴 하나.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분기가 생기고. 진행에 따라 좁은 세계가 변화하고. 무엇보다 명제를 던져주어 큰 인상을 주되 결론을 게임에서 내리지 않는 메시지 전달 방식을 취합니다.


하프 라이프의 경우에도 내용상 모험의 요소가 바이오쇼크 시리즈보다 조금 더 강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세계 자체를 통한 서사와 게임 내에서 직접 말해주지 않는. 게임 내에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주요합니다. 바이오쇼크와 하프라이프 둘 다 역대 메타크리틱 점수 공동 1위이며.. 출시된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록을 깬 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각적인 즐거움 보다는 세계관 속의 인물이 되어 직접 느끼며 게임하는 서사 방식이 큰 인상을 제공한 덕이겠지요. '게임성'이 추구해야 할 아주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예술성에서 추가로 언급하겠지만. Dear esther와 to the moon의 경우에는 게임 전체가 스토리텔링을 위해 만들어진 대신에 상호작용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는 게임에 대비했을때 그러한 것이며. 사실상 비쥬얼 아트라는 넓은 범위에서 보는것이 타당합니다.


스토리텔링보다 비쥬얼에 더 큰 비중을 둔 게임으로는 크라이시스와 헤일로 시리즈가 있습니다. 오픈 월드를 많이 표방한 게임입니다만. 스토리에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는. 즉 스토리라인을 따라서 고른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힘듭니다. 능동적이긴 하나. 그 능동성이 플레이어의 감상으로 이어지긴 힘듭니다. (게임 내 세계의 감상과 그 인상에 주요점을 두는 리뷰를 많이 보았습니다만. 이는 헤일로나 크라이시스 식 진행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경험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 오히려 더 훌륭하게 제공됩니다) 어떠한 뚜렷한 메시지를 제공하지 않지요.

이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와 비슷하지요.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은 오락성 말고는 다른 게임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진행 요소도 없고. 아무런 이야기도 없고.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도 않으며. 가능해봤자 의미도 없습니다. 능동적이지도 않고 수동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는 분노의 질주 류의 영화와 비슷한 경험이 되겠군요. 패키지게임과 온라인게임상의 비교라서 많이 극단적이긴 합니다만. 패키지 게임에서도 그런 예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Orcs Must die나 surgeon simulator 정도가 있겠네요. 즐기기에 따라서 GTA 시리즈도 해당됩니다.


보더랜드 시리즈는 상당한 오락성과 특히 해학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플레이어의 주 관심사는(다회차 플레이가 아니라면) 퀘스트에 쏠리게 되어있습니다. 비쥬얼은 준수한 편이며 월드 전체에 있어서의 상호작용성도 좋습니다. 오락성을 위주로 하면서 훌륭한 게임성을 갖춘 좋은 게임의 예입니다. 다만 해학적인 게임인 만큼, 서사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모든 요소를 동시 충족할 수 없고. 모든 요소를 충족해야만 훌륭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것도 아닙니다.


상호작용성(인터렉티브함)이 경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은 단연 Black&White 시리즈와 심시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단판성이며, 분명한 목적이 있는 문명5나 Age of empire 시리즈 등과는 사뭇 다른 경험입니다. 두 게임 모두 스토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스토리텔링이나 비쥬얼에서 인하는 몰입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만들고, 플레이어가 개입하고, 그만큼 애착이 가며 그 세계를 포기하기 힘든 게임성을 지닙니다. 

바이오쇼크의 경우에도 어느정도 선형적이긴 하지만 플레이어의 진행과 선택에 따라서 같은 지역이 계속 변하는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엔딩도 달라집니다. 멀티엔딩과 세계의 변화는 상호작용성을 체감할 수 있는 제일 확실하고도 유일하다시피한 방법이죠.

게임 이전의 대중매체는 상호작용성을 거의 띄지 않았습니다.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 매체는 있어도 본격적으로 상호작용이 매체의 특징이 된 것은 게임이 유일하지요.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게임만의 특징입니다.


