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녀석은 저의 첫 기계식이자 아직도 메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든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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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드릴 녀석의 모습입니다. 포스가 남다르죠?
외형만 보자면 FC750R 적축에 카페인트(쉐보레용 건그레이)로 도색후, 엔승먹각을 끼운 형태입니다.


이녀석의 스펙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FC750R 적축윤활 및 흡음한 뒤 엔승먹각을 끼웠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 조합의 키감과 타건소리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애정을 많이 가진 녀석이라 작업과정을 넋두리 형식으로 풀어서 말씀드려볼게요 ㅎㅎ




FPS 매니아인 저는 기계식이 해외 카스 1.6 프로게이머사이에 보편화 되던 무렵, 이 녀석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에는 레오폴드 순정키캡을 쓰고 있었는데요.. 키감이 어떻든 신경안쓰던 시절이었죠. 그렇게 3년을 썼습니다.

그리고 몇달전 기계식 키보드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녀석이 저의 첫 수술대에 올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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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 기본키캡을 쓰던 시절 녀석의 모습입니다. ESC와 방향키에 알리발 크롬키캡을 끼워놓았었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크톡 1.3과 1.7을 2:1비율로 했었는데, 적축에 쓰기엔 너무 찐득한 점도였고, 양조절도 잘 못하여 못쓸 지경에 이르렀죠.

키는 너무 뻑뻑해졌으며, 디솔더링 상태도 개판이어서 키 인식이 잘 안되는 키가 몇몇 있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버리는 키보드로 생각하여 마제 적축을 새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새로 구매한 마제를 윤활, 흡읍작업하면서 많은걸 배웠습니다. 지난날의 실수를 알게되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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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작업했던 마제 적축. 애정을 갖고 하우징 도색에 윤활, 스티커, 흡음까지 했었는데..

중고나라를 통해 판매하여 지금은 다른 분이 잘 쓰고 계십니다.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저는 750r을 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치 첫사랑을 재회하는듯한 설렘을 뒤로하고, 녀석의 배를 다시 까서 덕지덕지 붙은 윤활유를 면봉으로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크톡 103으로 살짝쿵 윤활을 해줬습니다.

막연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기존에 먹먹하고 찐득한 초기 마찰력을 유지하면서도, 들어갈땐 쑥 하고 들어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완벽을 위해 스티커 작업과 흡음재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작업은 와이어링이었습니다..

정말 오랜시간을 잡고, PCB기판에 조명을 대고 여기저기 추적하면서 저의 어리석었던 과오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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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와이어링 상태입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삽질을 했을지 감이 오시죠?

디솔더링도 한두번만 한게 아닙니다. 5번은 했을겁니다.

제가 여기에 미처 적지못한 삽질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녀석에 들인 시간만 한 30시간정도 예상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ㅎㅎ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녀석이 살아났습니다.

그때의 감격은. 마치 재회한 첫사랑이 알고보니 나와 천생연분이었던 것과 같은.

어린날의 과오를 바로잡고 happily ever after 결말을 맞게되는 그런종류의 카타르시스가 찾아왔습니다..

이 완벽한 키감은 엔승 먹각을 장착하면서 배가되었습니다. 키감과 타건소리가 완벽의 선을 이루며, 오타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도색을 하면서 외형마저 저의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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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에 사용한 카페인트입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에 판매중입니다.

제가 엔승먹각과 색을 맞추려고 회색종류 카페인트는 8개정도 샀습니다.. 이녀석이 최적이며 최고입니다.

이녀석과 엔승먹각을 조합하면 리얼포스 먹각보다 더 자연스러운 먹각의 자태를 보실수 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왜 이 죽어가던 키보드가 나의 베스트 키보드가 되어버렸는가.. 나름의 분석을 해봤습니다.

물론 정들었고, 다시 살려냈다는 심리적요소도 크겠지만, 이성적으로 분석해본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ㅎㅎ


1. 적절한 기간의 자연윤활(마모) + 적절한 점도의 건식윤활

이녀석은 먼저 말씀드렸듯이, 순정상태로 약 2년을 쓴 상태였습니다. 그 이후 찐득한점도로 윤활하였다가 닦아냈고, 그 위에 103으로 윤활하여 점도를 낮춘뒤 면봉으로 닦아냈습니다. 소위 건식윤활이라는 것이지요. ㅎㅎ 제 생각엔 이과정들에서 슬라이더 표면상태가 최적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2. 엔승, 엔승, 그리고 엔승.

이상하게도 레오폴드 순정키캡은 "서걱소리"를 증폭시킵니다. 키캡재질의 밀도나 모양때문이겠거니 예측해봅니다.

어쨋든 엔승을 끼면 서걱거림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당연히 키감과 타건소리가 예뻐질수밖에 없지요 ㅎㅎ

엔승자체의 타건소리가 약간 소음을 먹는 느낌도 있구요.

그리고 엔승은 레오폴드 키캡대비 모서리가 둥급니다. 개인적인 성향일지 몰라도 전 이것때문에 오타율이 확연히 줄어듦을 느끼네요.


타건소리는 정말 환상적인데, 말로 표현하기는 좀 복잡합니다.

원래 적축은 좋게말하면 경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방정맞은 느낌이 있습니다. 서걱거리는 소리도 엄청 심하죠.

그런데 서걱거림은 사라지고, 타건소리가 뭔가 차분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아진점은 키감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윤활 잘 된 리얼포스의 backspace, 엔터키를 누르는 느낌과 비슷하며,

여기에서 보강판이 좀 더 단단하여 경쾌함이 가미된 느낌입니다.

그런가 하면 게이트론 리니어축의 맛이 나기도합니다. 엔승이 서걱거림을 잡아준 덕분인듯 하네요.


이렇게 저는 첫연인을 맺었던 기계식과 아직도 행복하게 잘 살고있습니다.

무접점을 포함하여 적지는 않은 수의 키보드의 배를 까 봤는데도, 아직도 이녀석만한게 없네요. You're still my No.1 (Feat. 보아)


마지막으로 타건영상 한번 보시죠!

https://youtu.be/wfHcI9TUWEU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