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산 모델 M을 구매하게 된 이유



위 사진은 저희 집 최연소 컴 유저인 둘째아들군께서 '자가용 키보드'인 96년식 영국산 모델 M을
시운전(?)하시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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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신변잡기적인 글이 될 것이므로 존칭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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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84년 여름 금성(들어는 봤나) 패미콤 FC-80 MSX 기종을
통해서였다. 이때 컴퓨터 상판에 달렸던 키보드의 느낌이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같이 시판되던 교육용이라던 FC-100의 질긴 키보드와, (말도 안되지만 하여튼 전문가
용이라던) FC-150의 러버 키보드(계산기나 리모콘을 연상하면 된다)와는 비교가 안되었었다.

지금 생각인데 탄탄하게 고정된 체리 스위치 같은 느낌이였다.

그러다가 애플 호환기종으로 기변을 했는데, 그때 키보드가 아마도 멤브레인이였던 것 같다.
그냥 약간 뻑뻑한듯 하면서 쏙쏙 들어가는게 좋은건가보다... 하는 생각만 했었다. 그때
내 PC의 사양은 APPLE][ 호환, 64KB(MB나 GB 아님) 램에 128KB 램카드 더 꽂고, 바이덱스 카드
(그때 애플은 가로로 40자밖에 안나왔다. 그걸 80자가 나오도록 해 주는 카드이다) 꽂고,
CP/M 카드 꽂고 (애플은 CPU가 모토롤라의 6502이다, 이 카드를 꽂으면 전혀 다른 Z-80
CPU가 동작하게 된다.Z-80은 현재의 인텔 CPU의 멀고 먼 조상의 형제쯤 된다고 보면 된다)
플로피 디스크를 무려 두 대나 장착하는 등 갖은 호사를 다 했는데, 키보드는 논외였다.
(애플 호한기종의 키보드는 본체에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리지날 미국제 애플을 만져 볼 기회가 있었는데 키압이 꽤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기계식
스위치였던 것 같다. 그때 어린 마음에 왜 이렇게 키가 뻑뻑한가 했던 기억이 삼삼하다.

어쨌거나 처음 접해 봤던 키보드가 기계식이란 말이다.

그러다가 91년도에 IBM 호환기종을 구매했다. 그때 따라온 것이 대우 키보드였는데... 스펙
은 잘 기억 안나고 기계식이였다. 바닥을 칠 때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물을 그 키보드에 쏟아버렸고, 급한 마음에 헤어드라이어로 키보드를
말리다가 키캡을 우그러뜨리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기회는 지금. 키보드를 질렀다. 그때 알프스 키보드가 좋다는 건 알아가지고 용산을 뒤져서
마벨전자 제조의 알프스 키보드를 구했다. 아마 92년이나 93년도 정도였을 것이다. 당시 3만
5천원인가를 줬었다. 그 키보드의 감촉이 키보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Pentium으로 기변을 하게 되었는데, 어라, 키보드 커넥터가 달랐다. 그래서
알프스 키보드는 무한봉인상태로 돌입했다.

이때부터 멤브레인 시대가 열렸는데, 신기하게도 MS의 내추럴 계열만 사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겉멋으로 샀다. 그러다가 97년도 취직을 해서 하루에 8시간 내내 코딩만 하는 직종이
되다가 보니 일반 배열 키보드를 사용하자니 팔뚝이 아픈 게 아닌가. 그래서 집에서 사용하던
내추럴을 회사로 가져와서 사용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내 컴퓨터는 아무나 사용하지 못하는
컴퓨터가 되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기계식의 향수는 남아 있던 작년(2004년) 가을, 누군가가 기괴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윈도우 키는 있는데... 영문각인과 한글각인이 색이 좀 틀리고, 하얀색에, 왼쪽 위에는 웬 버찌
그림이 있었다. 바로 체리 G80-3000을 본 것이다.

또깍또깍 쳐 보니 느낌이 예전 그 느낌과 비슷했다. 그래서 질렀다. 그리고 가장 열악한 키보드
를 달아 놓았던 첫째아들/안사람 컴퓨터에 달아놓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리얼포스의 존재를 알아버린 것이다. 집에서 사용하던 내추럴 키보드 프로의 뻑뻑해지는 키감을
견디다 못해서 손목이 좀 이상해도 좋은 키보드를 사용하자는 일념으로 리얼포스를 지른 것이다.

그 결과 리얼포스가 내 컴에, 체리는 첫째/아내 컴에 그대로 달려 있고, 내추럴 프로가 둘째아들
컴으로 이사를 갔으며, 국민키보드라는 삼성 멤브레인은 퇴출당했다. 사실 내추럴 프로가 삼성
멤브레인보다는 약간 더 좋은 건데...

헌데, 그녀석 눈에는 아빠 키보드와 형아 키보드 앞에 새로 사다 놓은 팜 레스트(3천 5백원짜리다)
만 눈에 보였나 보다. 그거 자기한테 없다고 거의 뒹굴러 다니는데 대책이 없었다.

