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글에 한성 키보드 얘기 잠깐 썼는데 관심 보이신 분이 계시네요.

혹시라도 도움 될까 싶어서 사용기 적어 봅니다.

(여기 올려도 되는 거죠? 만약 틀렸으면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4월 27일 구매해서 28일 수령했습니다.

거주지가 제주여서 웬만해선 이틀-사흘 걸리는데 결제한 지 24시간만에 와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제품 특징 간략히 요약하자면 텐키리스/카일 스피드축 사용/백라이트+하판LED/비키 스타일 정도 되겠네요.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실버축으로 주문했습니다.

키캡 높이는 마제식이고 스태빌은 체리식 스태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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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한성에서 나온 체리 적축 키보드에 실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첫째 이유는 리니어 감안해도 너무 힘없는 키감이었는데, 이거는 체리 적축이 다 그렇다는 말이 있더군요.

둘째 이유는 뭔가 많이 아쉬운 키캡 퀄리티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중사출 투과키캡이었는데 영 좋지 않더라고요.


수령 후 타건해 보면서 장단점을 몇 가지 찾았습니다.


장점 1. 영롱한 백라이트와 LED

  사실 이거는 제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는 아니지만, 화려한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쓸 만합니다.

장점 2. 체리 적축에 비해 단단한 카일 스피드축의 키감

  모두들 아시겠지만 카일 스피드 실버는 카일 적축에 기반했습니다.

  역시나 체리축에 비해 키압 자체는 약간 더 높습니다.

장점 3. 쉬운 키캡 교체/정석적인 배치

  마제식이 아닌 체리식 스태빌을 사용했습니다. 배치는 정석적입니다. 따라서 키캡놀이에 좋습니다.

장점 4. 저소음

  비키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적습니다. 제가 반구름타법을 쓰는데, 파워타건해도 번들 멤브레인 같은 세기로 치는 것과 비슷한 소음이 납니다

  (물론 소음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관점이 있고 키캡과 타건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참고로 저는 집에서 필코제로 알프스백축 쓰고 있고, 파워타건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단점 1. 아쉬운 기본 키캡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흐물흐물한 키감의 30퍼센트는 키캡에서 기인하던 거였습니다.

단점 2. 바싹 붙어있는 펑션열과 숫자열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펑션열과 숫자열 사이의 공간이 없습니다. 업무할 때 펑션키를 꽤 쓰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 오타많이 났습니다.

단점 3. 흠집이 잘 날 것 같은 하판

  하판에 LED가 들어갔기 때문에 투명합니다. 흠집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입니다.

단점 4. 알림 LED의 부재

  생각보다 큰 단점입니다. 캡스락/스크롤락 알림 LED가 없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 헤맵니다.

단점 5. 키캡리무버 부재

  구성품이 키보드/단축키 설명서 끝입니다. 결국 키캡 리무버 자작했습니다...


호불호 1. 사이즈/스타일

  세로가 보통의 텐키리스보다 짧습니다...만 단점 2에서 지적한 것처럼 펑션열과의 간격이 없기 때문에 적응 시간 걸리실 수도 있습니다.

  스타일은 두말하지 않아도 되는 호불호의 영역입니다. 회사 동료들은 비싸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호불호 2. 케이블과 같은 자잘한 부분

  직조 케이블/금도금 USB단자까지는 좋은 부분입니다만 탈착식 케이블이 아닌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용서가 됩니다.

호불호 3. 리니어 스위치

  리니어 방식은 걸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손을 얹어놓기만 해도 입력이 되지요.

  이 특징이 위에서 언급한 마제높이 키캡과 결합되면 적응하기까지 오타가 엄청나게 납니다.


이틀 정도 사용해 보니 확실히 손은 덜 피곤한 것 같았습니다...만 오타가 너무 많이 나더군요.

궁리 끝에 키캡을 교체해 보기로 했습니다. 키캡이 좀 높은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LED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불투명키캡으로 교체하고 싶었지요.

마침 로마나라에 레오폴드 네이비 측각 104키가 저렴하게 올라왔길래 냉큼 구매했습니다.

원래 2일에 도착했는데 제 착오로 인해 4일에서야 수령하게 됐습니다.

 ... 회사 동료들은 이제 저를 완전한 컴덕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더라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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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 적용 후 사진입니다. 빛 때문에 가운데가 살짝 불그스름하게 찍혔어요.

맞지 않으면 되팔 각오로 샀던 건데 한 치의 오차 없이 잘 들어맞네요.


사실 저는 체리높이 키캡을 써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거쳐갔던 키보드들은 씽패 울트라나브 제외하고서는 모두 마제높이였지요.

키캡이 이렇게까지 차이를 가져오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 줄로 말하자면, MKL16S 실버축 지르시는 분들은 레오폴드 키캡도 지르세요.

키캡 바꾼 후 차이점을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


1. 키감이 엄청나게 정갈해집니다.

  바꾸기 전에는 날아다니던 키감이 정돈된 느낌입니다. 2번과도 좀 연관된 것 같네요.

2. 키캡이 살짝 낮아지면서 키압이 약간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키캡 두께 자체는 얇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재질이 PBT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기본 키캡이 마제식이어서 이게 더 가볍습니다.

  따라서 키압이 약간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3. 기본 키캡의 허술함을 깨닫게 됩니다.

  교체 후 기본 키캡이 생각보다 많이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본 키캡은 펑션열 높이가 살짝 낮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 높이와 밑에서 두번째 열 높이가 같습니다.

  오타 억제가 꽤 힘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체리 높이 키캡은 펑션열과 2열 높이가 같습니다. 마지막 열도 스페이스바 제외하고서는 높이가 낮아집니다.

  실제로 오타가 아주 많이 줄었습니다.

4. 백라이트가 은은해집니다.

  불투명 키캡이지만 비키 스타일이기 때문에 백라이트를 켜면 불빛이 밑으로 은은하게 비칩니다.

  저는 어차피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과감히 불투명 키캡으로 교체했는데 은은해질줄은 몰랐습니다.

5. 소음이 줄어듭니다.

  안 그래도 소음이 적은데 더 줄어듭니다.

  이 부분은 키압의 변화가 주된 이유 같긴 합니다. 약간만 적응하면 멤브레인보다 더 조용한 타건이 가능합니다.

  무접점은 써 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힘듭니다만, 제가 예전에 사무실에서 쓰던 스페이스세이버2보다는 확실히 조용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카일 스피드 실버축-체리 적축보다 단단하고 반응속도가 빠릅니다. 개인적으로 대만족입니다.

2. 제품의 완성도-가격 대비 나쁘지 않지만 키캡이 많이 아쉽네요. 사무용 고려하시는 분들은 교체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3. 키캡놀이-좋습니다. 펑션열 간격 때문에 걸리는 키캡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웬만한 레퍼런스들은 맞을 것 같아요.

4. 추천 사용자층-조용한 기계식 키보드를 찾으십니까? 여기 괜찮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주의) 리니어식은 키감 호불호가 꽤 갈립니다. 키감 부적응으로 저를 원망하지 마세요 ㅋㅋ


생각나는 대로 막 적다 보니까 어느새 엄청 길어졌네요.

필요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