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주문해서 아이오매니아에서 18일 발송하고, 그 다음날쯤 받은 거 같네요.
기존에 잘쓰던 기계식 키보드를 두고 이걸 새로 주문한 이유는 해킨토시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해킨토시란 건 인텔 피씨에 맥오에스를
깔아서 쓰는 겁니다.

먼저 쓰고 있던 게 PS2 방식인데, 이게 해킨토시에서 다소 문제의 여지가 있는듯 해서
USB 방식의 키보드를 새로 구입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한게 바로 이 필코의 제로키보드
입니다.

키감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안하겠습니다. 먼저 쓰던 아론 제품과는 매우 많이 달랐지만,
또 금방 적응했으며, 차츰 길이 들수록 점점 더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키보드의 불량에 있습니다.
한번 눌렀을때 두세자가 한꺼번에 찍히는 증상이 발발합니다.
저는 해킨토시를 사용중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 증상에 대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오에스에서 키보드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하나 보다 한거죠.

오른쪽 숫자키패드를 누르면 문제의 증상이 아주 쉽게 재현되구요, 본 키보드도 몇개나
그런지 알 수 없지만, 꽤 여러개가 같은 문제를 보입니다. 저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단순히 오타가 나려니 하면서 오늘까지 넘겼는데, 그게 실책이네요.

오늘은 마음 먹고 윈도우로 부팅해서 이 키보드를 잠깐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오래지 않아서 이 키보드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숫자 키패드를 비롯해서 글자판까지 상당수가 같은 결함이 있습니다.
결국 아이오매니아측에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이렇다 저렇다 자세한 설명
없이 택배로 보내란 말을 하더군요. 구입일자 확인을 한다고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길래
그사이 옥션에 접속을 해서 제품을 확인했는데, 보니까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는 사용자가
몇 사람 있습니다.

다시 전화해서 AS 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궁금했던 건 제가 고민끝에 거금(?)을 들여서 산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그걸 업체가 파악하고 있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식으로 그 문제를 교정하게 되는지였습니다만,

아주 단호하게, 산지 일주일 된 물건까지는 교환이나 환불, 그 이후는 일년까지 수리입니다.
라고 대답하네요.

살짝 열이 올라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뭘 어떻게 처리를 할건지 다시 물었더니
키가 민감한 게 있는 듯 하고, 체크해서 문제가 되는 건 교체수리를 한답니다.

새물건 사서 며칠이나 되었다고 뜯어서 수리인가... 조금 더 열이 받쳐서
그럼 그렇게 수리하면 더 이상 문제가 없는지, 다른 키에는 문제가 안생기는지를 물었더니
동일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답니다.

여기까지의 대화에서 제가 드는 의문은,
이 필코의 제로 키보드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품이 아닌가 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경험은 일천합니다만, 8비트 시절은 제외하고, 피씨 호환기종에 입문한
후 거의 20년간 수 차례 피씨를 조립하고 키보드를 구입해서 사용한 기억을 모두 거슬러봐도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란 게 원래 보통 이런건데 제가 몰랐다... 란다치면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만,
그건 아니지 싶은데 말이죠.

필코의 제로 키보드가 게중에 비교적 저렴한 물건이라 이런 취급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시작해서 머지않아 더 비싼 물건을 사게 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물건을 팔아놓고도, 우리는 소비자 보호약관에 근거해서
예외없이 똑같이 처리를 해드립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