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용산 나들이 (하쿠아 갈축, 하이프로, 차등, 저소음, 타입헤븐...)

설 연휴 하루 전 오늘, 회사에서 공통 연차를 써서 시간이 났습니다.

주말은 게으름 신이 빙의 해서 전혀 외출을 하지 않지만, 오늘은 일단 나가보았습니다.


목적지는 용산.

타건이 가능한 키보드샵이 선인 상가에 있다기에

그 동안 궁금해 하던 키보드들을 접해볼 생각으로 용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는 가게는 예전에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한 피씨기어였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키보드의 타건이 가능하다는 건, 같은 매장에서 두 개째의 키보드를

구입하고 난 뒤였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가는 시간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거든요.


여러 기계식과 토프레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마제스터치2 하쿠아 갈축이었습니다.

무소음 적축을 구매하고 나서 마제 갈축이 갑이라는 정보를 뒤늦게 들은 터라

맘에 드는 하쿠아 디자인의 갈축을 사야겠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쿠아 갈축

그러나, 막상 타건을 해보니, 제가 알던 마제 갈축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8년이나 길들인 친구의 키보드였으니 느낌이 다른 건 당연했기에,

같이 전시된 닌자나 크림치즈 등의 갈축도 같이 타건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하쿠아만 달랐습니다.


ABS 키캡이므로 어느 정도 자갈자갈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 너무 가벼운 키감이었습니다.

스위치가 다들 약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키감은 가벼웠고, 소리는 텅 비었습니다.

이미 같은 라인의 키보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 이질감은 엄청 났습니다.

바닥 문제인가 하여 들고 타건해보고 위치를 바꿔서 쳐보아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쿠아 갈축에 대한 구매 욕구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다음은 오늘의 진짜 체험 대상인 하이프로!

마침 다행히도 제가 생각하던 화이트 모델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았음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저 혼자더군요.

사장님께 들은 얘기로는 1년에 한 두 기 정도만 팔려서 제품은 들여놓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허허.

어쟀거나 가나다, 애국가 등 아는 모든 패턴을 이용해서 타건해보았습니다.

우렁차다던 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소리지만 단순 소리의 크기로 따진다면 이미 사무실에서 900R 갈축을 사용 중이기에

사용에 큰 제약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던 키캡은 손가락 끝을 감싸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기술했지만 키 위를 미끄러지듯 타건하는 타입이 아니고,

위에서 내리 찍는 타이핑이어서 높이가 다른 것도 크게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의 글에서 본 것 같이 하이프로는 하이프로일뿐.

리얼포스의 다른 제품군 (균등, 차등, 저소음)과 다른 라인이더군요.

그냥 다른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른 제품이 실 타건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장에 재고는 없지만 결재 후 레오폴드에 있는 재고를 발송해줄 수 있다는 설명으로

결재를 하려고 하니, 사장님께서 다시 한 번 의사를 확인하시더군요.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소리도 크고, 키캡 호환성도 없어서 키캡 놀이가 불가하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1년에 한 두기 정도만 나가는 제품이다 라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래도 만져 보기 전의 고민은 충분히 했고,

실물을 보고 느낀 색감과, 소음, 키감에는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결재를 했지요.

그 동안 구매한 키보드 중 가장 비싼 녀석입니다.

흐....


그 외에도 여러 제품을 만져보았습니다.


일반 적축. 

마제와 레오폴드 제품을 타건해보았는데,

무소음 적축과의 차이는 소리와 깊게 눌렀을 때의 키감 정도였습니다.

살살 치면 무소음과 일반은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그러나 파워 타건을 하면 무소음의 효과가 드러 났습니다.

다만, 무소음은 역시 저소음을 위한 장치 때문일까요.

끝까지 누르는 시점에서 막히는 느낌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처음 리니어를 사용하는 제게 고민을 준 녀석이었고,

지금까지 적응을 힘들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 느낌이 싫어서 강제로 구름 타법을 시도하지만,

그 때문에 키를 제대로 누르지 않아 오타가 발생하는 순서로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이 모르는 새에 눌려서 발생하는 오타는 없었고요.

그렇다고 일반 적축 제품을 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은 흑축.,

저소음 흑축은 없고 일반 흑축만 있었습니다.

