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업무에다 키보드 개조등으로 글을 쓰는 시간이 좀 체 나지 않았던 탓 이었지요.

지금까지 아마 100여개가 넘는 키보드를 개조 또는 수리를 하다가 느낀 점은
"과연 궁극의 키보드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엇 갈릴 수 있겠지만 ,
(그래서 제목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것 이라고 해 두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최고의 키보드라고 하는 것들을  나열 해 본다면,
IBM 모델 F AT84(5170),  애플 확장1, 컴팩 MX-1800, 노스게이트 옴니울트라 등이 국내에서 손 꼽히는 모델들이고,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델 구형로고 AT101, 체리 G80-3000Hxxxx 시리즈와 IBM 모델 M과
NMB RT8755나 8200시리즈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더 RARE한 키보드로 알프스의 불루 슬라이더 모델과 그린이나 옐로우 슬라이더를 사용한 모델도
가끔씩 이베이에서 볼 수 있으나 그 값이 평균 200불이 넘는 것 들이라
우리네 형편으로는 그림의 떡으로 쳐다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해도 꽤 많은데다 여기에 요즘 새로운 모델로써 빼 놓을 수 없는
리얼포스와 해피해킹까지 친다면 궁극의 키보드로 꼽을 수 있는 후보들은 더욱 많아 지겠지요.
그러다 보면 이 많은 모델중에 서열을 매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 것들을 다 가져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저는 이중에서 대부분의 것을 가지고 있다보니 지금 키보드가 43개나...)

보편적으로 이러한 키보드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키보드들이 갖는 장점을 서로 서로 부각시키거나 단점을 카바해서 만든 키보드가 있다면
이중에서 단연 최고의 키보드로 군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 생각의 결과로 나온 가상의 키보드를 저 자신의 궁극의 키보드라 정 해 보았습니다.
먼저 스위치로만 따져 본다면,IBM은 버클링, 알프스는 넌클릭, 체리는 클릭이라고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IBM은 버클링 방식의 Capacitive Switch(정전용량), 알프스는 오렌지나 핑크슬라이더,
체리는 구형 청색슬라이더 이렇게 세분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궁극의 키보드 1번(사진의 윗쪽)
역시 IBM Model "F" AT84(5170)입니다. 그 유닉한 디자인과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강인함.
그리고 IBM의 정신이 베어 있는  것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위용 등은 단연 키보드의 왕자로 꼽을 수 있지요.
이 키보드를 분해 할 때마다 저는 지금보다  전혀 뒤지지 않은 기술적인 측면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케이스의 재질로 사용된 "Noryl"은 그 강인함이 금속에 뒤지지 않으며 무게 또한 금속재질과 맞먹을 정도 입니다.
이제 두번 다시 그러한 재질로 만들어 진 키보드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유일한 단점으로 우리 손에 비해서 좀 키압이 무거운 점과 키 배열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데,
다행히 같은 모델 F 중에서 XT83(5150)이 우리 손에 더 맞는 가벼운 스프링으로 만들어 져 있어서
이것으로 바꾸어서 해결을 하였습니다.( 이 XT83이 지금 시스템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
( * 5150은 XT Model No.이고 5170은 AT의 Model No.입니다.당시의 키보드는 단품으로는 모델 넘버가 없었지요)

두번째는(사진 가운데)
"체리 구형 청색을 사용한 모델에다 철판 보강한 버젼"
체리는 구형 청색을 사용한 모델이 별로 많지 않아서 구하기가 무척 힘 들었는데..
저는 얼마전에 G80-3000HSAUS를 일본 옥션에서 무려 100만원에 가깝게 질러 보았지만 물만 잔뜩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여기 사이트에서 국내 물가와 일본 물가 차이등.. 글이 올라 온 것을 보고서 저는 두번 죽는 줄 알았습니다...T.T;)
지금은 구형 청색을 사용한 오리지날을 2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역시 그 기반이 되는 기판이나 케이스가 부실하여
어쩔 수 없이 스위치를  MX1800의 기판에 옮기고 케이스와 키캡은 G81-1800의 것으로 바꾸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의 두번째 궁극의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정리하여 보면 G80-1800HFU(억지로 모델 넘버를 붙혀 본다면) with steel Plate가 되겠습니다.
(  * 그것이 1800이든 3000이든 하여튼 이중사출 키캡에다 철판이 반드시 필수 조건이 되는 겁니다.)

세번째는? 이게 가장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사진 아랫쪽)
짜잔 ~ 확장1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델 구형로고의 핑크도 아닙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확장1보다는 델 구형로고 AT101(FCC ID: GYI3PVAT101)이 더 낫다고 생각 합니다만,
최근에 알게 된 Zenith Data Systems의 ZKB-2 라는 1987년에 극히 소량으로 생산된 것 으로,
다분히 미국적인 면이 풍기는 디자인과 스위치 기반은 물론 케이스 밑 면까지 두꺼운 철판이 사용되어 있는 모델이 있습니다.

역시 아쉬운 점은 스위치가 알프스의 기술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의 그린 슬라이더가 사용되어 있는 점입니다.
이 그린 슬라이더는 알프스가 최초로 키보드 스위치를 개발한 것으로 약간의 넌 클릭이면서 리니어에 가까운 키감을 줍니다.
이 ZKB-2를 분해하고 세척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기반을 가진 키보드가 또 있을 까 하는 감탄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만,
아무리 타협을 하면서 사용할려고 애 써 봐도 역시 키감이 별로 인 점은 어쩔 수 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키보드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내부에 피에조를 사용하여 클릭 음을 따로 내어 주어서
넌클릭인 데도 마치 클릭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있습니다.
(피에조 : 압전 소자로써 전압을 가하면 떨판이 떨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일종의 부저같은 것)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하는 키보드로써 제가 알고 있는 한,
알프스가 오리지날 설계에서 제작까지 한 "델 구형로고 AT101"을 최고로 치지만 (애플 확장 시리즈가 아니고)
저는 ZKB-2가 델 구형로고 AT101을 능가하는 무게나 구조가 그 존재감을 더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 여기에다 알프스 최고의 스위치인 핑크를 이식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세번째 궁극의 키보드로 ZKB-2에다 핑크슬라이더를 이식한 것으로 주저없이 꼽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갈색을 사용한 체리G80-5000을 칠 수도 있겠고,
알프스 불루 슬라이더를 사용한 노스게이트의 구형 옴니 울트라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단연코 이 세 모델을 능가하는 키보드는 존재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보라카이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