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사용기] 해피해킹키보드를 사용하다 문득...

구름 위를 거니는 느낌은 어떤 느낌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키보드는 이전에 쓰던 삼성물산 PLEOMAX보다 딱딱하다.
(PLEOMAX는 아주 저렴한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 약 3~4000원 정도)

첫 인상은 매우 서걱서걱하다는 것이다. 마치 키가 눌릴 때,
플라스틱 하우징끼리 마찰이 느껴지는 듯 했다.
두번째 인상은 손가락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딱히 타이핑할 때는
잘 못느꼈지만, PC에서 물러나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손가락 관절이
이상하게 붓는 느낌이다. 심지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에
거부감이 들 정도였다.

위의 두 느낌이 워낙 강렬했기에 한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이걸
왜 사서 고생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던 사이에 키배열에 따른 불편함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나는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개발자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적절한 시뮬레이션 툴이 없을 경우, 어느정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한다. 물론 MS 윈도우즈와 비주얼스튜디오를
사용한다.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급한 것과 같이 이 키보드는
비주얼스튜디오와 친하지 않다. 몇몇 단축키들은 일반 키보드보다도
많은 키를 동시에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비주얼스튜디오는 다양한 단축키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본 단축키 조합을 입력하기에는 편리할 수도 있다.

나는 MS 윈도우즈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근래에는 빨간모자를 떠나
우분투를 작업환경으로 설정하고 개발 및 사무를 보기도 한다. 또한
썬 엔터 3500에서도 작업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환경에서 이 키보드는
그다지 좋은 호환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키 인식이 다르거나 작동이
안되는 키들이 익숙치 않은 키보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나의 작업 자세는 그다지 나쁜편이 아니다. 허리를 바로 세워 앉으면
팔꿈치가 책상에서 약간 떨어진다. 상박은 책상에 가볍게 올려놓고,
팔목은 책상에 떠있는 상태에서 가볍게 키보드를 다룬다. 따라서 별도의
손목받침대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마우스는 손바닥 전체로 감싸듯이
잡지 않는다. 다섯 손가락 끝만이 마우스를 잡고 있는 형태이다.

나의 이러한 자세에 대하여 지인 중 한 사람은 피곤이 빨리 쌓이는
자세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의자에 몸을 파묻고
손목을 책상에 붙인 뒤 타이핑하는게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이 키보드를 처음 접할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일반 키보드와
같은 규격의 미니키보드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부드러운 키감. 하지만 여기에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구름
위를 거니는 듯 하다는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따라서
막연히 부드러운 느낌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왜 이런 느낌을 왜 구름 위를 거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궁금하다. 구름 위라면 왠지 좀더 부드럽고 가벼울
것 같은데 말이다.

말이 나옴 김에 몇 가지 표현들에 대해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쫄깃쫄깃 하다던지, 구름 위를 거니는 느낌, 구분감이 있는 느낌 등등의
표현들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극적인 표현이 되지않았나
싶다.

최근 마제 필코 넌클릭을 좀 사용한 적이 있다. 이 키보드는 첫 느낌이
"무척 가볍구나" 였다. 경쾌한 소리와 가벼운 키감은 타이핑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위에서 표현에 대하여 투덜거렸는데, 정작 나 자신도 이런
표현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것이 천상 이공계열인가보다.

이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키감이나 키 배열이 아닌 제품의 완성도와
색상에 대한 소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는 흰색 영문자판을 사용한다. 먹색이나 무각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것은 단지 관심일 뿐이다. 처음 제품을 개봉하여 봤을 땐, 너무 칙칙해
보였다. 아이보리 색상이 오래되어 색이 바랜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생각보다 칙칙해 보였다. 역시 모니터로 구경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새삼 절감했다. 색상표와 비교를 해보니 LightGoldenRodYellow
(#FAFAD2)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밝은 금막대기 노랑색이라니... 이 색을
모니터로 보면 밝은 노랑색인데, 키보드를 모니터에 가져가 비교해보니
두 색상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제품의 완성도라면 마감이나 조립상태, 키캡의 인쇄상태 등을 꼽을 수 있다.
의도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바디 프레임의 상하 크기가 같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판 바디 프레임의 좌우가 약간 볼록하게 튀어나와
하판과의 깔끔한 마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뒤는 그나마 좌우보다는 괜찮다.
키의 경우, 정면에서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후면에서 보면 사출 탭이
보이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키의 바닥면 쪽으로는 마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쇄상태와 키의 표면 감촉 등은 이미 많은 분들의
소개에 언급되었기에 생략한다.
키보드 뒤로 삐죽히 연결된 USB 연결선은 이 키보드의 단점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어폰 잭도 스트레이트와 구부러진
타입 두가지가 있다.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니키보드의
특성상 쉬운 이동, 좁은 공간에서의 활용 등이 장점이라면, 이 삐죽하게
나와있는, 거추장스럽기까지한 USB 커넥터와 연결선은 전체적인 디자인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HHKB pro2...
정말 좋은 키보드임을 새삼 느낀다. 다순한 컴퓨터의 부품으로써가 아니라,
나와 컴퓨터를 이어주는 작은 징검다리 같은 느낌을 준다. 키를 하나하나
누르면, 마치 징검다리를 한개한개 건너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까.

여러분은 키보드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시나요?





덧말

얼마전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일상 주변에서 많은 키보드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작은 상점과 할인매장, 호텔, 공항, 인터넷 까페 등등...
키보드와 카드 결재 시스템이 같이 있는 곳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은 체리
키보드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참 잘 만든 키보드라는 느낌이 든다.        
단단하고 야무지게 생겼으면서도 경쾌한 소리와 미려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왠지 독일을 다녀온 뒤, 키보드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더욱 심한 뽐뿌와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표현해야하나...)


이상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작성되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이전 댓글 5
살바토레 2007-06-14 13:07
흠.. 저는 플레오맥스 pkb-7000x를 쓰다가 해피를 구매했는데 느낌이 상당히 좋던데;; 서걱거림과 쫀득한 그 키감 . . 뭐라 형용할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꼇어요 ^^
impreso 2007-06-14 13:31
구름위를 걷는 다는 표현은 굉장히 밋밋하다는 말로도 바뀔수 있죠...
Harry 2007-06-14 13:51
사용기로 가실꺼같네요. ^^;
깡 2007-06-14 14:15
구름 위를 걷는다는 표현은 리얼포스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해피해킹은 가벼우면서도 서걱거리는 구분감이 있어 또 다른 타이핑의 즐거움을 선사해주죠. 기회가 되면 상태 좋은 리얼포스를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Merr 2007-06-14 16:31
살바토레님/ 저는 플레오맥스 700을 썼습니다만, 여기서 본 팁을 활용해서 러버돔에 칼집을 만들어 좀더 가벼운 키감이 되도록 손을 봤었습니다. 아직 쫀득인다는 표현이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impreso님/ 구름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밋밋한 것을 의미한다면 해피해킹키보드와는 안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 Harry님/ 사용기에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사용기 치고는 너무 부실한 내용인지라 자게에 썼습니다. 좀더 정리가 되면 사용기에 올려볼 생각이긴 한데... 정말 옮겨질까요? 깡님/ 내... 정말 서걱거리는 느낌과 구분감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키보드인것 같습니다. 리얼포스는 좀더 가벼운 키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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