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람은 사실 내가 뭔가 저지르는 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보통 내가 저지르는 것은 대부분
컴퓨터 주변기기들이기 때문이다.
99년에 야근비가 20여만원 모였을때, 나는 그걸 탈탈 털어서 voodoo 2 3D 가속카드를 샀다.
그때 안사람 왈, "삼디(3D) 카드네" 그 뿐이였다.
사실 비자금이 생기거나, 공돈이 생기면 거의 곧장 주변기기를 사곤 했기때문에 안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비자금이 생긴 걸 그날이면 알 수 있다."
요즘 키보드를 이것 저것 집으로 들여오면서 갖은 사기(?)를 다 치고 있는데... 내가 회사 서버
관리쪽에 관련이 좀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남는거 가져왔다 라던가, 반납 들어온 장비에서 떼 왔
다고하면 얼추 지나간다. 그것도 정말 오래된 물건들만 요즘들어 들고 왔기 때문이다.
(가져온 물건중 가장 최근에 생산된 물건이 체리 G84-4100인데 이건 랙마운트 서버에 딸려 온
걸 가져왔다고 사기를 쳤다. 요즘은 키보드하고 마우스 공유를 해서 쓰기 때문에 남는다고...)
사진을 보면 일전에 미국에서 공수해 온 88년산 모델 M과 지난주 Initial D 님에게서 강탈(?)해
온 5170이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리얼포스와 체리 G80-3000(청색 무개조)와 모델 M을 비교해서 쳐 보라고 하면 항상
체리가 좋은가 모델 M이 좋은가 고민하던 모습이였다. 그러던 중 어제 아예 모델 M 하고 5170을
식탁에 꺼내 놓고 비교해 보라고 했었다.
결과는... 역시 명품의 승리. 5170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내는 모델 M 과 5170과의
경기에서 5170의 승리를 당연한 듯이 선언한다. (아내는 이 사이트를 자기 손으로 들어와 본 적
이 단 한번도 없다. 아니, 들어오면 안된다. 내 비리가 다 들통이 날것이며, 그날로 나는 최소가
사망일테니까...) 체리를 좋아하는 것은 찰랑대는 감촉(사실 버클링은 약간 무겁기는 하다)과,
자기가 메인으로 쓰는 키보드이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한다.
오늘, PS/2 => USB 어댑터를 하나 샀다. 그래서 그동안 휴가 중이였던 리얼포스 101을 현역에
복귀시키고, USB에 5170을 연결했다. 동작은 신기하게도 잘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5170하고
리얼포스를 쳐보면서 비교를 해 보라고 했다. 마침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릴 일이 있어서
잘 되었다나...
결과는 역시 5170의 승리. 5170의 키 레이아웃이 모델 M 이나 리얼포스와 똑같았다면, 아마도
5170을 아내에게 강탈당했으리라. 사실 리얼포스도 러버돔 작동기 계열로 보자면 최 정점에
있는 제품이고, 경향이 다르다 뿐이지 거의 최상급의 키감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1. 우리집 사람들은 기계식 아니면 별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러버돔 계열을 별로 안 좋아한다.
2. 명품은 괜히 명품이 아니였다. 사전지식 전혀 없이 키 레이아웃도 다른 5170을 더 마음에
들어 한 것을 보면 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