예술성은 제가 제일 주목하는 게임의 요소입니다. 이유는 뒷부분의 매체의 발전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할 것인데..

게임의 예술성의 포텐셜은 그 어떤 매체보다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예술성이라는 특징은 모든 매체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제품마다의 편차가 매우 큽니다.

지금껏 플레이해본 게임 중 예술성이 제일 뛰어났던 게임은 단연 Braid 입니다.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구체적인 언급은 안하겠지만. 게임의 특징 자체를 이용한 스토리텔링과 상호작용은 지금껏 그 어떤 매체나 제품에서도 시도된 적 없고. 따라할 수 도 없습니다.(물론 이 게임의 특징을 배낀 CJ E&M의 게임이 있긴 합니다. 이 짝퉁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물론 퀄리티는 발끝도 못따라갑니다.)

게임 자체가 유저에게 시사하는바가 큽니다. 게임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개인의 몫에 달려있습니다. 이 게임을 제대로 경험하였다면 해석의 결과가 무엇이든지간에 플레이어는 큰 인상을 받게 됩니다.


to the moon과 dear esther는 놀랍고 신선한 시도입니다. 이는 사실 게임이라기보다는 비쥬얼 아트에 가까우며. 오락성과 상호 작용성은 전무합니다.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인상을 제공하는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그 인상은 하나의 메시지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상입니다. 오락성에 의한 몰입이 아닌 스토리 자체에 의한 몰입성이 생깁니다. 몰입성을 제공하는 스토리가 곧 예술입니다.


포탈 시리즈의 경우에는 잘 짜여진 퍼즐이 플레이어에게 예술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완벽한 인체 비례나 아름다운 수식과 같습니다.

거기에 담겨진 다양한 직간접적인 서사와 세계의 독특함. 해학성 등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기존의 텍스트, 그림, 비디오 매체에 비추어 게임은 큰 동질성과 함께 독특함이 있습니다.

모든 미디어는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미디어는 고유의 특성에 제한된 우열이 있습니다. 개개 제품의 질과는 무관합니다.

이 우열은 사용자가 얼마나 경험을 오롯이 느끼기 쉬운지에 달려있습니다. 

글자 쓰기를 배우는 어린아이가 그림으로 획순을 보았을때, 비디오로 쓰는 과정을 보여주었을때, 아이패드 등으로 직접 손가락을 따라 움직여볼때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내용이 더 복잡해질수록 더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매체에 담아내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매체가 같은 내용의 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에는 개개의 한계가 있습니다.


게임. 인터렉티브 미디어는 이 한계를 최고로 끌어올린 매체입니다. 앞서 말했다 시피 게임에는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게임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매체에도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좋은 책과 양판소가 좋은 예시가 되겠군요.

과거의 국내 영화 산업도 3류 영화가 스크린을 점유하고 관객에게 원초적인 성적 오락만을 제공한 적 도 있었습니다. 역시 TV도 국영산업이라 비교적 통제가 잘 되긴 했습니다만 분명 원초적이고 단순한 오락만을 제공하여 바보상자로 불리던 때가 바로 엊그제입니다.


게임은 매체의 미래입니다.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이용자가 성숙할수록. 또한 사회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질수록 게임은 성숙해집니다. 물론 언제나 모든 미디어에는 저질 컨텐츠가 있지만 분명 비율이 큰 폭으로 줄어듭니다.


사회와 정부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통제하기 힘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공포 보다는 적극적인 경험을. 또 그로 인한 감동을 받고.

PC방의 초등학생이 유혈이 낭자한 서든어택을 즐기면 이를 그만두게 하거나 방치하기 보다는 포탈 등의 게임을 권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게임은 여지껏 최고의 미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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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la/Realforce 45g Tenkeyless/LZ87/LZSE/KPAD

게임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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