듣던대로 손가락에 느껴지는 반발력이 상당했습니다.

물론 좋은 느낌이었지요.

레오 폴드 제품을 타건했는데, 재미 있었습니다.

타이핑 양이 적은 일반 회사원은 충분히 무리 없이 사용할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리도 청축을 제외한 기계식 키보드가 다 그런 것 처럼 자글자글한 소리를 들려주어 만족할만했습니다.

지금은 굳이 흑축을 보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한 번은 구매해보겠지요.


토프레 저소음.

저소음 리얼포스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회의적이었습니다.

소리도 하나의 재미로 생각해서 스프링 소리나 키가 올라오며 나는 소리도 매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저소음은 소리의 재미를 빼앗은 매력 없는 제품으로 생각했지요.

그리고, 무소음을 위해 넣는다는 오링이 끝부분에서 만들어 내는 막히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10주년 저소음과 차등 저소음을 타건해보았습니다.

음...응?

끝 부분에서 각오했던 답답한 막힘이 안 느껴지더군요.

소리는 조용했지만 덕분에 키감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신경이 집중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표현이겠지만 분명히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10주년 저소음은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그러나 87 저소음과 106 저소음은 음...저소음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키캡 소리는 나고 있었고, 10주년이 주던 조용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구매한다면 10주년을 구매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프레 차등.

차등 역시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왜 굳이 차등으로 하냐, 재미없게 라고 생각했지요.

타건을 하고나니 재미없다는 느낌은 변함 없었지만,

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도음이 될만한 차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왼쪽 새끼 손가락이 편했습니다.

새끼 손가락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타건이 가능하다고 해야 하나.

아직 정타에 익숙하지 않아 왼쪽 새끼 손가락을 사용할 때는 위치와 힘을 의식하여 타건합니다.

그런데 차등을 사용하면 위치는 의식해도 힘까지 의식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냥 쏙 들어가더군요.

다만, all 30g은 무리다.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45 균등도 게임 중 손가락을 올려 놓은 키가 멋대로 눌리는데,

모든 키가 그렇다면 손가락에 힘을 주고 계속 들고 있어야 할테니까요.

결론으로 차등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바로 사고 싶은 제품은 보이지 않았고요.


마지막은 토프레 타입헤븐입니다.

키보드 매니아에서 좋은 평을 한 글은 찾기 어렵더군요.

그 영향을 받아서, 그리고 그 가격에 대한 선입견으로 타입헤븐은 굳이 타건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온 거 만져나 보자.

경박한 소리를 내는 비싼 멤브레인이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애국가를 치는데,

어라?

어라?

이게 왜 그렇게 욕을 먹는 거지? 의문이 들더군요.


분명한 토프레의 키감을 주고, 45균등의 적절한 키압, 그리고 ABS긴 해도 괜찮은 촉감과 소리를 제공하는 이 제품이 왜?

경박한 소리가 주변의 소음에 편승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귀 바로 옆에 대고 타건해 보았지만,

경박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처음에 사용한 표현일까요.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키감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애초에 리얼포스에서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고요.

분명 다르긴 합니다.

그러나 다른 것 뿐이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가격은 한국 기준으로 반 값이고요.

이 의문에 대한 결론은 이렇게 냈습니다.

이 제품을 욕하는 (싫다, 보통, 좋다 중의 싫다) 분들은 엄청난 청각, 촉각 그리고 감성의 소유자라고.

그리고 저는 잡식성의 손에 대는 것은 거의 좋아하는 둔감한 놈이라고.


타입헤븐은 이제 곧 단종이 된다고 하더군요.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지 않아 단종 된다고 하니 인기가 없는 것은 사실인가봅니다.

그러나 관심을 안 가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는 건 음...대단한 감성들입니다.


하이프로는 설 연휴가 끝나면 발송해주신다고 하니 기다려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설 연휴가 끝나는 것은 반갑지 않네요.

분명 오는 시간이긴 합니다만.


오늘 용산 방문으로 느낀 것은

역시 키보드는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뷰나 사용기 등이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은 없습니다.

모조리 주관이지요.


하쿠아 갈축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 

하이프로를 구매한 것,

다른 키보드들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 오늘의 수확이네요.