자, 그렇다면 아비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팜 레스트를 사 주는것 뿐이다. 그런데
팜 레스트를 사용하자면 내추럴 키보드는 더이상 사용할 수가 없다.

결론. 저렴하면서도 명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키보드와 팜 레스트의 조합을 둘째녀석에게 선사
하는 것이다.

그래서 96년 영국산 모델 M을 분양받았다.

그리고 80년대 모델 M이 그렇게도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어버렸다. 그래서... 그래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마 리얼포스는 영구 소장하게 될 거다. 체리 역시 마찬가지.

사실은 회사에서 큰 키보드가 귀찮아서 구입한 해피해킹 라이트 2가 조금 맘에 안든다. 집에서
사용하는 리얼포스하고 비교하는게 말이 안되지만, 여하튼 너무 키압이 무겁다. 모델 M이 스펙상
으로는 더 키압이 무거운데도 타이핑을 해 보면 해피해킹 라이트 2보다 더 쏙쏙 잘 들어가는 느낌
이다. 아아... 프로로 바꿔야 하는것이냐.

직업이 프로그래머인지라 편안한 키보드는 필수인데, 과장이랍시고 달고 나니 페이퍼워크를 해야
할 일이 종종 생겨서 가급적 작은 녀석을 찾다가 고른게 해피해킹 라이트 2였는데.... 아무래도
회사 업무용은 해피해킹 프로로 가야 할 까 보다. (기증 환영합니다)
이전 댓글 12
로니 2005-04-28 02:40
마우스가 마소입니까? 공감하면서 잘읽었읍니다.
조준기 2005-04-28 02:47
마우스는 마소것을 씁니다. 품질도 그만하면 괜찮고(저는 게임을 잘 안 합니다), A/S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이유있는 건이고 A/S 기간 내이면 무조건 신품교환이더군요. (수리하는게 비용이 더 든답니다. 헐헐)
유기 2005-04-28 03:09
미래의 키보드매니아군요. 조막만한 손과 모델 엠의 크기가 심하게 비교됩니다. ^^ 귀엽습니다. 헌데 팜레스트, 말그대로 palm rest 인데 저 손의 크기에는 놔 둘곳이 마땅찮아 보입니다;; 이미 팔의 절반이 키보드에;;
광기의제단 2005-04-28 03:32
혹시 좌식책상과 옆에 시디장은 직접 만드신건가요??
로니 2005-04-28 03:42
그렇군요~저희 엔지니어가 사용해서 눈여겨 봐 뒀읍니다만... 막내 손이 앙증맞습니다^^
gmsh 2005-04-28 07:50
왠지 너무 반갑습니다.. 얼마전까지도 가지고 있던 물건을 사진을 통해 그것도 아드님이 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요..^^
조준기 2005-04-28 09:36
광기의 제단// 직접 만들다뇨... 인테리어 가게에 주문했죠.
jsm1030 2005-04-28 10:42
저도 84년도에 애플2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땐 5인치짜리 디스크 드라이브가 25만원정도하고 3M 디스켓이 한장에 3000원 했죠 아직도 기억나는 게임이 있네요 카멘센디에고를 찾아다니는 게임이였는데 밤세워가며 했었죠 로드러너나 코난도 재미있었는데 코난은 마지막판을 못 깬게 아직도 아쉽네요..
전준홍 2005-04-28 11:25
80년대 초반 저희 집앞에 컴퓨터 학원이 생겨서 구경해본것이 FC-150 이었죠.. 암록색의 얄상한 본체로 기억되는데 루버재질의 키가 특이했습니다. 이후 파란색 방향키가 덩그러니 붙어있는 MSX는 전자오락실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구요, 중학교때 퍼스널 컴퓨터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생겨서 구경갔다가 둘이 머리싸매고 죙일 로드러너를 했던 것도 생각나는군요.. ^^;
꽁기꽁기 장사장 2005-04-28 13:40
두툼한 모델 M위를 서핑하고 있는 둘째 아드님의 손이 참 앙증맞네요^^ ㅎㅎ 벌써부터 손가락 단련을~~~
지니파더 2005-04-29 02:06
FC-100의 질긴 키보드 기억납니다. 애플2 호환기종중 키감이 꽤 좋았던 놈들도 있었는데, 로얄컴퓨터에서나온 로맥스 기종 중에 88년 부근에 판매되었던 놈들은 좋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조준기 2005-04-29 10:08
로맥스 기종 괜찮았죠. IBM 케이스 비스므리하게 분리형으로 만들어 내 놓던 시절 키보드 말씀하시는거죠? 중학교때 수원 남문에 있던 대리점에 살다시피 해서 기억이 삼삼합니다. 그때 주로 했던게 카세트 테이프로 나온 MSX 게임들 복사방지 푸는 거였죠. (BIOS 콜 직접 사용하는 z-80 어셈블리 코딩을 해야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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