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학 다닐 때는요....

전경들이 정문을 막아서고 가방 검사를 한 후에 들여보내주는 날이 많았더랬습니다.

전경이 막스베버의 책을 칼 막스의 책으로 알고 뺏어갔다는 일화는 그 때 아주 유명한 우스게 소리였죠..


그 때...

김대중 선생님의 「옥중서신」도 들키면 뺏기는 책이었습니다.

학교 앞에 전경이 있다는 얘길 미리 들은 날은 그 책을 집에 놓고 오고,

평소에도 혹시나 싶어서 포장지로 싸서 다른 책들 사이에 넣어 들고다니면서 보던 생각이 납니다.


도저히 감옥에서 엽서 뒷면과 쪽지에 적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엄청나게 깊고 넓은 사유를 담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저의 신앙에, 세상을 보는 눈에 잔잔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책입니다.


누렇게 뜨고 벌어지도록 읽고 또 읽고, 제 어머니도 우연히 보시곤 끝까지 읽으셨었습니다.

그 책을 읽은 후론.. 김대중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을 한 번 하시고 나서는

그 책이 깔끔하게 새로 출판되어 한 때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했었으니 ...

선생님 사후에라도 몇 몇 사람은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무척 길고 힘든 삶이셨겠지만, 제게는 선생님의 인생이 지나치게 짧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2009년은 무척 길군요...


※ 옆 동네 자게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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