다음 타겟은 원래 하쿠아 갈축이었으나 이건 다른 종류의 마제 갈축으로 바뀌어 후순위로 밀렸고,

리얼포스 10주년 풀배열 저소음 45 균등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너무 비싸서 이번 달 처럼 깜짝 보너스가 없으면 사기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들고 있겠죠.

하이프로가 오면 키보드가 5개가 되는데, 어떻게 돌려 쓸지 걱정입니다.


슬슬 회사에서도 제 키보드 취미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보이기 시작했고요.

휴가나 부재 중에 몰래 가져다 쓰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고,

또, 책상 위헤 그냥 꺼내 놓고 사용 & 보관하는 환경에서 도난이라는 무서운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전 댓글 9
딩돌이 2017-01-26 18:39
하쿠아.. 키감조차 다를줄은 몰라쎈요.
라바동 2017-01-26 19:13
헐 하쿠아 마이 찜 리스트에 하나인데 기존 마제와 다르다니
리에르세 2017-01-26 22:19
저도 하이프로 유저입니다.. 정말 좋아요 하이프로 ㅜ
마누라몰래 2017-01-26 23:30
저도 리더스키 갔다가,, 저도 모르게 10주년 저소음을 손에 들고 나오던게 생각나네요ㅎ 다만 저는 제법 정타로 치는편인데도 하이프로는 꽤 어색하더라구요;; 설 연휴가 끝나는게 아쉽기도, 기다려지기도 하시겠네요^^
망푸 2017-01-26 23:55
얼마 전에 마제스터치 갈축에 대해 텐키리스/풀배열 혹은 닌자/크림치즈 등 모델별로 키감이 미세하게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을 올려주신 분이 있었는데요. 하쿠아 모델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으신것 같네요. 필코마제 하쿠아는 순백색이라서 선물용으로 참 좋을것같다고 쭈욱 생각해왔는데, 용산에 방문해서 직접 타건해보고 체감을 해봐야겠습니다. 토프레 타입헤븐은 저도 참 좋아하는 키보드인데요. 개인적으로 키감만큼은(타건음 제외) 똑같이 45균등 스위치를 사용한 660c보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타입헤븐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들은 대놓고 중저가스러운 하우징, 레이저각인 ABS키캡, 경박한 타건음 등이 있었는데요. 타입헤븐에 토프레사의 PBT키캡을 끼우고 윤활작업을 해주면 아주 훌륭한 키보드가 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건 중저가 제품에 할일이 아니죠;; 용산 타건샵에 있는 제품들은 오랜 시간 자연윤활이 됐기 때문에 키감과 타건음이 달라졌을수도 있어요. 타입헤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찬반이 대립한다기 보다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으며 저 역시도 아쉬움이 많은 키보드라 생각되어 결국 소장용으로도, 선물용으로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빠른 단종을 결정한건 아니겠지요.  사랑나무님께서는 제품의 장점에 초점을 잘 맞추시는 듯해요. 나중에 구산컴넷, 리썬즈몰에 있는 한성, 앱코 등 노뿌무접점 키보드도 타건해보시는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명절되시기 바랍니다. 
슈퍼울트라거북 2017-01-27 06:34
저랑 비슷하시네요. 리얼포스중에는 하이프로의 키감이 가장 좋더군요...하지만 아직도 키캡이 적응이 안됩니다...ㅠㅠ. 104 차등과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는데...저한테는 하이프로 스위치에 일반 리얼포스 키캡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소음 균등 10주년도 좋았습니다. 660c, 980c의 키감이 저에게는 딱인데 집에는 660c를 쓰고 있습니다만 엑셀을 주로 쓰는 회사에서는 풀배열이 아니면 못쓰겠더군요. 980c 배열에 도전해 볼까 심각히 고민 중입니다.
izel 2017-01-29 01:21
피씨기어에 리얼포스 30g 균등 모델이 있나요??
떠돌이모모 2017-01-30 23:07
다들 취향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나는 하이프로 쳐보고서 이건 영 아니다 싶었는데.
리플리히 2017-01-31 16:03
저도 하이프로 씁니다. 바꿀까 바꿀까 맨날 고민하지만... 결국 하이프로로 돌아왔어요 ㅠ
← 자유게시판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